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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명상계 결산]웰빙바람 타고 확산
지나친 상업화 등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아

선무명상을 지도하고 있는 이선옥 교수.
2004년 한국 최고의 키워드는 바로 정신과 신체의 고른 건강을 추구하는 ‘웰빙(well-beingㆍ참살이)’이었다. 그 웰빙의 주요 컨텐츠로 ‘명상’이 주목받으면서 한국사회는 한 해 동안 명상 문화의 꽃을 피웠다.

명상과 차담을 겸할 수 있는 명상카페가 국내 명소로 떠올랐고, 요가 수련 인구는 종교인구에 필적할 만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요가ㆍ명상 등을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으며, 명상 테라피(therapy)를 실질적인 치유 방안으로 응용하려는 시도 역시 순차적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퍼져버린 명상문화의 한켠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상업화된 정신문화가 뱉어낸 ‘혼탁한 공기’를 정화하는 것 역시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순풍과 함께 암초를 만난 2004년 명상계를 결산한다.


▽ 명상편의점 등 통해 명상확산…명상의 질적 수준 담보 못해
2003년 11월 19일 서울 광화문에 명상편의점이 들어서면서 명상문화는 대중적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선도명상 수련단체 수선재의 자매단체격인 ‘명상편의점’과 ‘명상아루이 선(仙)’의 명상법은 “편의점에 들러 물건을 사듯 손쉽게 명상을 할 수 있다”는 언론의 대대적인 홍보에 힘입어 빠르게 확산돼 갔다. 광화문, 인사동을 중심으로 확장활동을 벌여온 단체는 그림명상, 걷기 명상 등의 손쉬운 명상법을 지도하며 현재 40여개의 명상편의점ㆍ명상카페ㆍ명상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정신세계원은 연초부터 정신문화 관련 잡지인 <웰빙라이프>를 매월 발행하기 시작했으며, 50개 이상의 명상관련 강좌들을 연이어 개설하며 눈길을 끌었다. 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동작으로 심신을 정화시키는 ‘춤명상’, 화두와 동작을
명상아루이 선에서 걷기명상을 하고 있는 사람들. 명상편의점은 언론의 대대적 홍보에 힘입어 한해동안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결합시킨 ‘선무 명상’ 등이 30여건에 이르는 문화행사에 초청되면서 명상계 안팎에서 시선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명상편의점과 명상 강좌 등에서 제공되는 명상 컨텐츠는 명상의 깊이를 담보할 수 있는지, 상업화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등의 문제를 여전히 숙제로 남기고 있다.

▽ 요가 수련 인구 증가…무분별한 지도자 양성 심각
요가가 웰빙시대 건강지킴법으로 각광받으면서 올 한해 요가 인구가 급증했다. 특히 최윤영, 옥주현 등의 유명 연예인들이 몸매관리ㆍ건강관리법으로 요가를 내세우면서 요가 수련원 개원과 관련 서적의 출판량 등은 불황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한국요가지도자연합회, 홍익요가연구원 등이 사단법인 요가협회로 등록하면서 한국요가협회 등 3개에 머물렀던 요가협회의 수도 2배로 늘었고, 최초의 요가 전문 잡지인 <요가코리아>가 발간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후죽순 생겨난 요가수련원의 부실한 지도 내용은 사회 문제가 되기에 이르렀다. 돈내고 3개월만 버티면 요가지도자 자격증을 무리없이 취득할 수 있는 요가계 구조 때문에 요가지도자들은 대책없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요가 철학이나 호흡법 등에 대한 이해 없이 동작만 지도하는 수련원이 늘기 시작했고, 웰빙 요가ㆍ다이어트 요가 등 임의대로 변형된 요가가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요가와 체조와의 구분조차 무의미해졌다.


▽ 제도권 진입한 명상계…철학의 부재 해결방안 요청돼
올해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요가학과에서는 국내 최초로 요가학 석사 3명을 배출해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인도철학과 등 관련학과를 중심으로 요가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된 적은 있지만, 전문적인 커리큘럼을 이수한 요가학 전공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도 춘해대,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등에서 요가학 학사ㆍ차기 석사 배출을 준비하고 있다.

4년제 정규 대학에서 요가ㆍ명상 강의를 역시 잇따라 개설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양대는 요가강좌를 신설했고, 동국대는 정각원에서 진행하는 ‘요가와 자아탐구’ 강좌에 수강신청이 몰려 추가로 분반을 마련했다. 또한 대학교 사회교육원ㆍ평생교육원 등에서의 요가ㆍ명상 강좌도 대폭 늘어, 50여개 대학 교육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한편 경희사이버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웰빙 명상&요가’ 과목을 개설했으며, 원광디지털대학교는 사이버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요가명상학과를 마련해 내년부터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제도권 교육 과정에서 지도되는 요가ㆍ명상 커리큘럼도 평가의 칼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요가학을 강의할 만한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대학 부설 교육원에서 진행되는 요가 강좌 역시 다이어트 등에 초점을 맞춘 사례가 많아 요가철학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 치유 수단으로서의 명상 ‘주목'…명상 치유사 자격 논란
올 한해 명상은 ‘정신의학계’의 화두이기도 했다.
한별정신병원에서 정신질환자들을 대상으로 명상치료를 진행하는 최훈동 원장
한국정신치료학회가 치료자의 수련과 명상을 강조하는 ‘도정신치료’ 포럼을 개최한 데 이어,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정신의학계 학회에서는 처음으로 ‘명상’을 주제로 학회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행사를 계기로 정신과 의사들을 주축으로 한 ‘명상치료연구회’가 발족되기도 했다.

한편, 전현수(전현수 신경정신과) 원장은 메사츄세츠 의과대학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인 ‘명상과 자기치유’를 국내에 도입해 3차 강좌를 시작하는 등 현실적인 명상치료의 장을 열었다. 또한 최훈동(한별정신병원) 원장, 이정호(상계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등이 환자치료에 명상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명상 치유가 보편화되면서 치유사의 자격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인도의 오쇼 라즈니쉬 아쉬람 등에서 명상 테라피 단기 과정을 이수한 이들이 국내에서 센터를 열어 치료를 자임하기도 하는 등 ‘규제 밖의 자유’에 대한 대책 역시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4-12-09 오전 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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