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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종교에서 바라본 '명상과 치유'
'명상과 치유' 주제로 한국상담대학원협의회 세미나 열려
종교별 명상법.
명상 치유가 치료의 한 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명상과 치유를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려 화제다. 한국상담대학원협의회(회장 송정아)는 11월 13일 백범기념관에서 ‘불교ㆍ천주교ㆍ개신교 등 3대 종교에서 바라본 명상과 치유’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는 황용식(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명상학) 교수, 방성규(한영신학대학교 신학과) 교수, 조규식(온양성당) 신부 등이 참여해 명상치유에 관한 담론의 장을 펼쳤다. 세 전문가들의 발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불교- "온전성을 회복하는 명상 자체가 곧 치유의 과정"

연기(緣起)에 의해 그물처럼 얽혀있는 세계는 그 전체로 온전하다. ‘불교에서 본 명상과 치유’의 발표를 맡은 황용식 교수는 “치유란 곧 ‘온전한 전체성’의 회복”이라고 주장하며 주제 발표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치유는 ‘불교 명상 자체’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황 교수는 메사츄세츠 의과대학에서 ‘명상과 자기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한 존 카밧진 교수의 견해를 빌어 “명상수행을 통해 자신의 전체성ㆍ온전성과 만날 수 있으며 이는 곧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의 발현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본래의 전일(全一)한 상태를 회복하는 명상은 사람의 실존 자체를 최적의 수준으로 변화시키고, 그러한 수준에 이르는 사람은 단순히 존재함으로써 제 역할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일체 존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고 볼 수 있는(如實知見)’ 지혜는 명상으로 얻어지며, 이를 통해 모든 것이 연결되어 펼쳐진 존재 그물망 전체의 온전함을 회복할 수 있다.

황 교수는 이 같은 온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으로 ‘위빠사나 명상’을 예로 들었다. 몸의 변화를 비롯해 느낌이나 감각, 마음의 상태까지 관찰하는 위빠사나 명상은 전 세계 심리치료 관련 기관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를 통해 관찰하는 대상이 고정된 모습없이 하나의 ‘현상’으로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근본 성격을 통찰하게 된다면, 자신과 삶과 세계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이는 곧 당사자에게 치유로 작용한다는 것이 황 교수의 판단이다.


∇개신교- “하나님을 경험하는 묵상으로 치유”

“하나님의 초월적 현현 앞에 자신을 드러냄으로 우리 자신을 넘어서는 경험을 하는 것, 그것이 기독교의 명상과 치유다.”

‘개신교에서 본 명상과 치유’를 발표한 방성규 교수는 개신교 명상은 하나님을 경험하고 경청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명상을 위해 고안한 특별한 호흡법 혹은 신체를 이용한 수행법 등은 필요치 않으며, 오직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 명상의 근본 목적이고 동시에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치유와 어떻게 연결될까. 방 교수는 “인간이 자신의 문제를 하나님 앞에 내어놓고 묵상(명상)할 때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을 갖게 되고, 이 경험이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와 의사의 공감대에 기초한 인격치료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치유의 차원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현현이라고 설명하는 것 외에는 다른 표현 방법이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치유받는 자, 치유하는 자 모두에게 전제돼야 할 것이 ‘하나님과의 만남’이라는 입장이다.

개신교측에서는 명상에 대한 방법론적인 접근은 거부한다. 방 교수는 “침묵의 기도인 묵상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은 어떤 방법론이 해결할 문제가 아닌, 묵상자 내면에서 절대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뤄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즉, 묵상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게 되면 그것이 이어지는 묵상의 동기를 부여하게 될 뿐이지, 치유를 위한 의식적인 방편이나 기도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개신교에서는 그 같은 명상의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도 한정하고 있다. 방 교수는 “묵상을 통한 치유법들이 사람 안에 내재한 ‘잠재력의 발견’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분명 개신교에서 말하는 묵상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묵상이라는 치유의 방법이 설사 호르몬 분비나 뇌파 발생의 해부의학적 작용법을 규명해서 과학적인 치유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의학의 영역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묵상을 통해 일어나는 치유는 하나님이라는 절대적인 존재와의 접촉을 통해 일어나는 신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천주교- “하나님과 인격적 공동체 이뤄야”

천주교의 명상 역시 개신교와 상당 부분 그 맥을 같이 한다. 묵상과 관상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명상’은 최근 천주교 신앙의 핵심으로 받아들여진다.

조규식 신부는 ‘천주교에서 본 명상과 치유’를 통해 “그리스도교적 묵상의 목표는 사랑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하나님과 일치를 이루는 것”이라며 “이 경우에 일치를 이룬다는 것은 개체로서의 존재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인격적 공동체성을 완전히 펼쳐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명상을 통한 치유에 관해서는 ”예수님의 절대적 권능이자 하나님 나라의 완전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 신부는 그리스도교 명상을 제외한 비(非)그리스도교적 명상의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비그리스도교적 명상 방법은 현대인들이 정신을 집중하고 자신을 되찾는 일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마음을 모아서 그리스도교 명상의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상태를 갖추게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그리스도교적 명상은 자신의 존재를 포기한 채 절대적 존재와 하나가 되는 것으로 향하고 있으며, 그리스도교적 삶의 고유한 완성으로 나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교구차원에서 요가나 기수련 등의 수행법 확산을 우려하고 있는 천주교계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4-11-17 오후 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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