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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회 박영재 법사가 말하는 ‘무문관’ 공부법

무문관 48칙은 타파한 처음의 화두를 일일이 점검하는 ‘공안 예제(例題)’가 된다는 박영재 법사.
‘화두 하나만을 타파하면, 1천7백 공안에도 막힘이 없는가?’
간화선 재가수행자모임 선도회(禪道會)를 16년간 지도해온 박영재 법사(50ㆍ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그렇다’라고 말했다. 단, 전제조건을 달았다. 무문관(無門關) 공안 48칙을 하나하나 타파할 것과 스승과의 지속적인 화두점검이었다.

그럼, ‘하나가 곧 모두가 된다(一卽多)’는 것과 무문관 48가지 공안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박 법사는 ‘체(體)와 용(用)’의 원리로 설명했다. 즉 무문관 1칙 조주 무자든 공안 하나를 타파하면, 다른 공안들을 통해 투과한 그 화두의 활용 능력을 점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무문관 48칙은 타파한 처음의 화두를 일일이 점검하는 ‘공안 예제(例題)’가 된다. 또한 수행자들에게 다양한 공안들을 제시, 근기에 맞는 공안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에 박 법사는 무문관 48칙이 ‘사다리’ 선수행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1월 22일 오후 5시, 선도회 겨울 철야정진이 열리던 서강대 성당 211호 기도실에서 박 법사를 만나, 무문관 수행법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지를 물었다. (02)705-8453. www.seondo.org


1월 22~23일 서강대 성당 기도실에서 열린 선도회 겨울철야정진 현장.


무문관(無門關) 화두공부법은 무엇인가

-무문관 수행법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간화선 수행전통을 그대로 살려 오늘날 현실에 맞게 활용한 수행법이다. <무문관>은 중국 송대의 무문혜개(無門慧開, 1183~1269) 선사가 1700여 칙(則)의 공안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48개의 공안을 가려 화두 참구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여기에는 동시대를 함께 호흡했던 선배 선사들의 핵심 공안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 48칙 공안의 본칙(本則)과 평창(評唱), 송(頌) 등의 원문을 읽고 해석하며 알쏭달쏭한 공안들을 하나하나 타파하는 것이 무문관 화두공부법이다. 때문에 무문관은 ‘간화선 수행의 나침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선전통에서는 단계별 공안 공부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무문관은 화두의 순차적 타파를 강조한다. 왜 그런가

-무문관 수행은 사다리를 밟아가는 공부가 아니다. 수행해서 체득한 바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점검하는 것이다. 무문혜개 선사가 지은 무문관은 자기 힘으로 공안을 타파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간화선 지침서다. 그래서 사다리 공안이라고 할 수 없다. 일제시대 경허ㆍ만공 선사의 일대기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경허 선사는 만공 선사가 화두공부에 막혀 있을 때, 다른 화두를 주고 점검했다. 수행자에게는 인연 닿는 화두가 있다는 의미다.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화두를 바꿔줘야 한다. 무문관 공안집은 수행자의 수기(隨機), 즉 기틀에 따라서 수행자들을 인도했다. 수행자의 기틀에 맞는 공안을 3~4개 줘 점검하는 것이다. 경허 선사가 만공 선사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무문관 48칙을 다 통과하면, 다른 공안에도 막힘이 없게 되는가

-무문관 48칙을 투과하면, 다른 공안도 한 꼬치에 꿸 수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무문관 수행법의 핵심은 선의 체(體)와 용(用)의 측면에 있기 때문이다. 즉 지혜의 체득과 활용이다. 무문관 48칙은 선의 활용에 대한 능력을 갖췄는지 다른 관점에서 점검하면, 다른 공안에도 막힘이 없게 된다. 중국 남송 무문혜개가 집대성한 48칙 공안집 <무문관>은 유기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제1칙 조주의 무자공안(趙州狗子)이 나머지 47칙을 이끈다. 조주 무자공안을 제대로 체득을 했는지 47개 공안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무문관의 1칙 조주의 무자공안이 전형적인 모범문제라면, 나머지 47개는 그것을 제대로 잘 체득했는지를 다시 한번 여러 가지 관점에서 풀어보는 예제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튿날 23일 새벽4시까지 진행된 철야참선정진에 재가선객들의 수행열기가 뜨겁다.


그럼 무문관 수행법이 초심자에게 단계적인 화두공부의 길을 제시하는 셈인데, 일상 속에서 무문관 화두공부법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자기 맡은 일에 100% 뛰어드는 것이 바로 수행과 둘이 아님을 알면 된다. 먼저 무문관 수행에 앞서 ‘수식관(數息觀)’을 해야 한다. 수를 세면서 호흡하는 무문관의 예비수행법이다. 온갖 번뇌망상이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화두를 들려고 해도 들 수가 없다. 잠깐 들리다가도 온갖 잡념이 춤을 춘다. 그럴 때, 수를 세면서 호흡에 집중해 그 망상을 제어해야 한다. 수라는 강력한 망상 하나만 일으키는 것이다. 수식관은 화두를 철저히 붙들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첫 걸음이다. 수식관을 통해 붙드는 힘, 즉 집중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찰칙(察則)이다. 선사들의 서로 주고받는 선문답을 다 빼고, 화두에만 의심을 일으킬 수 있는 간소화된 화두다. 화두 붙드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마치 태권도 선수의 체력단련이 수식관이라면, 찰칙은 연습게임에 해당된다. 그리고나서 본격적인 48칙 무문관 수행에 들어가게 된다.




선도회 무문관 수행법의 특징은?

-‘입실점검’이 무문관 수행의 핵심이다. 입실점검은 그동안의 화두공부 과정과 그 정도를 점검하는 것이다. 또 흐트러진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된다. 이 같은 무문관의 입실지도 전통은 이미 중국 남송대의 독참(獨參)과 총참(總參)이 있다. 독참은 혼자서 조실 스님 방에 들어가 자유롭게 점검을 받는 것이고, 총참은 선원의 수행자 전원이 들어가는 것이다.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도 업혀서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조실 스님의 주장자에, 발길질에 채이면서 초긴장 상태에서 화두를 들게 된다. 그 상태에서 입실점검을 하니 공부가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입실점검이 궁극적으로 화두공부의 지름길이 된다.




선도회는 입실지도를 통한 공부점검을 강조한다. 왜 그런가

-비유하면, ‘박사학위와 인가’로 들 수 있다. 지도교수가 학생에게 박사학위를 줄 때의 시점이 언제냐면, 혼자서 독자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또 이제는 제자를 받아서 제자에게 학위를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때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을 때, 박사학위를 주는 것이 아니다. 인가라는 것은 석가세존처럼 대각을 이뤘을 때 주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샛길로 빠지지 않고 혼자서 철저히 지속적인 선수행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제자를 육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때 인가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입실지도 점검이 중요하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2005-01-26 오후 1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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