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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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부루나유치원엔 특별한 것이 있다"
"병아리 원생들의 입학식 이야기"
부루나유치원 원장 광현 스님이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


“원생 여러분! 부처님 마음! 다함께 원장 스님께 인사!”

3월 3일 오전 10시 30분, 충남 천안 쌍용동에 위치한 부루나유치원 입학식이 열리는 3층 법당. 노란 원복을 입은 아이들이 천진한 합장으로 원장 광현 스님에게 인사한다. 합장이 ‘부처님 마음’으로 통하는 부루나유치원의 첫날 풍경이 정겹다.

입학식에 참석한 원생과 학부모 2백여명으로 가득찬 법당 앞쪽에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빙그레 미소를 머금은채 처음 만난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광현 스님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아기 부처님들, 반가워요.”

반응을 살피던 스님은 다시 큰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스님이 안반가운 친구 있어요?”
일곱 살 아이들로 구성된 보현반의 장난꾸러기 광현이가 “예”하고 대답하자, 뒤에서 지켜보던 학부모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덩달아 아이들도 신이 났다. 법당은 다시 시끄러워지고 말았다.

그러나 죽비소리가 세 번 울려 퍼지자 좌중이 조용해졌다. “죽비소리면 OK”라던 광현 스님의 말이 퍼뜩 떠오른다.

입정시간, 사회를 맡은 장혜진 주임교사의 설명이 재밌다.
“부처님 다리! 왼손을 오른손 위에 올리고 아빠손, 엄마손이 사리살짝 뽀뽀를 해야죠!”

‘부처님 다리’는 가부좌다. 여느 유치원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그 사이 천안불교사암연합회 대표로 참석한 각원사 부주지 대원 스님이 단상에 올랐다. 대원 스님이 팔을 이용해 하트 모양을 만들며 “사랑합니다.”라고 말하자, 또다시 웃음바다가 된다.
만나는 이마다 합장으로 인사하는 부루나유치원생들은 입학식이 끝나자 엄마손을 붙잡고 담임교사를 찾아갔다. 네 살짜리 막내들로 짜여진 연꽃반 황현주 담임교사는 교실로 찾아온 엄마들에게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일러준다. 이를 지켜보는 광현 스님의 표정이 밝다.

개원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원생이 110명이나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부루나 유치원. 비결은 인성개발에 바탕을 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교사들의 헌신적이고 친절한 교육방식에 있다. 특히 올해는 4대의 등ㆍ하원 차량에 경호업체 직원을 동승시켜 아이들의 안전을 최대한 고려하기로 해 학부모들을 감동시켰다. 아이들이 30~40분이나 차량으로 등·하원을 해야하는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 다른 유치원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 가운데 하나다.

보현반 교실에서 만난 김정순(36ㆍ백석동)씨는 “법회나 다도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어서 왔다”고 했고, 집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에 유치원이 있는데도 일부러 부루나유치원을 찾아왔다는 김미형(32ㆍ영성동)씨는 “아이(한주혜)가 우리의 전통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어 왔다”며 “7살 된 주혜 사촌오빠도 함께 이곳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삼배를 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천진하다.


무종교인이라는 심경란씨(32ㆍ원성동)는 만족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얼마 전에 스님과 선생님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너무 좋아보여서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그런데 교육 프로그램은 더 좋네요.”

고객감동시대. 부루나 유치원은 원생과 학부모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법회, 교육을 시작하기 전 죽비소리로 시작되는 가부좌 명상, 광현 스님이 직접 가르치는 다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영어ㆍ중국어 특별수업, 국악놀이, 민속놀이 등은 일반 유치원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프로그램들이다. 다도, 풍물, 요가 등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강좌도 있다.

이 때문일까. 부루나유치원 교사들은 천안시의 유일한 불교유치원 교사라는 자부심으로 아이들과의 사투(?)를 이겨낸다. 다섯 살 아이들을 맡은 김선민 기린반 담임교사는 “아이를 맡기는 학부모님들의 입장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원장 스님과 선생님들의 모습이야말로 우리 유치원의 자랑거리”라며 쑥스레 웃는다.

주의사항까지 모두 들은 학부모와 아이들이 하나둘 유치원을 나서는 동안에도 교사들은 합장으로 인사를 건넨다. 함께 엄마손을 잡고 유치원을 나서던 성민(6)이가 “삼배를 하고 가야한다”며 떼를 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광현 스님의 흐뭇한 표정에서 ‘어린이 포교’를 위해 정진해온 보람이 내비친다.




그 유치원엔 특별한 무엇이 있다?

사찰에서 운영하는 불교계 유치원에는 일반 유치원과 다른 불교만의 교육이 있다.
서울 동원정사에서 운영하는 은영유치원은 원장 정원 스님의 남다른 원력으로 다양한 불교의 세계를 접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삼귀의 찬불가 등과 함께 참선을 하고 스님이 직접 20분 정도 어린이 오계, 부처님 일대기 등 불교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준다. 일주일에 두 번 하는 스님이 가르치는 다도와 한자수업은 어린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경주 동국대 부속유치원은 경주의 문화유적지를 둘러보는 프로젝트 활동이 왕성하다. 체험활동으로 하고 있는 생명존중 배우기는 바로 불교의 불살생을 몸소 체험하며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닌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어린이들에게 일깨워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어린이가 함께 하는 명상시간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수업.

목포 보현정사 유치원은 매주 법당에서 어린이 집회가를 부르고 참선을 하며 법회를 한다. 여름에는 여름불교학교에 선생님까지 전원 참가하는 열기를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평상시에는 불교동화를 같이 읽으며 불교의 세계에 젖어든다.

광주 향림사의 향림유치원은 매일 아침 부처님 앞에서 기도하고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참선과 다도수업도 향림유치원에서 만날 수 있다. 스님에게 합장인사하는 법 등 사찰 예절교육도 수시로 접할 수 있다. 때때로 향림사 마당을 거닐며 산책하는 것도 향림유치원 어린이들만의 자연교육이다.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이 오면 모두 다같이 고사리손으로 연등을 만든다. 손 안에서 만들어지는 연꽃은 어린이들이게 인기 최고이다.
평창 월정사 연꽃유치원은 기본예절 교육시간이 사찰예절 교육을 함께 받는다. 어린이들은 한달에 두 번 있는 다도 수업과 부처님 일대기 등을 통해 불교를 접한다.
글=박봉영 기자ㆍ사진=박재완 기자 | bypark@buddhapia.com
2005-03-05 오전 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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