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명상은 수련의 의미를 뛰어넘어 정신치료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약물에 의존하는 치료법을 넘어서 환자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자기변화를 이끌어내는 치유요법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1950년대부터 요가나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데 이어, 90년대 이후부터는 검증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치료에 명상을 본격적으로 응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신경정신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명상으로 질병을 다스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명상과 정신의학’을 주제로 포럼을 연 이후 명상치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명상과 치료를 접목해 정신과 치료에 대안을 모색하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을 소개한다.
△ 최훈동
한별정신병원 최훈동 원장은 국내의 명상치료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불교명상과 정신치료의 관계에 주목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명상치유의 가능성과 그 효능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또한 매주 두 차례씩 목동의 한별심리연구소 선방에서 심리치료사, 의사, 정신과 간호사 등과 함께 심리치료와 명상을 연구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특히 최 원장은 한별정신병원에서 명상치료 모임을 꾸리며 한국사회에서의 명상치료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명상이 정신질환 치유에 있어 약물요법을 보완할 수 있는 대체요법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사념처 수행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02)2168-3114
△ 전현수
미국 메사츄세츠 의과대학 부속병원 존 카밧진 교수가 10년 이상 5000명이 넘는 환자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고안한 ‘명상을 통한 스트레스 감소-이완 프로그램’. 불교(정념명상ㆍmindfullness)에 바탕을 둔 이 프로그램은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200여개 이상의 병원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선보인 것은 전현수(전현수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이 처음이다.
전 원장은 미얀마에서의 출가수행, 일승보살회에서의 불교 공부 등을 바탕으로 불교-정신치료의 접점을 찾아왔다. 2004년 7~8월 불교상담개발원의 상담 전문가 집단에서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이후, 서울 불광사와 구룡사에서 각각 8주간 두 차례에 걸쳐 강좌를 진행했다. 스님과 일반 신도, 경증의 신경증환자 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전 원장의 ‘명상과 자기치유’의 강좌는 3월 2일부터 시작되는 3차 과정(매주 수요일 오후 7시~9시, 구룡사)에 이어 앞으로 구룡사의 영구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계획이다. (02)400-2911
△ 이정호
10년 이상 명상을 통해 환자들 마음의 병을 치유해 온 이정호(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그는 매주 금요일마다 환자들과 환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단 명상치료를 벌이며 100여명의 환자들을 완치시킨 바 있다.
그는 네팔에서 오쇼 라즈니쉬 명상을 접한 이후, 그 가운데 정화의 명상법인 ‘쿤달리니 명상’을 지도하는 명상치료 교실을 시작했다. 명상치료 자체에 대한 강박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도덕경 강의도 마련했다. 치료 환자들을 대상으로 ‘명상이 신경증 환자들의 인지와 정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02)950-1906
△ 최영희
인지행동치료의 권위자로 꼽히는 최영희(메타크리닉) 원장은 존 카밧진 교수의 MBSR(Mindful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을 치료에 도입했다. 그는 “인지행동치료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사고의 변화’지만 치료자의 30%정도는 내적인 변화가 어렵다”며 “‘자기 변화’가 어려운 이들은 ‘자기 수용’으로써 치료를 기대할 수 있으며, 그것의 가장 적합한 방법은 명상”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현재 MBSR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년간의 준비 기간을 마무리짓고 있으며, 오는 6월경 병원 내에 명상센터가 오픈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02)549-8871
△ 김경승
고담의료재단 마야병원의 김경승 원장 역시 존 카밧진 교수의 MBSR 프로그램을 환자 치유에 응용하고 있다. 그는 특히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대상으로 명상프로그램을 운영해왔으며, 경증 환자들에게 4주간의 명상 프로그램 등을 틈틈이 제시해왔다.
김 원장은 MBSR 프로그램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환자 증상별로 가장 적합한 명상 케이스를 개발하는 데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또한 내년 도심가에 위치한 울산병원 오픈에 맞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깨어있는 삶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054)336-3311
△ 김경식
가람신경정신과의원 김경식 원장은 특별한 명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환자들 증상에 따라 ‘명상’ 처방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원장의 오랜 명상수행 경력을 녹여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명상 해법이 제시된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명상 프로그램은 여타 프로그램과는 달리 강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김 원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새벽 4시 반~ 오후 7시 동안 이어지는 하드트레이닝을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할 의지가 있는 환자에 한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02)859-8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