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Just feel. And whatever happens in the room, follow me(단지 느껴라. 그리고 방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나를 따라오라).”
올해 들어 처음 시작한 연등국제불교회관의 티베트 명상수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티베트 명상’을 배우고자 모인 외국인들을 위해 티베트명상 지도자 마크씨가 무료로 마련한 수업. 그 수업의 첫 과정은 커다란 물음표를 가진 채로 우리 마음을 살피는 것, 즉 위빠사나 명상이었다. 마크 씨는 그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의식을 자극한다 해도,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라 했다. 모든 문제는 ‘흘러가는 생각’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것에 집착할 때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을 새롭게 살지 못한다. 강둑에 앉아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듯, 우리는 그냥 마음을 그대로 살피면 되는 것이다.
티베트 명상 지도자 마크씨는 초지일관 차분하고 능숙한 안내로 10여명의 사람들의 고요와 평정을 이끌었다. 간간히 전화벨이 울리기도 하고 수업에 늦은 참가자들이 미닫이문을 여닫아 ‘잡음’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움직이는 마음을 관하는 시선은 마음 밖에서 끊임없이 이어졌다.
| ||||
그렇게 40여분이 흘렀을까. 참가자들은 지도자의 안내에 따라 위빠사나 명상을 끝내고 ‘지금-여기’에서 명상하는 의미에 대한 생각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구 한켠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있는데, 여기에 앉아 마음의 평안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언젠가는 죽을 운명인데 심신을 다스리는 훈련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 명상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과연 정당하고 의미있는 순간이란 언제란 말인가.
결국 논의는 삼사라(Samsaraㆍ윤회)로 이어지고, 서로의 생각을 보태고 다듬던 이들은 명상의 본디 의미를 새기며 의견을 모았다. “결국 명상이란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며, 자신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되면 고통 또한 끝낼 수 있다. 그래서 이 순간이 중요한 것”이라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티베트 고유의 명상수행법 ‘통렌’ 수련이 제시됐다. 통렌은 주고받음의 수행으로, 어둡고 나쁜 것을 들이마시고 밝고 좋은 것을 내뱉는 수행법이다. 티베트불교에 따르면 사람들 가슴 한가운데에는 ‘내가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상징하는, 즉 자기애가 형상화된 ‘진주’가 자리잡고 있다. 이때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고통 등을 들이마시게 되면 고통이 진주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진주를 닮은 선한 날숨으로 변하게 된다. 이 빛나는 날숨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즉시 흡수되면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다.
이 같은 ‘고통을 흡수하고 사랑을 내어주는’ 자비의 수행법을 진행하는 동안 이 자리에서 명상을 처음 접한 외국인은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내 마음속 진주의 견고함에 놀라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쏟았던 것. 그러나 그는 자신의 숨으로 그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빛나는 숨을 무한히 가꾸는 ‘공기청정기’가 되기로 했다. 맑고 밝은 치유의 숨을 내보내려는 ‘티베트 명상강좌’ 참가자들의 시도는 매주 토요일마다 그렇게 이어진다. (02)762-5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