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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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수계법회에서 연비하는 불자들
오직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는 우리의 삶을 대립과 갈등의 극한으로 치닫게 하고, 고도의 물질문명은 사람들을 ‘탐욕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 삶의 가치와 인간의 궁극적 가치는 ‘단지 철학적 명제’로만 치부될 뿐이다.

삶의 본질에 대한 외면은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들고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모든 것을 혼탁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는 ‘나’를 찾아야 한다. 내가 먼저 바뀌어야 ‘우리’의 삶이 건강해지고 가정과 사회, 국가, 세게가 건강해 질수 있다. 부처님의 삶이 그것을 말해준다.

오계, 자비봉사, 참회 등을 통해 ‘내 삶’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지를 생각할 때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나’를 먼저 바꾸자!


'나’에게 엄격하자! - 오계 지키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를 좇아 생각하고 행동하려 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본성이 자기중심적 사고로 치우치면 결국 가족, 사회, 국가의 건강을 좀먹는다. 실제 ‘살인 강도 강간 폭력 사기 권력형비리’ 같은 모든 아귀다툼은 인간 본성을 통제하지 못하는데서 출발한 악업이다.

‘죽이지 말라(不殺生) 훔치지 말라(不偸盜) 음행하지 말라(不邪淫) 거짓말하지 말라(不妄語) 술먹지 말라(不飮酒)’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반드시 불자만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모든 이들이 지켜야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이는 시대와 장소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켜야할 인간의 기본적인 윤리규범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5월에 실시한 본지 설문조사에서 불자들의 계행 정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2%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로 실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 자신을 진정한 불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힌바 있다. 이는 불자들이 계행의 실천을 불교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현실에서 계행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오계를 삶을 건강하게 하는 기본적인 규범으로 봤을 때, 불자들조차 오계를 지키기 부담스러워 할 정도라면 하물며 일반 국민 개개인은 어떻겠는가?

12월 중순 경기도 모 사찰의 수계법회에서 만난 정선화(33) 보살은 “오계 가운데서도 남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말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한다. 6년 전 계를 받았다는 정보살은 “그냥 착하게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부처님 말씀대로 살고 싶은데 생활 하다보면 그게 잘 안된다”며 쑥스러워 했다. 또, 자녀들의 권유로 이날 수계식에 참가한 권혁길(63) 거사는 “진정한 불자로 살아가기 위해 계를 받은 것이 기쁘기는 하지만 막상 이 나이에 5계를 지키며 살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불자들에게 마저도 오계는 경계와 구속의 의미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국대 목정배 명예교수는 “오계를 지키기 어렵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목 교수는 “‘정견(正見)’을 가진 이라면 오계 정도는 불자던, 비불자든 누구나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오계를 ‘생명을 존중하라, 아낌없이 베풀어라, 청정하라, 진실을 말해 성공하라, 맑은 마음을 지켜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바꾸어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해석한다면 오계는 누구나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오계의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우리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바른 견해’를 가지고 ‘나’자신에게 엄격해지는 데서 ‘우리’라는 공동체를 건강하게 지키나가야 한다. 오계는 ‘구속’이 아닌 깨달음으로 향해 가는 자의 ‘대자유’이기 때문이다.



삶을 가꾸자! - 작복(作福ㆍ복을 짓는 것)

우리는 물질과 외형에만 집착하면서 정작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 데는 인색하다. 자연히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수단과 방법이 동원된다. 더욱이 종교마저도 단순히 자신과 가족의 복락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10년째 아이가 없는 큰 아들의 득남을 위해 산신각에서 기도를 한다”는 김순희(68) 보살. “고3 아들의 명문대 합격을 위해 남해 보리암에서 100일 기도를 했다”는 최정희(45) 보살. 남편의 사업번창과 자녀들의 건강을 위해 매일 염불을 한다는 정한숙(56) 보살.

이처럼 불자들조차 맹목적으로 부처님께 ‘~을 이루어 달라’는 기복신앙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에게서 불교의 본래 목적인 자아 성찰과 진리탐구는 멀게만 느껴진다.
본지가 2003년 5월, 재가 불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신앙형태에 관한 설문조사(421호)에 따르면 5ㆍ60대 불자 중 67%가 종교에 대한 이성적 신앙보다 무조건적 기복신앙의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된바 있다.

