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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국불교계는 전국을 휘감은 ‘선바람’의 수행열기를 타고, ‘전통선(禪)’의 진수를 아낌없이 보여줬다. 올 초 조계사에서 열린 ‘간화선 중흥을 위한 전국 선원장 초청 법회’(2월 15~5월 9일)를 필두로, 봉은사의 ‘봉은학림 육조단경 논강’(2월 21일~4월 10일), 보문사의 ‘선사 초청 산림법회’(3월 21~27일), 대구 동화사의 ‘담선법회’(9월 4일~11월 20일) 등 선 관련 법회가 연중 끊이질 않고 열리면서 ‘수행 붐’을 일으켰다. “한국불교 선수행의 중흥기가 도래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불교계 안팎에서 설득력을 얻었다.
재가불자들이 직접 일으킨 수행열풍도 만만치 않았다. 조계사청년회는 올 1월까지 참선, 염불, 사경 등의 ‘수행법 대강좌’를 열었고, 조계종 중앙신도회도 여름ㆍ겨울 안거기간에 맞춰 ‘수행논강’을 여는 등 재가불자들의 수행욕구를 채워줬다.
위빠사나 등 제3 수행법의 대한 ‘간화선 위기론’도 어느 정도 잠재웠다. 불교계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전국선원장 초청 법회’의 경우, 정통 간화선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는 계기는 물론 제3 수행법과의 관계 및 그 행법의 우위를 점검하는 기회였다. 최소한 간화선 정체성 확립과 선풍진작의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같은 흐름에 호응하듯 조계종도 올 초 <불자 수행프로그램 현황 조사보고서>를 발간한데 이어, 최근에는 내년 2월 간행 예정인 <간화선 수행지침서>와 궤를 같이 하는 <신도 간화선 수행프로그램 교안>을 마련, 간화선 수행풍토를 진작하는데 나섰다.
하지만 적지 않은 과제들도 남겼다. ‘선과 수행’이란 키워드로 집약되는 수행 붐을 어떻게 실참 단계로 이끌지, 또 ‘문답-점검 시스템’의 복원과 간화선 수행의 대중화를 어떻게 구현할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굵직한 화두들로 남았다.
그럼 올 한 해 동안 불교계에서 선과 수행 관련 법회는 무엇이 있었고, 수행패턴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또 풀어야 과제는 없는지 ‘2004 불교계 수행’을 결산한다.
▥ 거세게 분 ‘선바람’, 수행열기 주도했다
올 들어 열린 선 관련 법회는 조계사 전국 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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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선수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안거 수행에 들어가는 재가불자들도 크게 늘어났다. 3천여 명의 재가불자들이 ‘화두’를 들고 전국 50여 시민선방에서 가부좌를 틀었으며, 직장인 주부 사찰수련회 동문회 회원들도 매주 또는 매달 정기 철야참선에 동참해 출가자 못지않는 용맹정진을 일상화했다.
선어록 공부모임도 늘었다. 선사들이 깨닫기까지의 수행과, 깨달은 순간들의 상황을 기록한 선어록이 깨달음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판단 때문이다. 선어록을 강의하고 있는 선원이나 수행단체는 서울 강남포교원, 안국선원, 우곡선원, 무심선원 등이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선어록연구소의 경우는 교학적인 차원에서 강의가 진행됐다. 이러한 선어록 공부는 재가불자들이 자칫 빠져 있기 쉬운 삿된 견해에서 벗어나 바른 견해를 갖추도록 지도해 주는 특징으로 각광을 받았다.
▥ 줄 이은 참선 법회, ‘선(禪)’을 본격적으로 말하다
조계종 전국선원장회의 의장 혜국 스님(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은 “올해의 수행 열기는 모든 불자들이 발심을 통해 스스로 증득해가는 수행풍토를 조성했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했다”며 “출가자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선’이 대중적으로 논의됐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오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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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기본선원장 지환 스님은 “담선법회는 한국 간화선의 현실이 절망적인지 희망적인지 그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확인시켜줬다”며 “확실한 것은 불교적 세계관을 이해하고 경전ㆍ어록을 공부한 상태에서 간화선 공부에 들어간다면 틀림없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참선 대중법회, 문제점은 없었나?
