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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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가풍 이어 생활선 주창한 임제선원
종성 스님.
“법은 원래 세간에 있어서 세간에서 세간을 벗어나나니, 세간을 떠나지 말며 밖에서 출세간의 법을 구하지 말라.”(육조단경)

법에 어찌 세간과 출세간의 구별이 있을까. 산중에 있든, 도심에 있든 마음 닦는 공부에는 시간과 장소의 차별이 무의미하다. 육조혜능 스님은 그래서 “삿된 견해가 세간이요 바른 견해는 세간을 벗어남이니, 삿됨과 바름을 다 쳐 물리치면 보리의 성품이 완연하리로다”했다. 분별심을 쳐부수는 것이 선(禪)의 근본이니 분주한 세간에서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힘있는 공부가 될터이다.

서울 관악구청 맞은 편의 봉천7동 주택가 골목길 모퉁이에 자리잡은 임제선원(조실 종성)은 이런 점에서 세간과 출세간을 벗어난 공부도량이라 할만하다. 임제선원의 법조인법회, 교직원법회, 청년법회, 바라밀법회에서 공부하는 공무원, 직장인, 가정주부 등은 바쁜 일상 속에서 간화선을 닦는 불자들이기 때문이다.

6월 27일, 이날은 바라밀법회(회장 한복남, 80)가 있는 날. 20명의 노보살들이 종성 스님의 제자인 법현 스님의 죽비 삼타(三打)를 신호로 예불을 올리고 반야심경을 봉독한 뒤 30분 간의 입정에 들었다. 평균연령이 60대 중반이나 되는 바라밀회 회원들이 꼿꼿이 반가부좌를 틀고 입정한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임제선원에서 신도들에게 법문하는 종성 스님의 상좌 법현 스님.


이어 죽비 삼타로 좌선을 끝내고 법현 스님의 설법이 진행됐다. 법현 스님이 이달 내내 진행하는 설법의 주제는 <신심명>과 <증도가>에 대한 강설. 법현 스님은 노보살들이 혹여 말귀를 못알아들을까봐 미리 복사해 둔 자료를 나눠줬다. 한문 원전에 대한 해설과 스님의 강설이 진지한 가운데 진행되고 쉽지 않은 선 법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하는 회원들이 모습이 이심전심의 모습으로 보였다.

“마음을 밝히고자 하는 사람은 친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쓰지 말고 본래 비어서 한 물건도 없는 자리로 나아갈 것이니, 내 마음이 비어서 걸림이 없으면 육진(六塵) 경계가 전부 비어버린 것이 눈앞에 한 경계 한 법도 없으니 미워하고 싫어하여 피하고자 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법현 스님은 <신심명>의 첫 구절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아서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다)을 거듭 인용하며, 분별심을 쉬어버리고서 빈 마음 자리로 돌아가서 화두를 챙기라고 강조했다.

“참선공부란 화두를 들고서 자기의 모든 감정과 지식이 본래 없는 허공과 같은 마음자리로 뜻을 돌려 일관되게 빈 마음을 가지고 나가야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화두 하나가 성성하고 적적하여 일체 법이 거기에 붙을 수 없고 일체 사량분별이 다 끊어지게 되어서 마음에 힘을 쓸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종성 스님.
법현 스님은 설법과정에서 늘 ‘삼계는 오직 마음 뿐이니, 마음이 일체 현상을 만든다(三界唯心 心造萬有)는 일심(一心)의 도리를 강조했다. 불교의 근본목적은 일체법의 근본인 마음을 밝혀서 진여자성을 보는 명심견성(明心見性: 마음을 밝혀 자성을 본다)에 있다는 것. 때문에 스님은 본래 청정한 나의 자성을 보면 누구든지 깨달음을 성취하여 우주와 하나되는 일심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스님의 열띤 설법은 언제나 생활 속에서도 잊지 말고 공부를 이어가야 한다는 당부로 결론지어지곤 한다.

“일상생활 중에 희노애락과 시비선악(是非善惡)의 파도가 일어나고 영상이 일어나면 일어나고 나타나는 그 자리에서 희노애락이니 시비선악이니 하여 분별심을 내지 말고, 거울과 같이 훤칠하게 밝은 마음을 살펴서 간직하고 나가라는 말입니다.”

‘어느 곳에서든 주체가 된다면 서는 곳마다 모두 참될 것’이라는 임제 스님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의 종지에 따라 참사람, 즉 ‘무위진인(無位眞人)’의 삶을 표방하는 임제선원. 이 곳 신도들은 ‘선은 마음의 도리를 실제로 깨닫는 진리요, 활발발하게 살아서 행동하는 활선(活禪)’임을 강조하는 조실 종성 스님의 가르침대로 삶과 수행을 둘 아니게 닦는 마음 공부로 ‘날마다 좋은 날’을 살고 있다. (02)888-6397
김재경 기자 jgkim@buddhapia.com
2004-12-22 오후 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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