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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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 본분은 오로지 부처님 법대로 사는 것”
[한국의 비구니]화운사 능인선원 선원장 지명 스님


화운사 능인선원 선원장 지명 스님.
“어린 것이 멀고도 험한 길을 오게된 것은 전생에 숙연(宿緣)이 있어서 그러하다. 공부 잘하면 성불할 것이다.”

용인 화운사 능인선원 선원장 지명 스님(85)은 1931년 금강산 유점사 조실로 있던 만공 스님으로부터 이런 수기를 받고 불법에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천석군 집안의 과수였던 속가 이모 승윤 스님이 만공스님 문하로 출가하자, 지명 스님 역시 수덕사 금선대에서의 만공 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받고 머리를 깎았다. 지명 스님의 나이 13살 되던 해였다.

만공 스님이 정혜사 큰방에서 설하신 ‘견성(見性)’을 내가 이루어 보리라는다는 원을 세운지 꼭 73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미수를 바라보는 지명 스님은 일생을 참선 정진한 비구니계의 원로선지식으로 불리고 있다.

지명 스님은 1921년 수원의 불심 돈독한 농사꾼이었던 아버지 김익배, 어머니 안간난의 2녀중 장녀로 태어났다. 갓 출가한 스님은 선방에 앉아 ‘견성’을 위해 참선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만공 스님은 수덕사에서 사집을 마치고 19세가 되던 해 겨울에야 겨우 지명 스님이 선방에 방부를 들일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듬해 1939년 선방에서 용맹정진하던 지명 스님에게 만공 스님은 “아난존자에게 가섭이 도각문전에 찰간착(倒却門前 刹竿着) 하라 하니 아난이 대답을 못하고 교족(翹足)공부 칠일칠야를 하여 활연대오(활연대오) 하였는데, 지명아 너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지명 스님은 “꺾을 것이 없는데 무었을 꺾으란 말입니까”라고 답했다. 만공 스님은 “더더욱 공부 열심히 하여라”며 지명 스님을 격려했다.

이 일이 있은 지 얼마후 만공 스님은 “성품이 공하니 경계가 고요하고 마음이 비추는 달빛은 시방세게를 비추더라(性空復境寂 心月照十方)”라는 게문과 ‘월조(月照)’라는 당호를 내려 지명 스님의 공부를 인가했다. 이때부터 지명 스님은 “흉중에는 의정(疑情)이 가득해 일상생활 하는 동안에도 화두를 놓지 않고 정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42년 석우 스님으로부터 비구니계를 수지하고 45년 만공 스님의 열반 추도문을 직접 썼다. 얼마전 입적한 숭산 스님과는 법담을 나누는 도반으로 오랜 세월을 같이 했다.
스님이 첫 주지 소임을 살게 된 것은 53년 서산 개심사에서였다. 황폐했던 개심사를 재정비 한하느라 여념이 없었던 스님은 62년에 우암 차재윤(1971년 입적) 거사로부터 화운사의 주지직을 제의 받았다. 불심이 두터웠던 우암 거사는 자신이 창건한 화운사의 부지 가운데 일부를 조계종에 등록하고 나머지를 비구니 스님들이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재단 법인 ‘능인학원’으로 만들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화운사 비구니 강원도 이 무렵 시작했다. 대강백 대은 스님을 모시고 학인들을 가르치며 농장과 과수원 농사로 화운사 강당, 요사, 대웅전, 선원을 비롯한 대작불사를 이뤄 냈다. 화운사 대중들의 고생도 말할 수 없었다. 강사를 구하지 못해 85년 강원을 닫고 다시 88년 선방을 열면서 최근까지 수많은 제방 수좌들과 함께 했다.

지명 스님은 지난해 하안거에도 선원장으로 방부를 올렸다. 공식적인 조계종 최고참 선객이다. 비록 지금은 몸이 불편해 대중들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결제가 시작되면 선객들을 제접하고 공부를 점검한다.

“중의 본분은 오로지 정진해 부처님 법대로 사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지명 스님은 요즘도 한치의 빈틈없이 여일하게 수행정진으로 하루를 보낸다. (031)335-2576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2005-02-12 오후 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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