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좌선은 이렇게 하고 있다. 먼저 자세를 똑바로 하고, 이후 한 단계 나아가 호흡을 다스린다. 호흡은 생명의 근원이라 할 만큼 좌선에서 핵심이 된다. 호흡이 정교하게 되면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호흡이 거칠거나 끊어지면 산란심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기에 호흡은 좌법과 함께 주요한 참선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특히 이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집중을 하면, 좌법과 호흡법과 집중법이 삼위일체를 이루어 참선의 골격을 완성하게 된다.
나는 이 원리를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다. 또 체계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참선점점표’를 만들어 참선일지를 써 보고 있다. 그렇게 하기를 3개월. 놀랍게도 매일 점검표를 작성하다보니 하루하루 빠지지 않고 참선수행을 하게 됐고, 스스로 좌법과 호흡법과 집중법의 향상을 가져왔다.
참선점검표를 간단히 소개하면, 우선 헤드라인에 일시, 좌선장소, 좌선소요시간, 좌법, 호흡법, 집중상태, 느낀 점, 비고란 등을 적고 좌측 하단으로 1~31일의 칸을 도표형식으로 작성한다. 그리고 이 난을 빠짐없이 기록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좌법, 호흡법, 집중상태의 란에 만족, 보통, 불만족의 느낌을 3점, 2점, 1점으로 평가하고 1달간의 내용을 합산 평균을 내어 보는 것이다.
물론 처음 할 때는 번거로웠다. 일일이 적으면서 마음자리를 확인하는 것이 소용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참선점검표는 늘 자신을 성찰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진상태를 점검하게 됨으로써 기대이상의 효과를 보게 됐다.
이렇게 일년간 습관을 들이다 보니,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 일은 아주 작은 챙김이었지만 그 효과에 아주 흡족했다. 또 느낀 점을 기록하는 것은 다분히 심정적 상태나, 좌선의 효능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가령 무량광명이 눈앞에 펼쳐진다거나, 맑은 물속에 고요하고 소쇄하게 앉아 있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또 미세한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거나, 소란스런 굉음도 부드럽게 들리거나, 아랫배가 뜨끈뜨끈해 지거나,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의 전율을 느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머리의 정수리가 주기적으로 벌럭벌럭거리거나, 자신의 모습이 아래로 보이거나, 아무튼 이루 말할 수 없는 경계들이 느낌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런 참선수행의 느낀 점은 자기변화 과정을 스스로 점검하는 나침반이 되고 있다. 수행과정에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을 확인하고, 그것이 수행의 그림자 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일상생활의 소소한 마음변화가 정말로 하나도 마음에 둘 일이 아니라는 자기반성은 내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또 일일이 기록으로 남겨두니, 나중에 점검하는데도 긴요하게 쓰인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