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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성폭행과 인종청소의 야만적 폭력
“음욕보다 뜨거운 불이 없고/성냄보다 빠른 바람이 없고/무명보다 빽빽한 그물이 없다.”<법구경 진구품>

국내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사건과 국외의 ‘성폭행을 도구로 인종청소’사건 등 성폭행관련 비인간적 사건들이 보도돼 전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으로 구속된 고등학생 41명 중 3명만 남기고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세계를 연일 놀람과 경악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2월 7일 언론을 포함한 각종 인터넷포털사이트에 ‘고교생 41명, 여중생 집단 성폭행’ 기사가 대서특필돼 네티즌과 온 국민들이 분노에 치를 떨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시간이 갈수록 수그러들지 않는 비난의 불길은 12월 10일 현재까지, 연루된 고교생들 최대 70여명이 더 있다는 등의 소식들이 터지는 등 더욱 크게 타오르고 있다.

경남 밀양 경찰서의 보고에 따르면 “직업교육원 학생들로 알려지게 된 41명의 고등학생들이 여중생 자매를 집단으로 성폭행했다”며 “피해 여중생 5명도 1년에 11차례 지속적으로 성폭행 하는 등 범죄에 가담한 학생들이 30~70여명이 더 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고 9일 밝혔다.

특히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이 피해 학생들을 “이렇게 (신고) 해놓고 잘사나 보자, 몸조심해라”며 협박하는 등 피해 학생들에 대한 신변보호가 미비해 경찰의 사건처리가 너무 안일하고 심각성이 없다는 등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울산여성의 전화’ 등을 포함한 6개 여성ㆍ시민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한국이 성폭력 발생률 세계 1위를 기록하는데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배려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밀양경찰서 정수일 서장은 경찰서 홈페이지에 “밀양
경찰의 안이한 대처에 분노한 국민들에게 밀양 경찰서장의 사과문이 담긴 글이 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랐다.
지역 일부 학생들이 연루된 불미스런 사건으로 시민들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앞으로 학교 폭력 예방 활동을 강화해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심기일전하겠다”는 사과문을 싣기도 하는 등 국민들의 비판을 잠재우기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국내 성폭행은 이번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12월 8일은 10대 남학생 3명(15세 2명, 13세 1명)이 서울 중랑구 한 슈퍼마켓에서 놀고 있던 초등학생(12세)을 인근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후 달아나다 현금 9만5천원이 든 50대 여인의 손가방을 날치기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관한 법률위반등)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엎친 데 덮쳐 12월 9일에는 인천에 사는 김모(42)씨가 자기의 친어머니 A(70)씨를 10년 동안 주먹과 발로 수차례 때리고 성폭행해왔다는 혐의(성폭력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됐다.

전쟁 포로는 인간적인 취급보다는 거의 동물에 가까운 취급을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해외에서는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가 “성폭행과 성적 학대가 전쟁의 부산물이 아니라 계획적인 군사전략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최근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보도가 영국 BBC방송을 통해 12월 9일 보도돼 일대 파장을 일으켰다.

국제사면위원회는 “보스니아에서의 여성에 대한 조직적 강간에서부터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당시 발생한 여성 20만명에 대한 강간과 1937년 난징 점령당시 일본군이 자행한 강간에 이르기까지의 과거사는 콜롬비아와 이라크, 수단, 체첸, 네팔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진행되는 전쟁의 무기로 강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지타 새걸’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침략자들은 공동체를 재생산하고 돌보는 자로 비춰지는 여성을 임신시킴으로써 그 집단을 통제하려 한다”며 “강간은 종종 인종갈등에서 공격자들이 사회적 통제를 지속시키고 인종간 경계에 대해 다시 선을 긋기 위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국제사면위원회는 “올해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친 정부세력인 얀자위드 민병대가 비 아랍 집단을 통제하고 능욕하고 벌하기 위해 대량강간을 활용했다”고 고발했다.

