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 신행 > 수행
쿠바의 무용수가 육조사를 찾은 까닭은?
"한국의 선사 뵙고 싶었어요"
제7회 서울세계무용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 서울을 방문한 세계적 창작무용가 로사리오 까르데나스(52·단사 꼼비나또리아 단장). 그의 공연작품인 ‘오우로보로스(Ouroboros:자신의 꼬리를 무는 뱀을 가리키는 표현)’는 불교와 너무나 닮아 있다. 이 작품내용에서 뱀은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 자기를 스스로 삼켜 버린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신을 크게 한번 죽여라’는 말의 또 다른 해석인 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불교에서 말하는 ‘선(禪)’에 대해서 엄청난 궁금증이 발동했다는 로사리오. 그는 “선불교(禪佛敎)의 나라인 한국에 가서 꼭 한번 선지식을 만나 선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며 “마침 인연이 닿아 이렇게 현웅 스님(육조사 선원장) 만나 뵙게 돼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10월 16일 육조사에서 현웅 스님과 로사리오와의 일문일답이다.

현웅 스님과 문답을 가진 세계적 창작무용가 로사리오 까르데나스

문)선(禪)이란 무엇입니까?
답)기독교적으로 선을 달리 말하면 ‘사랑’, ‘God(신)’, ‘길’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즉 성경 구절인 ‘God is within you.(신은 네 안에 있다.)’라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논리적으로는 접근할 수 없지요. 왜냐면 선이란 본래 이름이 없기 때문이죠. 배고프면 배고픈 줄 알고, 화나면 괴로움을 느낄 수 있고,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순간순간 우리 마음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늘 선(진리)과 함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선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밖의 색깔(물질, 형상)만을 믿기 때문에 선을 등지고 사는 것입니다.

문)선을 통해서 ‘마음이 열린다’는 말의 뜻은 무엇인가요?
답)마음이 열리지 않는 이유는 형상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손에 물건을 들고 있는 동안에는 다른 물건을 짚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것을 놓아야 다른 물건을 짚을 수 있는 것이죠. 때문에 우리는 형상의 집착을 놓아야 마음의 문을 열 수 가 있는 것입니다. 비유컨대 깨달은 사람은 잔잔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고, 깨닫지 못한 사람은 출렁이는 물에서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죠.
문)집착과 번뇌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하나 경계에서 흔들립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물질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하는 그 마음이 고요해지려는 마음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집착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갖지 말고 ‘집착하는 동안에도 나는 진리와 같이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진리는 항상 자기와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믿을 때 집착하는 마음을 버릴 수 있습니다. 마치 나비가 거미줄에 걸려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거미줄에 더 감기는 이치와 같죠. 사람은 누구나 깨달음(진리, 부처)와 같이 살고 있으나 자기 밖의 보이는 세계에 집착돼 진리가 없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망상이요, 환상입니다.

문)명상과 선은 같은 것인가요?
답)명상은 고요함과 혼탁함이 교차하지만 선은 그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비유컨대 파도와 물이 두 개가 아니라는 것과 같습니다.
문)‘마음공부’를 하는데 스승이 필요합니까?
답)스승을 믿을때 문제의 반은 해결됩니다. 혼자 공부하면 자칫 공부도중 길을 잃고 헤매일 수 있습니다. 스승을 믿으면 필요 없는 노력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죠. 모든 종교에는 믿음이 근본입니다.

이날 대화에서 로사리오는 “현웅 스님의 가르침을 들으니 닫혔던 마음이 열린 듯한 심정이다” 며 “쿠바에 돌아가더라도 스님의 오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수행정진 하겠다”며 대화를 마쳤다.



노병철 기자 | sasiman@buddhapia.com |
2004-10-16 오후 5:45: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