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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곳곳 확산된 2004일터불심 총결산
직장불자회, 한해 살림살이 평가
힘든 한해였다. 장기화된 경제침체로 실업자가 600만명을 넘어섰고, IMF때보다 악화된 시장경제는 수많은 중산층 가정을 무너뜨렸다. 직장인들 역시 겉잡을 수 없이 불어오는 조기퇴직과 감봉 등으로 고된 한파를 격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불황 속에서도 일터불심만큼은 꺼질 줄 모르고 활활 타오른 한해였다. 국회 정각회, 전국농협불자회, 대한민국 여객연합불자회 등이 잇따라 창립하며 사회 곳곳의 일터불심을 일으켰고, 직장불자들에게 효과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다양한 신행방법들이 시도돼 직장불교의 미래를 밝게 했다.

올 한해 동안 직장·직능불자회가 얼마큼 늘었고 신행패턴들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또 풀어야 할 과제들은 없는지 살펴봤다.


▷ 사회 각 분야에서 일터불심 꿈틀

지난해까지 직장불교를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이하 공불련)와 대한민국경찰불교회(이하 경불회)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의 3대회장 취임법회. 현대불교자료사진
양대 산맥이 이끌어 왔다면, 올해는 보다 다채로운 일터불심들이 직장불교에 힘을 더한 한해였다. 지난 11월 제17대 국회 정각회가 6여년간의 공백을 딛고 불교외호를 위해 재창립한데 이어, 농협불자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전국 곳곳에 산재한 농협불자회를 중심으로 전국 조직을 가동 새로운 도약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 고속버스, 관광버스 운전기사 불자연합회인 대한민국 여객연합불자회와 민항기 조종사 불자회가 창립해 ‘불심안전, 안전운행’을 기지로 창립해 하늘과 땅위의 포교활동에 나섰으며,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황우석 교수를 중심으로 서울대 통합교수불자회가 창립돼 전공에 따른 불교연구 장려와 불자교수 발굴 등을 통해 불교연구영역의 외연을 점차 넓혀나가고 있다.

이밖에도 고리원자력발전소 불자 직원 부인들의 모임인 고리반야부인회 등이 창립해 일터불심을 후방지원하고 있다.
공불련과 경불회 역시 올 한해 경기도 제2청사와 부여군청, 천안시청 그리고 인천지방경찰청, 인천해양경찰서, 장흥경찰서, 김포경찰서, 보령경찰서 등지에 불자회를 창립시키며 일터불심을 확산시켰다. 특히 인천해양경찰서 창립은 지금까지 경찰포교의 사각지대로 불렸던 해양경찰청에 불풍(佛風)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걷기명상, 인터넷 불교공부 등 맞춤형 신행

기존 법회중심의 경전읽기와 염불수행으로 한정됐던 직장불자들의 신행패턴이 새벽 걷기명상부터 사이버법회, 퇴근 후 경전공부, 멘토링에 이르기까지 훨씬 다양해졌다.
걷기명상과 인터넷 불교공부 등 맞춤형 신행도 인기다. 현대불교자료사진
경불회 문영찬 총무를 비롯해 이재상 우리은행 불자회 홍보부장 등 많은 불자들이 이른 새벽 인근 사찰을 찾아 새벽예불과 함께 걷기명상 등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춘천시청 도반회와 안양시청불자회는 퇴근 후 인근 불교대학을 찾아 불교공부에 열심이다. 국회직원불교신도회와 한국은행 불자회 역시 점심시간마다 사내 법당에 모여 <법화경>과 <불교경전입문> <금강경> 등을 자체적으로 공부하며 일터 속 불교공부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신행정보와 불교지식을 제공하고 얻는 직장불자들이 크게 증가한 점도 두드러진 변화이다. 이른 아침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 하는 직장불자들이 사찰이나 불교대학을 찾아다니며 신행생활을 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 올 한해 다양한 직장불교사이트 등이 개설되며 불교기본 상식에서부터 경전해설, 불교사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모든 것을 인터넷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40대 직장불자들 사이에서는 사이버불교대학에서 공부하고 가상 성지순례를 떠나는 일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자연스러운 신행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밖에도 작년부터 시작된 가족법회, 가족 동반 성지순례 등은 주5일제 근무제 정착과 더불어 직장불심을 가정으로 확산시키며, 회원 개개인의 신심을 고취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동료직원을 위한 선배들의 멘토링과 성경공부를 통해 불교를 새롭게 인식하는 작업들은 새로운 신행의 장을 열어주기에 충분했다.


▷ 봉사·포교 등 활동영역 확산

더 이상, 회원 개개인들의 신행생활과 직장 내 불자회원들의 친목단체로 만족할 수 없다.
올 한해 일터불심은 포교와 봉사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대한불교전국산악인연합회와 포항교사불자회 등은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위해 ‘청소년 동반 환경 등반대회’와 ‘청소년문화재교실’을 열며
해양경찰서 불자회 창립법회 모습. 현대불교자료사진
차세대 불교주역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고, 대한불자가수회와 한국국방연구원·국방품질관리소 홍릉법우회, 서울 구로구청 불자회 등은 군 포교 현장에서 신심을 불태웠다. 또한 여주교소도, 안동교도소 불자회 등 전국교정인연합회는 업무의 특성을 살려 재소자 상담은 물론 불우한 재소자들에게 영치금을 전달해 가며, 부처님 가르침으로 교도소 포교에 일익을 담당했다.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을 강조하며 온정의 손길을 베푼 직장불자들도 많았다. 바쁜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이들. 공불련과 구로승무사무소법우회 등은 봉사활동의 날과 달을 제정해 독거어르신 및 장애아동들을 위한 노력봉사활동에 나섰으며, 우리은행 서울불자회, 성북구청불자회, 경북지방경찰청불자회 등 대부분의 불자회들이 소외된 이웃을 위한 노력봉사활동과 생활용품 지원활동을 펼쳤다. 또한 선재마을의료회와 경희의료원불자회, 전국병원불자연합회 등은 의료시설이 부족하거나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지역들을 돌아다니며 ‘자비의술’을 펼쳤다.


▷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가장 큰 문제는 직장불자회의 내실화다. 현재 직장불자회는 조직 확대와 직장 내 불자발굴하기에만 치중해 신행의 질적인 면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장불자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노령화현상과, 재정빈곤, 지도법사 부재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장불자회들은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 사찰과 특정 스님에게만 의지하는 운영방식을 버리고 자체 법요집을 제작, 포교사를 법회에 활용하는 등 신행활동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주5일제 근무와 웰빙 등의 시대적 흐름에 따른 신행여건이 다른 직장·직무상의 특성 등을 고려한 신행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생활 속에서 불교를 밀접히 접할 수 있도록 조성해야 한다.

이밖에도 연합회 차원의 법회를 정례화하고 직종간 합동법회, 지역사암연합회와 연계한 사찰순례법회 등을 통해 ‘직장불자 인드라망’ 구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김은경 기자 | ilpck@buddhapia.com
2004-12-21 오후 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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