국내외 모든 뉴스에서 이라크 포로들에 대한 성적 학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실상 10월 24일 국내에 발표된 영국 BBC방송의 힐러리 앤더슨 기자의 수단 다르푸르주 취재기에는 아프리카 최대 국가인 수단에서 자행되는 일명 ‘인종청소’의 상황이 고발됐는데, “얀자위드가 다르푸르의 흑인 마을 수백곳을 불태우고 주민을 몰아내는 것 뿐만 아니라, 8살짜리 여자 아이를 비롯한 부녀자들을 조직적으로 성폭행하고 있다”며 “부계 혈통을 따르는 문화적 차이를 이용해 다르푸르 흑인 여성을 강제로 임신시켜 피부색이 다소 밝은 아이를 낳게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자행된 성폭행은 얀자위드 조직이 추진하는 인종청소의 한 방편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어디 그 뿐인가. KBS <일요스페셜>에서 방영된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에서 여성 저널리스트인 월간 ‘민족21’의 강은지 기자가 전쟁 속 힘없고 가난한 노약자와 여성, 아이들이 겪는 이중 삼중고를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군에 의해 성폭
한국전쟁에서도 미군의 초콜릿을 구걸하며 먹던 시절이 우리에게 있듯 전쟁 난민들도 비슷하거나 더한 경험을 하고 있다.
행을 당한 뒤 가족들로부터 살해위협을 당하고 있는 여성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전쟁이 얼마나 연약한 여성들에게 육체적 순수가 무참히 짓밟혔을 때 어떤 고통을 받게 되는지를 낱낱이 볼 수가 있었다.

전쟁이라는 국가적 이권 다툼 속 ‘성’희생이 해외에서만 자행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도 ‘종군위안부’의 문제가 끝을 보이지 않고 있다. 1970년대의 해외뿐만 아니라 1930~40년대의 우리에게도 성적 노리개로 돌려지던 뼈아픈 과거가 있다. 황국신민의 우수한 씨앗을 받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는, 전쟁의 승리를 위해 여성이 할 수 있는 ‘성적 충족’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식의 억지론이 이제껏 수단과 이라크 등에서 자행되고 있는 것일 뿐 원천적 문제가 아직 완전히 뿌리 뽑히지는 못하고 있다.

지하철 광고판에 <노맨스랜드>라는 영화가 걸려있다. 보스니아 출신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의 2001년 작품이 한참 늦은 시점에 국내에 들어와 개봉을 하게 된 것이다. 영화는 언뜻 DMZ를 연상시키는 상호 불가침을 조건으로 한 군사적 완충지대 ‘노맨스랜드’에 보스니아 민병대와 세르비아군들이 대치해 일으키는 전쟁의 축소판을 보여준다. 감독은 ‘유럽의 킬링필드’라는 별명이 붙은 보스니아 내전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고 있고 그 속에서 유린되는 진정한 인간의 인권을 보여주고 있다.

‘인종청소’와 ‘인종교화’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고 있는 세계 전쟁 국가의 성폭행과 이제는 전쟁과 식민지의 티를 벗고 자본국가로 다시 태어난 우리 안에서 자행되는 갖가지 성폭행, 가해자가 아무 생각 없이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저질렀든 우월한 인종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제 딴에는 ‘선의’를 베푼 것이든
보스니아 출신 감독 다니스 타노비치의 <노맨스랜드>포스터.
당한 사람들에겐 그것은 용서받지 못할 심각한 범죄다.

부처님 말씀 중에 “애욕을 지닌 사람은 마치 횃불을 들고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손을 태울 화를 입게 될 것이다”라는 가르침이 있다. 돈으로 흥한 자 돈으로 망하고 애욕으로 흥한 자 애욕으로 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해자는 치욕과 고통을 당했을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가족들이 피해자들에게 엎드려 사죄는 못할망정 피해자들을 협박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여성단체들은 미성년자가 성폭행에 가담하는 원인으로 잘못된 성교육과 넘쳐나는 사이버 성인음란사이트들을 꼽았다. 하지만 이미 애욕으로 육체를 탐닉하는 사람이 접속할 수 없도록 장애물을 놓는다한들 그들의 넘쳐나는 욕구를 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BBC방송의 보도가 나가고 국내의 언론들이 앞 다퉈
여성은 성적 노리개와 인종청소를 빌미로 육체적 학대를 너무도 당연하게 받고 있다.
밀양사건을 보도하는 등 모든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당국이 그동안의 사건들처럼 안일하게 처리한다면 국민들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할 수가 없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법구경에 “모든 것에 이기고, 모든 것을 깨달아/모든 것을 버려 집착이 없고,/애욕이 다해 해탈한 사람/그는 벌써 깨달음의 길에 든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마음속에서 고개를 드는 욕망을 뿌리치고 못 뿌리치고는 그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다만, 사회는 더 이상 성폭력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피해자가 아닌 ‘방관자’ 또는 ‘유기자’나 ‘행실이 좋지 못해 당한 게 당연하다’는 등의 아니꼬운 시선을 거두고 좀더 적극적으로 그들을 감싸안을 수 있는 조치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권양희 기자 | snowsea7@buddhapia.com |
2004-12-10 오후 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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