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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정사(주지 원허) 육화전에서는 피자 파티가 한창이다. 21일 점심시간 혜원정사를 찾은 2백여 명의 성우원 원생들은 분명치 않은 발음으로 피자 파티의 즐거움을 전했다. 지체장애인시설인 성우원 원생들이 1년에 한 번 혜원정사를 찾아 피자파티를 연 날, 혜원정사 봉사회 회원들이 총 출동해 파티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었다.
봉사자들이 파티를 준비하는 동안, 학생회 지도 교사로 8년째 성우원을 방문하고 있는 임수영 선생님의 진행으로 장기자랑이 열렸다.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는 원생들의 등 뒤로 초겨울 햇살이 눈부셨다. 이어진 법회 시간은 반야심경 봉독, 원허 스님의 간단한 인사말로 대신했다. 불편한 몸이지만 합장하고 반야심경을 또렷하게 외는 원생들이 제법 눈에 띈다.
혜원정사의 초청으로 1년에 한 번 절을 찾아 간단한 법회를 열고 피자 파티를 연 것은 1993년.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그 이전부터 혜원정사 학생회 회원들은 성우원을 찾아가 봉사를 해오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원생들을 사찰로 초대하자는데 뜻을 모으면서 시작된 행사였다. 그때만 해도 맛보기 어려웠던 피자를 대접한 것이 1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것이다.
요즘도 학생회 회원 20여명은 한달에 한번 꾸준히 성우원을 찾아가 원생들과 즐거운 놀이를 함께 하며 친구가 돼 주고 있다. 선배들이 졸업하면 후배들이 이어온 성우원 봉사는 이제 장애와 비 장애의 장벽을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는 장이 되었다. 이날 피자 파티에 참석한 봉사자들은 “원생들과 함께 피자를 나눠 먹으며 서로를 친근하게 느끼게 되었다.
원허 스님은 “10년 전, 처음 장애아들을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당황하는 걸 보고 스스로 놀랐다”며 “일년에 한번 사찰을 찾아 피자파티를 여는 일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값진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