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승단 - 체계적 활동 지원위해 필요! 정체성 분명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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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승단이 경찰불자들에게 도움은 주지 않으면서 간섭하고 관리하려드는 것은 말이 되나요?”
“경찰불자들의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대안일 뿐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경찰불자들로 구성된 대한민국경찰불교회(이하 경불회)와 전국 경찰관서에서 활동하는 경승들의 모임인 대한불교경승단(이하 경승단)의 해묵은 감정싸움이 다시 노출되고 있다. 경찰포교 분야에서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는 두 단체가 서로 서운한 감정을 삭이지 않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발단은 경찰청 경승실로부터 불거졌다. 경승실 운영과 법당 불전금 관리를 경승단에서 독자적으로 시작하자, 경찰청 불교회는 “경승 스님들이 제역할은 하지 않으면서 법당과 불교회 운영에 대해 간섭·관리하려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경불회가 경찰청 인터넷 홈페이지내에 있는 ‘경불회 게시판’을 통해 공개한 경찰청 경승스님들의 법회 참석회수에서 경불회의 불만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글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총 41회의 법회 가운데 경승이 주관한 법회는 네 번 뿐이다. 한 경승 스님은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조계종 포교연구실장 진명 스님 24회, 신도국장 원철 스님 2회, 김진홍 경불회 사무국장 7회, 태고종 원로의원 덕화 스님과 남강수 포교사가 각각 2회씩 법회를 주관했다. 이에 대해 경승단 관계자는 “진명 스님과 원철 스님은 두 분의 경승스님을 대신해 참석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경불회에서는 “경찰청 불교회 고문 자격으로 참석한 진명 스님의 활동을 경승을 대신한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경승단 사무국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조계종포교원이 경불회에 산하단체 등록을 권유하면서 두 단체간 관계는 악화됐다. 경불회는 조계종포교원에 등록하지 않았지만, 포교원의 등록권유를 경승단의 경불회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계종포교원은 어차피 경불회에 대한 지원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계종 산하단체로 등록할 경우 보다 많은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등록을 권유했을 뿐 강요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경승단도 경불회에 대해 “정체성이 모호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경불회가 조계종포교원 등록 거부이유로 제시한 신도단체가 아닌 경찰조직내 동호회라는 주장은 불교모임으로써 존립이유를 망각한 부적절한 처사라는 것. 하지만 경불회는 조계종 신도로만 구성된 모임이 아닌 것만으로도 충분히 등록을 거부할 이유가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경불회와 경승단간 감정의 골이 깊어져 서로 불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경찰포교를 이끌어야 할 두 단체의 협조체계가 흐트러져 효과적인 포교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이에 따라 경찰포교 활성화를 위해 두 단체가 화해와 협력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승으로 활동하고 있는 덕화 스님은 “두 단체간 신뢰 회복과 역할 분배, 관계 재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승단은 경찰불자들의 신행을 지도·지원함으로써 경찰불교회의 자율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경찰불교회는 바른 신행과 포교활동으로 재가불자로서의 소양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찰포교 효과를 높이기 위한 체질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승단은 경승들의 활동실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경승의 해·위촉 추천권을 바르게 행사해 실질적으로 포교에 나서는 스님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경불회도 110개가 넘는 불교회를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중간관리 조직을 정비 또는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포교 활성화를 위해 두 단체가 서로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갖추어 나가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포교사회학과)는 “경승단과 경불회는 경쟁의 관계가 아니라 경찰불교를 짊어지고 나란히 굴러가야 할 양 수레바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