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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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을 닮은 사람들', 자광원 봉사하던 날
“함께 나눠요. 더불어 사는 세상이잖아요!”

어르신들 목욕을 도와드리고 있는 부처를 닮은 사람들.
“배 아퍼. 배 아퍼. 약줘….”
최필예 할머니가 걸레질을 하는 김현순(40·수정도) 보살의 손을 자꾸 잡아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할머니에게 다가가 배를 쓸어보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물어보지만, 최필예 할머니는 아프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잡은 두 손을 놓지 않는다.

‘어디가 정말 많이 편찮으신 것은 아닐까.’ 걱정과 불안감에 두리번거리며 복지사를 찾는 김 보살에게 퉁명스런 말 한 마디가 들려온다. “관심을 끌려고 그래요. 그렇게 해야 봉사자들의 눈이 한번이라도 더 머물러 주니까….”

12월 19일 일요일. 신행봉사팀 ‘부처를 닮은 사람들(대표 의선·수지포교원 주지)’이 자광원 어르신들을 찾았다. 연말이라 송년모임이니 여행이니 다들 제 한해 마무리하기에 바쁘지만 부처를 닮은 사람들은 무의탁 및 치매, 중풍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요양시설인 자광원을 찾아 봉사에 나섰다. 아이들에게 불우한 이웃과 함께하는 의미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앞마당에서 폴짝거리며 뛰어오는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와 반가운 외침이 울려 퍼진다. 바로 어르신들의 손자손녀, 부처를 닮은 사람들의 꼬마악동(?)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달려와 어르신들의 손과 발에 매달려 얼굴을 부비는 녀석들은 영락없는 개구쟁이들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게 다가와 어깨를 주물러가며, 그 동안 잘 계셨는지, 어디 몸이 불편한 곳은 없는지를 묻는 아이들의 모습은 더없이 늠름하고 어른스러워 보였다. 어르신들 역시 가누기 힘든 몸을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지해 일으키는 것으로 반가움을 대신했다.

중풍으로 몸을 가눌수 없는 할아버지를 안마해드리는 모습.

“봉사 올 때, 몇 번 따라오더니 오늘은 말을 안했는데도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할아버지, 할머니 보러 빨리 가자고 보채더라구요.” 강미경(45·원행심)
매달 한두차례 자광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이는 부처를 닮은 사람들. 이날은 요양원 봉사팀 팀원 5명과 함께 주니어팀원 8명이 자광원 어르신들을 찾았다.
어르신들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 중고등학생인 지환이와 정환이 형제와 친구들과 함께 어르신들의 목욕을 돕고, 동갑내기 초등학생 지숙이와 민규는 할아버지, 할머니 안마와 계단청소를 도왔다. 그리고 어머니 보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방 청소와 부엌일 보조역할을 맡았다.

쓱쓱싹싹~! 쓱쓱싹싹~! “할아버지 시원하세요?”
“응. 시원햐~!”
“여기 여기, 팔을 조금만 더 내밀어 보세요.”

본인 덩치보다 훨씬 큰 어르신들을 붙잡고 목욕을 시키는 정환이의 얼굴은 어느새 땀방울로 범벅이 됐다. 하지만 힘드냐는 질문에는 수줍은 미소를 띤 채 아직 4분밖에 목욕을 못 도와드려 서둘러야 한다며 목욕수건을 움켜쥐었다.

어리다는 이유로 공동욕실에서 쫓겨난 민규는 잠시 툴툴대더니 어느새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할아버지 할머니 방청소를 거들었다.

“서러워. 서러워…. 내가 죽어야해.”
민규가 방안에 들어오자 박술희 할머니가 서럽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늙고 병들어 가족에게 버림받은 아픔, 그리고 지난 세월의 통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할머니의 눈물. 할머니의 눈물은 이곳 자광원 어르신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듯 했다.
“할머니. 울지 마세요. 울지 마세요.”

목맨 민규의 한마디에 잠시 눈물이 멈춘 박술희 할머니는 욕실청소를 마치고 나온 김연희(36·법연지) 보살을 보자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치매어르신들도 힘드시지만, 정신이 온전한 분들은 이곳 생활에 안정을 느끼면서도 스스로 많이 자학하고 위축받으세요. 보릿고개를 넘어가며 힘든 세월을 살아오셨을 텐데, 이렇게 약해진 상태로 버려진 모습을 보면 모두 저희 젊은이들의 잘못 같아서 죄송스러워요.”

부처를 닮은 사람들은 이곳 자광원뿐만 아니라 장애인 공동체 ‘한사랑 마을’ 등 각종 기관에 봉사활동을 다닌다. 또한 의정부교도소화 여주교도소, 안양교도소 등을 찾아다니며 재소자들의 교화·교정활동을 돕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누고 싶어서….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비’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함께 사는 세상, 서로 돕고 나누는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또한 불자로서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몇 해 전부다 4~5명씩 짝을 지어 봉사팀을 구성하고, 노력봉사는 물론 물품지원들의 활동을 하고 있다.

대가? 대가를 바란 적은 없다.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과 뿌듯함이 활동에 힘을 더해준다. 자주 집을 비우고 활동을 하는 엄마를 원망치 않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함께 참여하려는 아이들. 그리고 며느리의 활동을 뒤에서 밀어주는 시어머니와 가족들. 이제는 안다. 이게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어느새 정해진 봉사시간이 끝나고 부처를 닮은 사람들은 다음 달을 기약하며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렸다. 순간 치매와 청각장애로 시종일관 무표정이었던 박종인 할아버지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그 모습에 내내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거동을 도왔던 지숙이가 울먹인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UN기구에서 일을 할 거에요. 그곳에서 병들고 아픈, 그리고 각 종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 거에요. 나눌 수 있잖아요. 모든 것을 다 가져야 잘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연말이다. 장기화된 경제불황으로 정기적인 봉사 및 후원은 물론 연말에 반짝하던 홍보성 후원조차 찾아보기 힘든 요즘이다. 각박한 인심. 경제가 안 좋아지면 사람들은 남을 위한 마음부터 내려놓는다. 하지만 부처를 닮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날 오후 어르신들께 무료공연을 선보인 전통공연단 ‘춤소리 한마당(대표 오희연)’ 단원들까지. 이웃을 위한 희망의 등 밝히기에 열심인 사람들이 아직 우리 곁에는 많다.

이들이 세상을 향해 외친다. “힘들수록 함께 나눠요. 더불어 사는 세상이잖아요!”
김은경 기자 | ilpck@buddhapia.com
2004-12-21 오전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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