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때다. 장기화된 불황으로 닫힌 것은 비단 소비자들의 지갑뿐만이 아니다. ‘내 가족이 아니면 상관없다’는 무관심과 이기주의가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해져 있다. 하지만 여기,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을 강조하며 온정의 손길을 베푸는 직장불자들이 있다. 인천중부경찰서불자회, 구로승무사무소법우회, 교사불자연합회, 선재마을의료회 등 바쁜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 자비의 등불을 밝히고자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직장불자들을 살펴본다.
△ 소외된 이웃에게 밝은 웃음을…
구로승무사무소법우회(회장 우철재)는 짝수달을 ‘봉사활동의 달’로 규정하고 구로구 내의 독거노인들을 위한 노력봉사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독거노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불편한 곳은 없는지, 필요한 것들은 없는지를 파악해 생필품 지원부터 가전제품 수리하기, 안마해드리기, 말벗 해드리기 등 홀로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돕고 있다. 또한 1년에 두 차례씩은 특별 나들이 행사를 진행한다. 평소 거동이 불편하거나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외출이 쉽지 않은 노인들과 함께 서울 외각으로 나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서로의 정을 나누는 자리이다. 지난 10월 14일에는 관내 독거노인 100여분을 모시고 영종도와 인천국제공항 등으로 ‘일일 나들이’를 다녀왔다.
이밖에도 구로승무사무소법우회는 격월로 화성 자제정사를 방문해 인근 텃밭 가꾸기, 지역 노인들 목욕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우철재 회장은 “봉사하지 않는 신행은 있을 수 없다”며 “독거노인뿐만 아니라 소년소녀가장 등 관내 소외된 이웃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월 27일로 창립 1주년을 맞는 인천중부경찰서불교회(회장 이판열)는 인천 지역내 장애인복지시설과 독거노인 등에게 식량과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노력봉사도 하고 싶지만, 경찰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주말이 따로 없어 매월 1만원씩 회비를 걷어 이웃들을 위한 생활물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인천중부경찰서불교회는 지난 추석에 소년소녀가장 및 독거노인들에게 쌀과 라면, 옷 등의 식량과 생필품을 지원했으며, 최근에는 관내 장애인복지시설 6곳에 라면 40상자, 의류 200여점, 타울 150장, 의약품 등을 보냈다.
청내 직원들뿐만 아니라 의경 등도 불자회에 속속 합류하는 만큼,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활동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우리은행 서울불자회(회장 정진호), 성북구청불자회(회장 정후시), 경북지방경찰청불자회(회장 김성조), SBS 법우회(회장 허원제), 한국국방연구원·국방품질관리소 홍릉법우회(회장 이종인), 한국운전기사불자연합회 안양지역회(회장 유경순) 등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노력봉사활동과 생활용품 지원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 낙후지역과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의료의 손길을…
의료봉사의 대표주자는 단연 선재마을의료회(회장 김광수). 선재마을의료회는 ‘보살행, 보시행, 의료행’을 좌표삼아 매주 일요일 서울 봉은사에서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다. 또한 매주 수요일에는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진료를 진행하고, 매월 한차례씩 의료시설이 부족하거나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지역들을 돌아다니며 순회진료를 벌이고 있다. 10월 30~31일에는 양평 사나사로 수련회겸 순회진료를 떠난다.
특히 봉은사에서 펼치는 진료봉사는 독거노인 등 소외된 이웃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내과진료는 물론, 한방과 치과진료까지 진행해 호응이 높다. 이밖에도 선재마을의료회는 미아리 성가복지병원, 은평구 도티병원, 적십자병원 등과 연계해 1차진료뿐만이 아니라 보다 정밀한 진료를 요하는 2~3차 진료까지 책임지고 있다.
1997년에 창립된 경희의료원불자회(회장 권혁운)는 지난 7년간 의료원 내 불교자원봉사회와 간병봉사를 계속해오고 있다. 매년 3~4차례 대한가수불자회와 연합해 병원 로비에서 ‘환자 쾌유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고, 기회가 닿는 대로 지역 복지관들과 사찰 등을 찾아가며 ‘자비 의술’을 펼치고 있다.
전국병원불자연합회(회장 김주효) 역시 연합회 차원으로 의료봉사를 진행한다. 연합회 소속 병원불자회들이 대부분 개별적으로 의료봉사를 진행해 정기적인 봉사활동은 불가능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술로 실천하자는 생각 아래 매년 두 차례씩 연합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에는 합천 해인사 의료봉사와 양주시에 위치한 장애인시설 등의 무료의료봉사를 진행했다.
김주효 회장은 “기본적인 의료기기 마련 등이 가장 어려운 문제지만, 많은 회원들이 뜻을 같이 하는 만큼 앞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진료 등 보다 전문적인 의료봉사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봉사와 접목한 포교, 교화활동
대한불자가수회(회장 김활선)는 매주 일요일을 ‘군법당 찾아가는 날’로 정하고 군인들을 위해 다양한 문화공연과 상담봉사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매주 첫째주 1사단 신병교육대, 둘째주 1군단 특공대, 셋째주 3사단 신병교육대, 넷째주 1군단 포교대 등. 스케줄표만 들여다봐도 대한불자가수회의 활동양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상시적으로 교도소와 병원 등을 찾아 심신이 병든 이들을 노래로 치료하는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활선 회장은 “가수들이 찾아와 공연을 한다고 하면, 평소 법당을 멀리하던 이들도 전보다 쉽게 법당을 찾는다”며 “같이 찬불가도 부르고 신행고백 등 법담을 나누는 사이사이 청년들 가슴에서 불심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고 밝혔다.
전국 지부별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교사불자연합회(회장 임완숙)는 가정형편이 안 좋은 학생들의 보조학습과 특수장애 학생들의 학습 및 외출을 돕는 학습·노력 봉사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또한 산사체험과 문화재모니터링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불교문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돕고, ‘문화재 보호’라는 새로운 봉사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포항교사불자회는 지난해 청소년문화재교실을 개설하고, 사이버 청소년 신행상담과 불교공부방을 운영해 많은 청소년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교정인불자연합회(회장 오희창)는 전국 43개 교정기관 등을 통해 재소자 상담과 불우한 재소자 영치금전달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삼천포화력본부 반야회(회장 김세권)와 고리원자력발전소 고리반야부인회(회장 유영자), 국민건강보험공단 불자회(회장 암병현) 등도 빠르면 올해 안에 봉사활동을 불자회 내 사회활동으로 정례화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