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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특별 수행 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

2월 19일 해남 미황사에서 열린 참사람 향기 참선 수련회에서 참가한 재가불자들. 사진=이준엽 기자.


지난해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 선원장 초청법회’를 시작으로 일기 시작한 선풍(禪風)이 새해 들어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부산 범어사에서 3월 5일부터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10대선사 초청 설선대법회’가 열리는가 하면 천년고찰 미황사(주지 금강. www.mihwangsa.com)에 재가자를 위한 상설 참선 프로그램이 개설됐다.

그동안 참선수행은 출가한 스님들이 전통선원에서 정진하거나, 단기간 한시적으로 여름 휴가철을 이용한 일반인들의 참선수련회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천년고찰 미황사가 펼치는 ‘특별정진 참사람의 향기’는 불교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참선 인구가 크게 늘었고 제대로 된 수행처를 갈구하기 때문이다. ‘특별정진 참사람의 향기’가 열리던 미황사에서 첫 날을 함께 했다.

2월 19일, 우수절기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날. 땅끝 해남 달마산으로 일단의 무리가 모였다. 서울 경기뿐 아니라 멀리 호주에서 비행기로 날아온 이도 있었다. 고3이 되는 학생에서 정년퇴직에 이르기까지 면면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마음에 큼직한 보따리를 안고 있다.

그 보따리가 문제였다. 현대인이 짊어지고 살아가는 마음의 짐이 이곳 달마산 미황사까지 발걸음을 재촉했던 것이다.
정진의 시작은 핸드폰, 지갑 등 잡다한 살림살이를 봉투에 밀봉하면서 시작됐다. 옅은 황토색 수련복을 입고 나니 저마다 제각각이던 존재들이 외형상 평등해 보인다.

“여러분은 밖으로만 치닫는 몸을 고요히 놓아 두기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것은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몸짓 방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지도법사 금강 스님의 첫 지도는 사찰예절 습의였다. 좌차(나이순으로 자리배치)에 이어 차수-합장-절에 이어 좌복 위에 앉는 자세가 소개됐다.

여기까지는 여느 수련회에서의 지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입제식도 하기 전에 수행이 오래된 이나 초보자나, 학력이 높은 이나 그렇지 않은 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나 낮은 이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똑같은 위치로 낮아지는 묘한 분위기였다. 이것은 오랫동안 수련회를 이끌어온 금강 스님만의 경륜이다.

정진은 2년 전에 건립된 세심당에서 펼쳐졌다. 외형은 50여 평 규모로 전통 사찰양식이지만 내부는 초대형 프로젝트와 최신 음향시설이 갖춰진 수련전용 공간이다. 특별정진에는 수행의 효과를 최대화 하기위해 참가인원을 20명으로 한정해 이번에도 몇 사람은 시작도 하기 전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금강 스님이 잠시 혼침에 든 재가불자를 경책하고 있다.



저녁부터 본격적인 좌선이 시작됐다.

“참선은 삶의 예술이다”고 전제한 스님은 수행에 있어 몇가지 조언을 했다.

첫째, 수행관 안에서 수행하라. 빛과 바람이 접하는 곳에서는 마음을 통찰하는 힘이 없어진다. 수행관에는 항상 좌복이 깔려있으니 언제든 수행관 좌복에 앉아라.

둘째, 끝까지 남아라.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본인뿐 아니라 다른 도반의 공부까지 방해하게 된다.

셋째, 졸음에 굴복하지 말라. 앉아있는 동안만은 어떻게든 이겨내라.

넷째, 과식은 절대 금물. 수행기간 중 발우공양을 하고 아침은 죽에 오후불식 한다.

다섯째, 수행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라. 그동안 알고 있는 알음알이, 갖가지 수행법은 모두 버려라.

여섯째, 묵언 등의 수행청규를 지켜라.
수행 기간 중 익혀야할 습의로 첫날이 지나가고 정진 이틀째를 맞았다. 수행에서 가장 힘든 하루다. 모든 것이 몸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2~3일만 잘 넘기면 그 뒤로는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수행이 수월해 지는 것이 수련회의 특성이다.

하루 일정은 좌선 8시간과 운력, 다도, 산행, 법문의 연속이다.
수행은 ‘40분 좌선, 20분 경행’으로 진행된다. 둘째 날은 하루 종일 앉아서 호흡만 한다. 코로 숨을 아랫배까지 깊게 들여 마셨다가 몸 안에 있는 온갖 찌거기와 함께 내 뱉는다.

금강 스님은 “3일째에 수식관(數息觀)을 들고, 숫자를 세지 않고 마음과 호흡이 일치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화두에 들어간다”고 공부의 단계를 소개한다. 각각의 단계는 매일 진행되는 수행점검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참선 수행자의 필독서인 ‘신심명’ 강의와 스님들의 참선법문이 덧붙여지면서 효과적으로 공부가 나아가게 된다.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템플스테이가 단순한 사찰체험이라면 ‘참사람의 향기’는 집중 참선 수행이다. 금강 스님은 그동안 갖가지 수련회를 개최해 다양한 수행방법을 시도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명상센터를 찾아가 직접 체험해 보고 가장 한국적인 수행법을 정립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참사람의 향기’이다.

“짧지만 8일간의 수행을 마치면 모두가 놀라운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자유로우며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여기에서 익힌 수행은 일상생활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계속 공부해 나가도록 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참사람입니다. 수행을 통해 참사람의 향기를 널리 펴는 것이 미황사 특별정진의 참 뜻입니다” (061)533-3521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현대인들의 명상과 수행에 대한 욕구는 늘고 있으나 마음내면 언제든지 정진할 수 있는 도량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일반인을 위한 참선 전문 수행도량 조성을 발원한 금강 스님(사진)은 5년 전 미황사 주지를 맡으면서 장기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불사를 펼쳤다.

수행관인 세심당이 건립되고, 사찰체험인 템플스테이가 성황을 이루자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새해 들어 ‘특별수행 참사람의 향기’를 시작했다.
“일주일 단위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하루가 추가되면 시간 감각을 잃어버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7박8일은 시간을 잊고 수행에 전념 할 수 있는 최적의 기간입니다.”

7년 전, 백양사에서 펼친 참사람 수행결사를 맡았던 금강 스님은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4박5일 사찰수련회에서 하루를 늘리면 효과가 두배 이상 급상승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처럼 풍부한 수련회 경험을 바탕으로 내놓은 것이 이번 특별수행 프로그램이다.
더구나 달마산 미황사는 주 5일 근무제와 땅끝 해남이라는 공간적 거리감으로 국내 최고의 수행처로 부상하고 있던 중이다.

사찰 벤치마킹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황사는 그동안 ‘한문학당’ ‘산사음악회’ ‘괘불재’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산중사찰의 모델로 꼽히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련의 행사는 “‘참사람의 향기’를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스님의 설명.
일반인을 위한 참선 특별정진을 기획하고 준비, 진행까지 맡고 있는 금강 스님은 “수행은 평생을 두고 가야 하는 길이다”며 “미황사에 오면 누구나 참선의 진면목을 체득해서 갈 것이다”고 말했다.

미황사에서 펼쳐지는 특별정진은 두 달에 한번씩 진행되고, 내년부터 매월 1회씩 정례화된다.



2005년 일정

2차: 4월 16일~23일

3차: 6월 18일~25일

4차: 8월 20일~27일

5차: 10월 22일~29일

6차: 12월 17일~24일
해남=이준엽 기자 |
2005-02-23 오후 2: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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