첫째로 지적되는 문제점은 참선 법회들이 과연 재가불자의 수행 ‘눈높이’에 맞추었는가다. 대구 동화사가 ‘참선(간화선)수행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연 담선법회의 경우, 진행방식이 무차법회와 논강 형식이 혼재되면서, 수행자들에게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있다. 또 수좌들과 선학자의 시각차이를 좁히지 못해 간화선 수행법에 대한 공통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한 한계도 노출했다.
지환 스님은 이와 관련 “앞으로 재가불자 수행법 지도와 간화선 수행법 쟁점사항은 분리ㆍ구분해 담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가불자들이 참선공부에 앞서 기본적인 공부와 단계별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스님들의 체계적인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둘째로 간화선 수행을 재가불자에게 어떻게 실참으로 연결시킬지, 그 구체적인 ‘길’ 제시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있다.
조계사 선원장 법회에 초청됐던 서울 육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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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각화사 선덕 고우 스님도 “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수행 붐은 한국불교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원동력이 된 것을 인정한다”면서 “다만, 올해 열린 법회들이 간화선을 알리는데 왜곡한 것은 없는지 불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 선 법회, 무엇을 남겼나
이러한 선수행 관련 법회의 성과는 무엇보다 재가불자들의 수행관을 바꿔놓았다. 개인적 차원의 복을 비는 ‘기복불교’ 수준이나 단순히 알음알이로만 불교를 이해하려는 ‘지식불교’의 한계를 벗어나게 했다. 자기완성을 위한 ‘수행불교’로 신행패턴을 전환, 그 흐름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
한국불교사상 최초로 펼쳐진 선원장 초청 법회의 경우, 재가불자들이 직접 ‘수행의 맛’을 보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불자들이 평소 수행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등을 해소하는 기회를 제공했고, 부족한 시민선원에서 마땅한 지도자 없이 참선 공부를 하고 있는 재가불자들에게 선수행의 나침반이 됐다는 여론이다.
무엇보다도 조계사 선원장 법회는 일부에서 제기된 위빠사나 등의 제3 수행법 열풍에 대한 ‘간화선 위기론’이 ‘기우’였음을 입증했다. 또 정통 간화선이 나아갈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선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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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어야 할 과제는?
이러한 한국 선수행의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간화선의 수행법과 문답법, 점검체계 등을 바르게 파악, 시대에 맞도록 발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다. 이는 선지식의 부족, 수행체계 미확립, 제3 수행법의 홍수 등으로 간화선의 정체성 확립과 직결된 지적들이다.
때문에 불교계는 △간화선 수행풍토 확립 △선문답ㆍ지도점검 등의 조사선 공부법 복원 △‘생활선’을 통한 선의 대중화 △시민선원 지원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선방에서조차 제3 수행법을 공공연히 묵인하고 위빠사나와 염불 등을 닦는 스님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간화선 수행풍토 확립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선문답과 선지식의 지도점검 등을 핵심으로 한 조사선 공부법의 회복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오늘의 시대에 맞는, 오늘의 언어로 체계화시킨 ‘수행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위빠사나 등의 제3 수행법에 몰리고 있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정통 간화선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스승과 제자간 문답-점검 시스템 복원은 조사선의 전통에 따른 간화선 정체성 확립은 물론 간화선 중흥의 열쇠가 된다. 예를 들어 선도회의 ‘입실(入室) 지도’, 현정선원, 명상아카데미 등의 문답식 지도법이 바로 그 구체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간화선을 수행체계의 중심으로 확립하려는 노력은 최근 조계종이 추진 중인 <간화선 수행지침서>과 전체 10강으로 주제의 특징과 목표, 세부계획안, 질의응답, 토론해 볼 문제 등으로 구성된 <신도 간화선 수행프로그램 교안> 발간으로 이어지면서 수행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