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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실현ㆍ사회봉사를 모토로 1955년 인도의 아난다 무르띠에 의해 창시된 이들 단체는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실천하는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전주, 부산, 서산에 이어 서울에 센터를 새롭게 마련하고 각국의 출가 수행자들을 초청해 한국 내 지부 활성화에 돛을 달았다. 10월 18일 고국을 찾은 한국인 최초 출가수행자 ‘다다 칫아트만(한국명 고철기)’을 만나 아난다 마르가 명상회의 수행법과 공동체 생활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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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난다 마르가가 국내에는 생소한데.
전 세계적으로 300만 명 이상의 회원, 1500명 정도의 출가수행자가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인 회원은 50여명에 불과하고 한국인 출가수행자 역시 다섯 명 뿐이다. 70년대 중반 이탈리아 수행자가 아난다 마르가 명상을 보급한 이래 전주 센터와 서울대 요가회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긴 했지만, 대중적인 기반은 취약한 편이다. 출가수행자의 경우 출가 이후에 연고없는 나라에서 수행한다는 원칙이 있어, 현재 국내에는 세 명의 외국인 출가수행자가 한국에 머무르며 수행법을 전수하고 있다.
▽ ‘탄트라 요가’를 전한다고 들었다.
탄트라는 인간 속에 내재하고 있는 우주적인 생명력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아난다 마르가 명상회에서는 인간을 육체, 마음, 순수의식(진여) 등 세 가지 측면으로 바라보고, 이 같은 세 가지 부분의 조율을 통해 대우주에 합일하고 지복(至福)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3가지가 각기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그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 또한 차별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 육체와 마음을 조율하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먼저 육체를 조화롭게 가꾸기 위해 이들은 오신채까지 걷어낸 채식식단을 지키고 한 달에 두 번 씩 단식을 강행한다. 또한 호르몬 분비 등 내분비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요가 아사나(동작) 수련을 생활화하고, 개인 특성에 맞는 호흡법(쁘라나야마)도 지도받는다. 이를 통해 몸속 에너지가 이동하는 통로(슈숨나)와 에너지 센터(차크라)를 정화할 수 있다.
마음을 제어하기 위한 엄격한 도덕률도 요구된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필요한 계율인 쟈마(5가지), 개인 내면의 계율인 니야마(5가지) 등 다양한 계율의 준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도덕적인 기초 없이는 수행의 진일보 역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욕망이나 감정 및 외적 대상에 의한 지배로부터의 해방과 자율훈련(쁘라타하라), 집중을 통한 명상(다라나) 등의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 마음을 초월하는 자리인 ‘순수의식’은 다루기가 쉽지 않을텐데.
진여, 불성으로 표현되는 순수의식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과정을 지도한다. 육체적 에너지를 정신적 에너지로, 정신적 에너지를 순수의식으로 모으다보면 몸속에서 잠자고 있는 신성이 궁극의 실체와 하나됨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자리는 고통이나 기쁨 등의 모든 감정을 초월한 자리이며, 가장 높은 삼매의 경지다.
▽ 개념에 치우친 듯하다. 그 같은 명상법을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기본적인 명상법은 누구나 무료로 배울 수 있지만, 궁극의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은 아무에게나 전수하지 않는 것이 우리 단체의 특징이다. 성불하겠다는 의지는 물론이고 존재에 대한 무한한 사랑 등이 일정 수준에 이른 이들만이 지도받을 자격이 있다. 키르탄(영적인 노래와 춤)을 통한 내면의 정화, 기본적인 만트라 명상 이후에 이어지는 깊은 단계의 명상법은 비밀스럽게 전수되는 것이다.
가르침의 방식도 일정하지 않다. 수행의 원을 세운 사람의 상태를 총체적으로 살핀 후에 근기에 맞는 방법을 개별적으로 지도해준다. 호르몬의 균형, 호흡 방식, 삼스카라(업) 등을 두루 고려해 최적의 명상법을 제시하는 것이 구루(스승)의 역할이다.
∇수행과 별도로 대사회적인 봉사에도 적극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번과 의복의 오렌지색은 ‘헌신’을 의미한다. 우리는 ‘깨달음의 실현’만큼이나 ‘대사회적 봉사’를 주목한다. 인간 사회의 진정한 복지를 위해서는 물질적인 차원에서의 사회보장만으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판단 하에 영성에 기반을 둔 삶의 틀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아난다 마르가 명상회의 디디(여자 수행자)는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 고아원 놀이방 등을 설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다다(남자 수행자)의 경우 환경문제와 식량문제 등의 사회 사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유엔의 NGO로 등록된 우리 단체는 전 세계 1800여 개 기관을 통한 교육보급을 비롯해 각종 구호활동과 환경 수호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031)348-1998
◇다다 칫아트만(한국명 고철기)◇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치타 주립대와 매릴랜드대에서 경제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자본주의의 종말>, <공동체 경제를 위하여> 등의 저서를 내기도 한 그는 성공회대ㆍ한서대 강사를 역임했으며 녹색대학 명상 프로그램 등 여러 영성 프로그램 지도에도 폭넓게 참여해 왔다. 91년 출가한 이래 현재 인도네시아에 명상센터를 열어 현지인을 상대로 아난다 마르가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