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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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답' 통한 살아있는 선 수행
서울 육조사, '문답식' 공부 현장
선원장 현웅 스님이 "자성에는 중생도 부처도 없다"며 자기 안에 깃든 자성을 밝히라고 법문하고 있다.
질문은 현실적이었다. 또 간절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화두 드는 법부터, 우리 안에 깃든 불성은 죽어서도 존재하는지, 중생이 무엇인지에 이르기까지 재가자들은 그간 품었던 의심의 똬리를 한꺼번에 풀어놓았다.

"친척 한 분이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생무상을 절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스님, 육신은 없어져도 불성(佛性)은 불생불멸이라 했습니다. 과연 육신만 갔습니까?"(김진조, 69ㆍ덕운)

"불성은 살고 죽는 것이 아닙니다. 머리 속에서 살고 죽는다는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얼마 전 북한산 향로봉에 등산을 갔을 때, 한 재가불자가 새벽잠을 깨게 한 모기를 죽였습니다. 그리고 ‘탁 치니까 불성이 죽더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그랬습니다. ‘불성이 죽은 것이 아니라, 불성이라 생각한 것(분별심)이 죽었다’라고 말입니다. 생각을 중생처럼 하지 말고, 부처의 자리로 데려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화두참구입니다." (현웅 스님)

10월 31일, 서울 종로구 육조사(선원장 현웅) 일요법회 현장. 화두 '이뭣고'를 주제로 한 현웅 스님의 법문이 끝나자, 재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선사와 재가자간 오가는 문답에 거침이 없다. 즉문즉답이다. 생각이 끼어들 틈도 없이 문답이 이어졌다.

문답은 선의 본질적인 문제에까지 '직접적'으로 들어갔다. '자성에는 중생도 부처도 없다'는 스님의 말에 한 재가자가 의문을 던졌다.

"의상 스님의 <법성게>에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자성을 지키지 않고, 연기법에 따라 이룬다)'라고 했습니다. 스님은 자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스님이 말씀하신 자성과 법성게의 ‘지키지 않는 자성’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손진국, 40ㆍ명지)

"자성에는 지키고 말고 할 것이 없습니다. 중생의 차원에서 보니까 중생과 자성이 따로 있어, 서로 지키고 말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성의 입장에서 보면, 중생의 생각 자체는 뿌리가 없는 허망한 것입니다. 지키고 말고 할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질문하는 불자님 그 자체가 ‘자성불’ 그대로입니다. 무엇을 지키고 말아야 할 것이 있겠습니까. 자성의 ‘체(體)’는 그렇게 확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법성게에서 말하는 부분은 자성의 ‘작용(用)’을 말하는 것입니다. 부족함이 없고 불이(不二)이며 원융한 법성이지만, 작용할 때는 연기법에 따른다는 말입니다. 불자님 속에 자성불이 있어서, 배고픈 것을 알게 하고 밥 먹게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웅 스님)

서울 육조사 재가불자들이 10월 31일 열린 일요정기법회에서 좌선을 하고 있다.
30분간 진행된 문답. 현웅 스님은 6개월 전, 이곳에 육조사를 개원하면서부터 '좌선-법문-문답'의 방식으로 재가불자들의 선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평일 새벽 5시와 저녁 6시 30분에 좌선을 하고 선공부와 관련된 문답을 수시로 주고받는다. 질문에는 제한이 없다. 번뇌 망상을 제거하는 기초수행은 물론, 화두를 들고 체험한 경계도 점검받는다.

그럼, 현웅 스님은 왜 문답식 수행방법으로 재가자들을 지도하고 있을까? 스님은 문답공부야 말로 '재가자들이 선수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향을 제대로 잡아 준다고 말했다. 문답식 공부가 쓸데없는 생각을 고치고, 올바른 믿음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또 문답을 통해 '살아있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스승과 제자의 교감이 있어야 깨달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재가자들은 '불교가 왜 필요한지'알고 묻습니다. 그래서 질문이 치열하고 직접적입니다. 때문에 문답식 공부는 불교를 알기만 하려는 '마음의 독'을 없애주는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자기 불성을 믿고, 발심하도록 해주는 이런 과정은 재가자의 마음흐름을 세밀하게 살필 수 있고, 스스로 정확히 진단하게 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이 같은 스님의 생각은 이날 법문에서도 고스란히 담겨졌다. 스님은 형상에 짓눌려 그 본성(자성)을 발현하지 못하는 재가자들에게 '자기 자신의 지혜인 자성을 밝히라'고 1시간 동안의 법문 내내 강조했다.

"어떤 것이 중생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스스로 자기가 지닌 지혜
를 가리고 지혜를 등져, 밖에서만 지혜를 찾으려는 모습이 중생입니다. 행복인지 재앙인지도 모르면서 마음 밖에서 찾기만 하는 것이 바로 중생인 것입니다. 깨달음의 씨앗인 불성을 스스로 가렸으니, 보고 듣고 말하는데 남과 비교하게 돼 늘 불만족한 삶을 살게 됩니다. 자기 안에 가려진 지혜를 드러내는 것이 불교이고 선인데도 말입니다."

이러한 현웅 스님의 평소 법문은 신도들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올 4월 육조사를 개원했을 때 10여 명에 불과했던 신도가 지금은 100여명으로 늘었고, 이 중 참선을 통해 심적 고통과 불치병을 극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육조사에서 선공부를 하고 있는 김홍근 성천문화재단 연구실장(47)은 "그간 옛날 선사들의 공부방법으로 선을 배웠을 때는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며 "현대적 감각으로 재가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스님의 법문을 접하면서 이제는 공부 길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02)766-5291
김철우 | in-gan@buddhapia.com |
2004-11-02 오전 9:13:00
 
한마디
office 김철우 기자 수행전문 기자로 기대됩니다. 짝짝!
(2004-11-02 오후 11:48:51)
47
namu3bo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합장 삼배
(2004-11-02 오후 6:06:58)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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