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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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곳 어디나 전법 현장”
다시 보는 숭산 스님 전법 이야기 3
-홍콩홍법원 세우고 다시 미국행 -

68년부터 홍콩에 절을 짓기 시작했다.
절을 짖는 것이 아니라 법(法)의 자리를 짓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행원스님은 일본에서의 포교활동으로 해외 포교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전법의 길이 있다.”
행원스님은 세상 어디든지 인간의 삶이 있는 곳이 바로 부처님이 머무는 곳이란 확신을 갖고 홍콩에 새로운 전법의 터를 닦게 된 것이다. 이미 홍콩에 머물고 있던 세진스님과 성회스님 등이 많은 도움을 줬다.

홍콩 홍법원 설립은 2년이란 시간이 걸려야 했다. 행원스님이 홍콩 현지에 줄곳 머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스님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여러 행사를 주관하고 또 대규모 법회에 참석해야 했다. 현지의 스님들과 제자들의 도움으로 2년만에 문을 열게 된 홍콩 홍법원은 청하스님(현, 통도사부방장)에게 일임했다. 청하스님은 찾아 드는 신도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며 신도를 확보해 나갔다.

홍콩에 홍법원을 세우는 일로 분주한 가운데 행원스님은 다시 미국으로 갈 것을 결심했다. 동경에서 만난 사업가 유영수씨가 “스님, 미국에 가십시다. 미국에서도 포교해야 하십니다”라며 사뭇 매달렸던 것이다.

“미국에 갈 생각이 없지 않아요. 그러나 아직 일본과 홍콩이 정리되지 않아서 힘들겠어요…”
행원스님이 이렇게 미국행을 피일차일 미룬 것은 유영수씨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던지 72년 봄에 그에게서 편지가 왔다. 초청장과 비행기표가 동봉돼 있었다.

“그래 가자. 구경삼아 가서 석달쯤 있다가 돌아 오지 뭐.”
행원스님은 동경에서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를 타며 석달을 생각했었다. 그리고 ‘어차피 미국으로 가게 된 바에 미국의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곳의 문화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 보자’고 다짐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비행기는 태평양 상공을 날아가고 있었다. 행원스님은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자꾸 신경이 쓰였다. 그는 긴머리를 한 남자였는데 일본사람 같기도 하고 한국인인 것도 같았다. 그러나 차림새는 미국인에 가까왔다. 스님이 그에게 신경이 쓰인 것이 그의 외모때문은 아니었다. 비행기에 올라 앉는 순간부터 그는 어떤 말을 하고 싶다는 듯이 힐끗힐끗 스님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시간쯤 지났다. 그는 무슨 결심을 했다는 듯 스님에게 인사를 청해 왔다.

“스님이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삭발염의가 말이나 되겠소.”
“아, 네. 그렇군요.”
행원스님은 저으기 놀라운 마음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그는 한국인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내는 매우 엉성한 한국말이었고 그것도 경상도 억양이 강했다.

“경상도 말투이신데 한국인이십니까.”
“예…”
“어디에 사시는지.”
“미국에 삽니다.”
스님은 스스로가 그에게서 어떤 정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를 다녀 오십니까.”
“예, 스님. 저는 미국 보스톤 아래쪽의 로드아이랜드 주립대학 교수입니다.”
“아, 교수님이시군요.”
“동양역사 교수인데 공부를 하다보니 불교에 관한 것이 많이 나오고 미국에서는 알아보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일본에 와서 석달을 머물며 공부를 하고 가는 길입니다.”
그 사내가 힐끔힐끔 스님을 쳐다보며 무엇인가 말을 건네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조금전의 스님의 느낌은 이쯤에서 틀린 것이 아니었음이 밝혀지고 있었다.

“그래요. 어디서 무슨 공부를 하셨습니까.”
“일본 대학들을 다니며 동양불교를 배웠습니다.”
행원스님은 이 사내가 배운 불교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허, 교수님은 불교를 배운 것이 아니고 불교를 오해하고 가시는 군요.”교수의 눈이 갑자기 커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임연태 기자 |
2004-12-02 오전 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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