그러나 정토회 대표 유수 스님은 “맹목적인 기복은 ‘우리 자신이 본래 부처다’고 설한 부처님 말씀을 믿지 못하는 잘못된 믿음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누구나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미래의 행복도 결정된다는 부처님의 인연법에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화방사 주지 효천 스님도 “세속적인 복락을 구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바람이며 이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자비를 실천하는 삶’과 ‘수행으로 깨달음을 구하는 삶’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방법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건국대 성태용 교수는 ‘복(福)채점표’를 만들어 볼 것을 권유한다. 복 채점표란 일정 단위의 재화나 노력을 어떤 복을 짓기 위한 일에 썼을 때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예상되는 복을 다시 일정한 단위로 표시한 표를 말한다. 예를 들어 불우이웃돕기는 몇 점, 마을 입구 청소는 몇 점 등의 식이다. 불자들의 경우는 신행관련 항목을 추가하면 된다.

안양시청에 근무하는 김현숙(48) 보살은 “불자라고 말하면서도 누가 불교에 대해 물어보면, 말끝을 흐릴 때가 많았어요. 주말에 사찰을 찾아 예불을 봐도 별로 감흥이 없었고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알것 같아요. 공부하지 않는 이상 깨치지 못한다는 사실을요” 라며 오늘도 퇴근 후 불교대학 강의실로 향한다.

또 국토개발원 김의식(56) 거사도 10년동안 일기를 쓰듯 자신의 신행기록을 채점표 형식으로 꾸준히 작성하고 있다. 김 거사는“매일매일 내 삶을 점검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신행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자기반성의 계기도 마련된다”며 뿌듯해 했다.


베풀며 살자 - 육바라밀의 실천!
각박한 세상이다. 장기화된 경제불황으로 얇아진 것은 지갑이 아닌,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부모가 한밤 중 야산에 버려지고,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굶어 죽어간다. 하지만 전 사회에 팽배해져 있는 ‘나만 건강하고 내 가족만 행복하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는 ‘나 살기도 힘들다’는 당위(?) 앞에 묘한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아직 우리 주위에는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행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다. 불교계에서는 사찰별로 구성된 봉사팀이 인근의 독거어르신과 소년소녀가장들의 생활을 돕고, 포교사단과 불교대학 등의 신행봉사팀은 지역복지관, 군부대 등과 연계해가며 물품지원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또한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와 대한민국경찰불교회, 대한불교전국산악인연합회 등 많은 직장불자들이 바쁜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각가지의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20년째 지역 복지관에서 도시락봉사를 하고 있는 서울 구룡사 신도 강희예(45) 보살과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 자광원 등 노인요양소에서 목욕 및 빨래봉사를 하고 있는 용인 수지포교원 김연희(36) 보살 등 많은 불자들이 지금 이시간도 생활과 봉사를 하나로 실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원봉사나 불우이웃에 대한 기부참여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성인의 48%가 주당 4.3 시간의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호주 역시 15세 이상 인구의 19%가 공식적인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우리 국민들은 불과 10% 미만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개인의 기부문화에 있어서도 우리나라 기부금 액수는 선진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2003년 미국의 기부금은 241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했다. 우리의 경우 2003년 한 해 동안 공동모금회. 적십자사 등 14곳의 모금기관에서 모은 돈은 4256억원으로 GDP의 0.06%에 불과했다.

강희예 보살은 “강남이라면 부자동네인줄 알지만 의외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이 많습니다. 한 끼 도시락에도 진심으로 감사하는 이들을 보면서 남을 위한 마음과 하심의 중요성을 배우게 됩니다”라며 남을 위한 삶이 갖는 보람과 봉사의 참의미를 일깨웠다.

이에 대해 영남불교대학 관음사 회주 우학 스님은 “나와 가정의 복을 기원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참다운 삶을 위해서는 내면의 의식과 마음을 깨워 봉사행 등의 행동과 실천, 수행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수 김은경 노병철 기자 |
2005-01-07 오후 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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