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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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좌 송운 스님이 회고하는 은사 석주 스님
"스승은 흔적없이 살다 간 수행자셨어요"
석주 스님의 상좌 송운 스님.
“워낙 청빈하셔서 스님께서 기거하실 방사도 제대로 없이 지내시다 지난해에야 겨우 마련해 드렸는데 오래 계시지 못하고 가셔서....”
한생 포교와 복지, 중생들의 교화를 위해 일관하셨던 석주 스님을 가장 가까이서 모셔온 보문사 주지 송운 스님의 말이다. 스님은 마지막에 큰스님을 모실 수 있었던 것은 큰 복이라며 큰 스님의 가르침을 기렸다.

송운 스님이 들려주는 일화 하나.

석주 스님께서 총무원장 재임 시절 잡지사 <샘터>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특별 원고를 청탁해왔다. 좀체 원고를 쓰지 않는 스님이었지만 ‘효’에 관한 글이라면 마다하지 않았다.

<가난한 시절, 나는 숟가락 하나라도 덜기 위해 절로 출가했다. 그런데 어머님 생신 날 속가에 갈 일이 있어 가보니 어머님께서는 미역국도 못 드시고 계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울고, 어머니는 또 내가 절에 가서 고생하고 제대로 못 먹어 야위었다며 서로 마음아파하며 울었다......>

이렇게 이어진 스님의 진솔한 글에 많은 사람들이 감명을 받아, 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이후 스님은 스님의 생일날이면 부모님의 은혜를 갚은 날로 정하고 부모은중경을 전국의 초등학교에 나누어주는 일을 했다. 종교를 초월해 효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가르침이 들어있는 경전이라고 학교장을 설득했다. 나중에는 스님의 부모은중경 법보시 소식을 전해들은 월남전 참전 군인들과 중동 지역 노무자들까지 부모은중경을 요청하는 편지가 쇄도했다고 한다.

스님은 철저한 수행승이었다.
환갑을 지난 세수에도 해인사 수도암에서 관응 스님, 고송 스님, 법전 스님과 함께 안거에 동참, 한철 수행을 했을 정도.
스스로 수행자로서 철저했던 스님은 제자들에게 매우 엄격한 스승이었다.
수행자의 본분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당장 보따리를 싸서 내 문하를 떠나라고 불호령이 떨어졌다. “계율을 청정히 지켜라.” “하심이 기본이다.” “첫 마음을 잃지 마라.”는 제자들이 스님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가르침이다. 그리고 스님이 삶의 모습으로 그대로 보여준 가르침이기도 하다.
특히 상좌, 손상좌를 포함 35명의 제자를 둔 스님은 문중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육성, 지원했던 스님으로 유명하다. 모두 일불제자라는 것이 스님의 한결같은 지론이었다.

또한 총무원장직을 세 번이나 역임했지만 매번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표를 내시곤 했다. ‘나는 행정을 잘 모르는 수행승일뿐이며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총무원장을 해야한다’는 이유였다. 급할 때마다 종단의 요청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스님의 일면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종정 후보로 여러번 추천되었지만 ‘난 산 중에 있지도 않고 다른 어른 스님이 해야 한다’는 이유로 매번 사양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보문사에 설립한 안양원은 스님의 복지 원력이 담긴 불사였다. 스님들의 노후 복지와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인 안양원 식구들을 위해서는 스님이 드시라고 올려진 공양물이나 행사장에서 음식을 챙겨들고 올 정도로 각별한 마음을 기울여왔다.

제자들이 생일상을 차리거나 법문집을 내는 것도 흔적없이 살다 가는 수행자로서 맞지 않다고 물리쳤다. 제자된 도리로 생일상을 차리다 호통을 들은 제자들이 여럿일 정도. 제자는 스승의 말을 들어야지 내 생일날 차리면 내 제자가 아니라는 단호한 말씀으로 일관하셨다.

“일생을 부처님 은혜로 살아왔는데, 자취와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다.”

열반게를 남기지 않고 사리수습조차 허용치 않았던 스님의 삶은 그대로 후학들을 이끄는 큰 가르침이 되고 있다.
천미희 기자 | gongsil@korea.com
2004-11-16 오후 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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