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 열린 <조계종 신도 간화선 수행프로그램 교안> 자문회의에서 서강대 물리학과 박영재 교수, 한별정신병원 최훈동 원장 등은 △간화선외에 위빠사나, 주력, 염불 등 여러 가지 수행법에 대한 소개와 서술이 다소 부족하고 △국내외 재가불자들의 수행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불교 용어들을 보다 쉽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최훈동 원장은 선수행과 계율의 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며 선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간화선의 핵심 내용인 의단(疑團ㆍ수행과정에서 일어나는 의문)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고 위빠사나와 간화선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등 선에 대한 개념 정의가 불명확하다고 제기했다.
최 원장은 “선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화두를 들고 앉아 있는 것은 사구에 떨어지게 되는 지름길”이라며 “재가자들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눈높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승경전뿐만 아니라 초기불교 경전에 대한 인용과 참조도 중요하다”며 “간화선 중심의 주관적 논의에 국한되면 다른 수행법들이 소외되고 결국에는 무의미한 탁상공론에 머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포교연구실 사무국장 영석 스님은 “달마 이래 선의 모든 부분을 정리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내용을 보다 쉽게 정리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프로그램의 목적이 간화선을 체계화하는데 있기 때문에 위빠사나 같은 다른 수행법까지 정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포교연구실장 진명 스님은 “화두참구를 통해 돈오(頓悟) 경지에 오르게 되면 계율의 의미는 다소 약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반론을 제기하면서도 “수행에서 계(戒) 정(正) 혜(慧) 삼학(三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만큼 좀 더 보충하겠다”고 답했다.
위빠사나 등의 수행법을 제시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이견(異見)’을 나타냈던 최원장과는 달리 박영재 교수는 “간화선은 생활선”이라는 견해를 표명하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서양의 성인들과 한국불교 고승들의 체험 예시 △수행력이 높은 스님이나 재가불자들에게 입실점검(入室點檢) 받기 △동정일여(動靜一如), 몽중일여(夢中一如), 오매일여(寤寐一如) 등 어려운 용어보다 십우도(十牛圖)처럼 불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 부족 △초심자들이 바로 화두를 들기 어려운 현실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어 “<백일법문>과 함께 <서장> <무문관> <벽암록> 등에서 제시하고 있는 재가자들의 수행일화를 알기 쉽게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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