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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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불길, 억겁의 눈물
<512호 나의수행법> 김기현 변호사(中)


김기현 변호사.
화두 참구 사흘째, 스님은 “오늘부터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그만두고자 하는 욕구도 강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렇게 쏟아지던 잠은 간 데 없이 사라졌다. 이제 공부가 제대로 되려나보다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무렵부터는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서 통곡하는 사람도 나왔고 여기저기서 훌쩍거렸다. 그러나 그런 변화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화두 공부 중에 알 수 없이 생긴다는 점에서 모두들 창피함은 없었다. 신기하기조차 했다. 좌복에 앉아 가만히 화두 의심을 했을 뿐인데도 저런 변화들이 몸 안에서 발생하다니. 나도 급기야는 저녁부터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 이후로도 3일간이나 화두만 들면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고, 내가 무슨 몹쓸 짓을 그리 많이 했기에 이리 눈물을 많이 흘리는지. 이 모든 것이 지난 세월 제 ‘무명(無明)’과 ‘악업’을 씻어내는 눈물이라고 생각돼 참회를 많이 했다. 그런 내 몸의 변화를 스님에게 말씀 드렸다. 그러더니 스님은 그 순간에도 화두를 놓치지 않았는지 되물었다.

“어떤 경계(체험)가 오더라도 그것에 현혹되지 말고, 참 나를 몰라 답답한 그 마음만을 밀고 나가라. 지금 이 순간 눈물이 왜 흘러내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순간에도 화두 의심을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다시 자세를 고쳐 앉고,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답을 찾으란 말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 몸속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호흡과 장기들(특히 심장의 박동)이 있음을 알고 온몸으로 답을 찾는다는 것은 ‘내 몸을 관찰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다시 집중했다. 그러나 머리만으로는 화두 공부를 절대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수일이 지나기 전에 뼈져리게 알게 됐다. 그 역시 마음공부는 머리나 입이 아니라 온몸으로 해야 함을 알게 됐다.

화두 참구 나흘째, 십 수 명의 사람들이 화두 공부 중 경계를 보았다며 스님께 점검을 받고 초보자반을 빠져 나갔다. 이로 인해 갑자기 선방이 넓어졌다. 남은 도반들과 함께 선방에 남아 계속 정진했는데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에 공부는 더욱 더 진전이 없었고 다리에 통증만 가중됐다.

화두 참구 닷새째, 전 주에 있었던 송광사 수련회에서 맛보았던 신기한 현상(오로라막이 날 보호하는 현상)을 스님에게 묻고 화두 공부상의 답이길 바랬다. 그러나 스님은 씩 웃으시며 “좀 더 정진하라”고 했다. 다시 화두를 들고 ‘검지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누구인지’ 찾았다. “잉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 가다가 폭포를 만나면 그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야 용이 된다”는 스님의 말씀을 상기하면서, 다시 온몸으로 화두를 들었다.

그러자 가슴이 더더욱 답답해졌다. 밤이 돼 기숙사로 돌아왔지만 이젠 잠도 오지 않았다. 침대 옆에 자리를 펴고 앉아 화두를 다시 들었다. 화두를 들기만 하면 왜 그리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는지 손수건이 축축해졌다.

비몽사몽간에 화두 공부하다가 날이 밝았다. 화두참구 엿새째가 됐다. 선원에서 스님 법문을 듣고 다시 온몸으로 화두를 들었다. 한 참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는데, 갑자기 알 수 없는 어떤 기운이 형성됐다. 가만히 관찰해 보니 실로 잉어가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듯이 알 수 없는 기운이 내 몸 안에서 위로 솟구쳤다. ‘바로 이것이구나!’ 하고 순간 기뻤다.

그런데 그 기운이 솟구치다 말고 중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이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한 참 올라가다가는 자꾸 떨어졌다. 스님은 “한 번 떨어지면 처음 화두를 받았을 때처럼 다시 화두를 들라”고 했다. 지금껏 찾아 올라온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니 너무 야속하기만 했다. 결국 오늘도 화두 공부상의 답을 찾지 못하고 하루가 흘러갔다. 옛 스님들이 깨침을 얻지 못하고 하루해가 지면 통곡하며 운다는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계속>

김기현 변호사 |
2005-02-01 오후 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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