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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불교 창간 10주년을 맞아 불교명상법의 세계화와 이에 따른 올바른 수행법 선택에 대한 지혜를 고엔카 법사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다.
△위빠사나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정의한다면?
“위빠사나는 가장 오래된 고대의 인도 명상법 중에 하나로 25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재발견해 45년 동안 가르친 수행법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을 의미하는 위빠사나는 간단한 원리를 통해 마음의 평화와 행복한 삶을 이끌어 줍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위빠사나를 손쉽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과학적이고 보편적인 그것의 특징 때문입니다.“
△ 많은 불교수행법 중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수행법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명상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여러 가지 수행법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위빠사나를 만나기 전, 나 역시 여러 가지 수행법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불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여러분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수행법을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이 후에도 꾸준히 수행해야 함을 잊지 마십시오.“
△각기 다른 불교수행법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얼핏 보기에 불교 수행법은 그 갈래가 많아 보이지만, 사실 이는 표면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이들 모두가 팔정도와 연기법, 사성제 등 부처님의 기본 가르침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빠사나 뿐 아니라 모든 수행법을 통해 부처님이 강조하신 도덕적 가치, 마음챙김, 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위빠사나와 선을 다르게 보는데, 이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위빠사나와 선을 포함한 모든 수행법에서 얻어지는 결과는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송은 언어화된 수행이며 마음관찰은 시각화된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두가 주어지는 선과 달리 위빠사나의 기초단계는 자연스러운 호흡만을 강조합니다. 이 단계를 넘어서야 관찰을 통해 마음을 한곳으로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한국불교의 간화선을 수행해 본 적이 있나?
“선을 비롯한 다른 수행법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승불교의 수행법과 매우 유사한 고대 인도 명상법은 여러차례 수행했습니다.”
△위빠사나의 전통은 어떻게 이어져 오늘날에 이르렀는가?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 후 5세기 동안 인도에서는 위빠사나가 승계되지 못했습니다. 반면 미얀마에서는 2천년 동안 많은 지도자들을 거쳐 위빠사나의 원시 정통성을 이어왔습니다. 이는 레디 사야도(Ledi Sayadaw) 스님, 사야 테트지(Saya Thetgyi), 우 바 킨(U Ba Khin)으로 계승됐습니다. 나는 우 바 킨으로부터 위빠사나를 전수받았습니다. 기원지인 인도에서부터 위빠사나가 세계 인류에게 퍼져나가기를 바란 스승의 뜻을 이어 1969년 인도에 최초로 위빠사나 센터를 건립했습니다.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외국에서도 위빠사나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800여명의 위빠사나 지도자들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고엔카 위빠사나 협회의 목적은 위빠사나의 기본 정신을 보다 많은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종교, 국적, 지역, 환경이 다른 많은 이들이 위빠사나의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특성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보존된 위빠사나는 이제 인도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수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들에게 삶의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 주는 삶의 지혜인 위빠사나를 배우는 기회를 늘리고자 합니다. 또한 위빠사나 연구기관을 통해 빨리어로 된 경전 등을 발행, 불법을 홍포할 예정입니다. 현대사회에 위빠사나 명상을 어떻게 접목시키고, 이에 따른 영향은 무엇인지 소개할 것입니다.”
△급격히 숫자가 늘고 있는 한국 위빠사나 수행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아침에 일어난 직후,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 단 몇 분만이라도 좋으니 매일 명상하십시오. 가능하다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이상 다른 위빠사나 수행자들과 단체명상을 하십시오. 매년 한번 이상 10일 정진코스에 참여하십시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생활에 실천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진정한 수행정진은 삶에 매우 변화를 가져옵니다.”
△10주년을 맞은 현대불교와 한국불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현대사회는 내면의 평화와 조화보다 물질적인 번영만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정신적 웰빙에 대한 욕구는 날로 커져갑니다. 범종파적인 불법홍포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본래 보편적이고 실용적이며 만물을 이롭게 하기 위함입니다. 조화로운 삶을 위한 방법과 전략이 담긴 철학으로, 모든 이들에게 분명한 삶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어느 국가나 지역에서도 그곳의 전통문화와 한번도 충돌한 적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설탕이 우유에 녹듯,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 사회의 발전을 서서히 이끌어냈습니다. 우리는 오늘날 그와 같은 평화적인 방법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절감합니다. 현대불교가 보다 번성해 자성성불의 가르침을 널리 펼쳐 세계의 평화와 행복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고엔카 위빠사나란?
호흡관 후 감각 관찰 위주의 관법
남방 불교의 대표적 수행법인 위빠사나는 일종의 관법(觀法)으로 수행자가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집중적으로 관찰함으로써 번뇌에서 벗어나는 수행방식이다. 위빠사나 수행의 소의경전인 <대념처경>은 몸(身), 느낌(受), 마음(心), 법(法)의 사념처(四念處)를 관찰의 기본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대념처경>은 사념처를 정해진 순서에 따라 닦아가야 한다고 보지 않았으며, 각 수행자의 근기와 성향에 맞춰 사념처 중의 한 가지를 선택해서 닦으면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얀마의 레디 사야도(1846~1923) 계통의 수행법을 전승한 인도의 고엔카 법사는 사념처 중에서 두 번째인 수념처를 강조한다. 기본적으로 호흡을 관찰하는 입출식념(入出息念)을 수행하며, 이에 의해서 마음의 집중을 얻은 후에 감각(vedan)을 관찰하도록 한다. 즉 신, 수, 심, 법 사념처를 다 닦지 않고, 신념처의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入出息念)’을 준비수행으로 닦은 뒤, ‘감각에 대한 관찰(受念處)’을 본 수행으로 닦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각을 관찰하여 고(苦)의 원인인 욕망을 일으키지 않고, 고를 벗어나 열반에 이르는 게 목표다.
성공한 사업가였던 고엔카는 1956년, 명상을 통해 편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미얀마의 우바킨(Sayagyi U B Khin) 법사로부터 위빠사나를 배웠다. 이후 인도에 명상센터를 세운 그는 1979년부터 해외 전법을 시작했다. 이로부터 800여 지도법사들이 130여 개국에서 ‘10일 집중수행’을 무료로 지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www.sgsb.ac.kr) 황용식 교수(명상치료학)와 ‘한국 비파사나센터 준비위원회(cafe.daum.net/dhammakorea)’가 정기 집중수행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