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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10월 21일 ‘명상과 정신의학’을 주제로 포럼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국내 정신의학계에서 ‘명상’을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300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들이 대거 참여해 명상과 정신치료의 관계성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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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찰명상과 정신치료
순간순간 변화하는 몸과 마음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통찰명상. 위빠사나로 대표되는 통찰명상은 이날 포럼의 주된 화두였다.
포럼의 좌장을 맡은 최훈동 원장(한별정신병원)은 “통찰명상을 수련하면 ‘과거’를 수반하지 않고도 ‘현재의 탐욕’을 관찰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해 정신과 전문의들의 관심을 모았다. 환자의 현재 장애가 과거 기억의 소산이라 판단하고 잠재된 과거 의식에 집중하는 정신과 의사들로서는 낯선 얘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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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명상과 정신치료
매순간 알아차림을 중시하는 통찰명상과는 달리 집중명상은 어떤 한 대상에 ‘집중’함으로써 무념무상의 삼매를 얻는 수행이다. 호흡, 만트라, 점, 정신적 주제 등 집중하는 대상이 다양한 집중명상은 대부분의 명상을 포괄한다. 이날 포럼에서 조옥경(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요가치료학) 교수가 대표적인 집중명상의 하나인 ‘요가명상’을 발표하며 정신치료와 요가명상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조 교수는 “라자요가는 하나의 집중대상을 선택한 후에 주변 대상으로 흩어지는 마음을 집중대상으로 환원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명상 중심의 라자요가를 통해 지각하는 자, 지각대상, 지각작용이 하나로 녹아드는 삼매의 경지를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체조에 가까운 동작이 요가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그것은 요가의 작은 부분일 뿐, 요가명상에서 말하는 궁극의 삼매는 “명상이 한결같은 상태에 있어서 그 대상만이 빛나고 자기 자신은 없어지는 상태(요가수트라 3장 3송)”라는 것이 조 교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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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까? 조 교수는 정신질환자가 비교적 무난하게 집중을 이룰 수 있는 대상으로 ‘소리’를 제시했다. ‘소함(soham)' 만트라의 경우, 숨을 들이쉬고(소) 내쉴(함) 때 자연스럽게 나는 소리를 의식적으로 자각함으로써 이를 집중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이완된 상태에서 이 만트라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호흡과 소리의 조화로 내적인 평온과 안정을 맛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명상치료의 현재와 미래
현재 미국의 경우, 메사츄세츠 의과대학의 존 카밧진 교수가 79년 명상센터를 설립한 이후 위빠사나 명상을 정신치료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천만 인구가 생활화하고 있다는 초월명상(TM) 역시 마하리쉬 관련 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치료에 두루 응용되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최훈동 원장ㆍ전현수 원장(전현수 신경정신과) 등이 정신질환자들에게 명상 치료를 실시하며 연구와 치료 방법의 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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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추세와 관련해 함봉진 교수(서울대 의과대학)는 ‘명상의 임상적용’ 주제발표를 통해 정신의학계에 일고 있는 변화를 주의깊게 살펴볼 것을 주장했다. 명상이 정신치료에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 밖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일반 수련장에서 통용되는 명상법을 의료권에서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함 교수는 “환자에 맞게 보완ㆍ개선한 명상법을 체계화시키고 명상지도자-의사-환자가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포럼을 계기로 최훈동 원장과 함봉진 교.수를 주축으로 한 ‘명상치료연구회’가 발족될 예정이다. (02)2168-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