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이 몸이 불신에 이르도록 금계를 굳게 지녀 훼범치 않으리니, 원컨대 모든 부처님은 증명하여 주옵소서.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물러나지 않으리다.”
대구 팔공산 파계사 설법전, 한국불교의 정맥을 이어나갈 6명 스님들의 서원이 300여 사부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히 울려 퍼졌다.
11월 13일 대구 팔공산 파계사에는 계율의 바른 맥을 전수하는 비니정맥 전계의식(毘尼正脈 傳戒儀式)이 거행됐다.
파계사 영산율원의 율사인 무봉성우 스님과 여산철우 스님이 각각 4명의 제자(지운, 경성, 혜능, 도관)와 2명의 제자(진목, 해경)에게 1981년 단일계단을 창설하고 초대 전계대화상을 역임한 자운 스님의 계맥을 전하는 의식이다.
특히 이번 전계의식은 그동안 스승과 제자사이 1대1로만 개인적으로 전해져 온 계맥을 정립 복원하여 계단위원장 보성 전계대화상의 입회하에 한국불교의 정통맥을 공식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오전 11시 삼귀의, 반야심경봉독으로 전계의식이 시작되고 계단위원장 보성 스님과 계단율사 성우, 철우 스님이 계단에 등단했다.
“거룩하신 부처님께 머리 숙여 절하옵고 삼가 아뢰옵니다”
성우 스님이 고불문을 봉독했다.
“전계 받고자 하는 제자들이 지금 부처님의 정통계맥을 받으려 하옵니다. 청정한 계맥이 이어져 대열반에 이르도록 금생에 맹세코 부처님의 혜명을 잇도록 발심 정진할 것이오니 증명하여 주시옵소서”
이어 전계제자 6명의 이력이 하나하나 소개됐다.
지운 스님은 운성 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고, 교육원 교재편찬위원 송광사 강주 행자교육원 교수와 단일계단 구족계 산림 교수를 역임했다.
경성 스님은 해인총림 대교과,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해인총림 포교국장이며 현 조계종 소청심사위원이다.
혜능 스님은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해인총림율원 영산율원을 졸업했다. 행자교육원 습의도감과 교수, 단일계단 교수를 역임하고 현 해인총림 율원장 소임을 맡고 있다.
도관 스님은 해인총림 강원을 졸업하고 파계사 영산율원 율장을 공부했다. 제방 선원에서 여러 해 안거를 성만했으며 현재 직지사 삼성암에서 정진중이다.
진목 스님은 통도사 강원에서 대교과를 졸업하고 파계사 영산율원을 1회로 졸업했다. 영산율원 비니원 연구 과정을 마치고, 파계사 강원 학감을 역임했다.
해경 스님은 오대산 상원사에서 출가하여 해인총림 대교과, 율원을 졸업했다. 영산율원 비니원 연구과정을 수료하고 현 월정사 기획국장 소임을 맡고 있다.
파계사는 이날 만하 스님이 중국 창도 율사로부터 받은 계맥이 성월, 운봉, 일봉, 자운스님까지 이어오는 한국불교의 계맥을 정립한 계맥도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비니정맥을 설명한 철우 스님은 “이 계맥은 자운율사의 계맥을 정립하기 위한 것으로 다른 이들이 전수 받은 계맥과 다를 수 있다”는 전제를 하고, “88년 중화불학인명사전과 선창대본산 범어사 동계록과 개인이 전수받은 계첩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 계맥도에 따르면 성월 스님의 계맥이 용성, 운봉, 한암 스님에게 이어지고, 용성 스님에게 이어진 맥은 다시 경하스님을 거쳐 동산 스님에게 이어졌고, 운봉스님에게 이어진 맥은 자운 스님에게로 이어진 후 다시 종수, 일타, 지관, 성우, 철우 스님에게 이어져 있다.
철우 스님은 “중국의 계맥이 방장의 기록을 통해 비교적 정확히 정립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계맥은 그동안 워낙 스승과 제자사이에 호와 게송 전달을 통해 개인적으로만 이어져 내려와 정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님은 “가산연구원이 그나마 근대의 계맥을 정립하고자 연구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자운 스님의 계맥에 대한 더 정확한 자료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계의식은 계맥설명에 이어 전계 제자 서원. 전계첩과 의발 수여, 축사, 격려사, 법어, 전계율사 인사, 사홍서원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