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 신행 > 수행
"의심의 불길, 억겁의 눈물"
김기현 변호사의 간화선 체험기(상)

김기현 변호사.
2003년 사법연수원 1년차 여름휴가를 맞이해 ‘내면세계로의 여행’을 떠났다. 조계사 무료법률상담 및 서울노인복지센터 무료급식봉사활동을 마치고 곧장 서울 안국선원에서 개설한 간화선 초보자반에 들어가 9일간 수행을 했다. 그 때의 체험을 담아본다.


# 의심의 불길, 절망

그해 7월, 안국선원에서 난 “종교는 진리로 가기 위한 방편이지 목적이 아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고급종교가 있고 진리를 깨닫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법문을 들었다. 그리고 스님 법문 말미에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이것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때는 그것이 ‘이 뭣고’ 화두인지도 몰랐다. 궁금했다. 무슨 의미일까?

화두 참구 첫째 날, 스님은 똑같은 화두를 다시 주었다. 그리고 그 화두를 온몸으로 찾으라고 했다. 누군가가 “제 손이 움직이게 합니다”라고 대답하자, 스님은 “손이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면 죽은 송장도 손이 있는데, 그 손은 왜 움직이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손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며, 움직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 손으로 하여금 움직이게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답을 해보라”며 다그쳤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앞도 뒤도 옆도 모두 벽으로 막힌 듯 실로 답답하고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숨쉬기도 곤란해졌다.

“머리가 없다 생각하고 온~몸으로 화두 공부를 하라. 생각이 끊어진 곳에서 생각하라”는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머리로만 답을 찾아 왔는데, 온몸으로 답을 찾으라니 속수무책이었다. 그럼 “말이 끊어진 곳에서 말이 이어지고 생각이 끊어진 곳에서 생각이 이어진다”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고,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온몸이 답답해지고 호흡이 급해지며, 알 수 없는 괴로운 기운들이 나를 위협하고 금방이라도 내가 어떻게 잘못 될 것처럼 두려워졌다.


# 억겁의 눈물 그리고 편안함

스님 법문 후 좌복을 두껍게 깔고 반가부좌를 해 앉으니 항상 움직이는 습에 벤 몸뚱이가 적응을 못하고 자꾸만 잠에 떨어졌다. 마치 함께 돌던 그릇이 멈추어도 그 안의 물은 계속 돌다가 멈추듯이, 앉아 있어도 이놈의 몸뚱이는 온통 번뇌 망상에 빠져 날뛰고 중간 중간 스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지만 역시 잠만 쏟아졌다. 소득 없이 하루를 마감하고 사법연수원 기숙사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할까?”하며 후회했지만, 이젠 너무 늦었다. 어차피 시작한 것 끝까지 가보자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화두 참구 이틀째, 연수원 내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선원으로 갔다. 스님은 오전에 1시간에 걸쳐 어제 수행 과정상의 잘못과 오늘의 수행 방법에 대해 법문해줬다. 이번 과정에는 휴가 등으로 인해 참선 수행자가 많아 오후에도 한 번 더 점검해줬다.
“‘누가 검지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가?’ 라는 질문은 이미 내가 던졌다. 여러분은 답만 찾아라. 질문만을 반복하고 있을 셈인가? 질문은 잊고 오직 답만을 찾아라. 지금 답을 몰라 답답한 것이 아닌가. 그 답답한 의심이 바로 답이다. 오직 그 답답한 마음만을 밀고 나가라” 라고 했다.

“화두를 들고 답을 찾으라”고 하시는데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은 화두를 어떻게 든단 말인가? 온몸으로 답을 찾는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검지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누군가?”라는 문제만 떠오르고, 무슨 말인지 도대체 감을 잡지 못했다. 계속 선방에 앉아 있으나 졸음에 망상만 몰려오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생각이 끊어진 뒤에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정말 답답했다. 스님은 “공부가 되고 있는 중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화두란 알려고 하는 마음속에서 비롯되는 갑갑함이고, 그 갑갑함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바로 화두를 제대로 들고 있는 거다”라고 했다. 그럼 화두를 들고 있다는 말은 갑갑함이 존재한다는 것이겠지. <계속>

김기현 (변호사) |
2005-01-25 오후 3:20: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