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에 걸친 온 가족의 참선사랑
안국선원 각운 거사 가족
“장모님, 세상 살기가 힘이 듭니다. 장모님께서는 늘 마음이 편안하신 것 같던데 저도 불교를 믿으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개신교가 모태신앙이었던 맏사위가 이렇게 묻자 장모님은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자네, 나를 믿는가?” 그리고 찾아간 곳이 안국 선원(선원장 수불 스님). 출가만 안했다 뿐이지 절에서 용맹정진하며 수불 스님께 화두 지도점검을 받던 사위는 세상을 흑백으로 분별했던 예전과 달리 온 세상이 참으로 아름다운 하나라는 걸 알게 됐다. 그 후 ‘정각(正覺)’이라는 법명을 받아 불자가 됐고 내친 김에 자신의 회사 이름까지 <아름다운 안국>으로 바꿨다.
그렇게 오 씨를 자연스럽게 불교로 이끈 장인 이은영(61ㆍ각운) 거사와 장모 이재남(57ㆍ무착지) 보살 가족은 지금 안국선원에서 2대에 걸친 참선가족으로 소문 나 있다. 다섯 딸 중 명신(32ㆍ선운행), 명임(29ㆍ선향도), 명지(26ㆍ원광안), 명진(22ㆍ지명향)과 두 사위 오학준(36ㆍ정각), 한상호(30ㆍ길봉) 씨까지 가족 모두가 수계를 받은 것도 특기할 만한데, 더 놀라운 건 각운 거사 내외가 참선을 시작한지 불과 4년여 만에 온 가족이 발심했다는 사실이다.
처음 참선을 시작한 건 무착지 보살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절하고 염불도 해봤지만 마음이 허전하기만 했던’ 무착지 보살은 안국선원에 다닌 이후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집안일을 미루고 참선 용맹정진을 했다. 참선한지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무착지 보살이 남편 각운 거사에게 넙죽 삼배를 올렸다. 좁은 소견으로 자기주장만 고집했던 허물을 남편이 그동안 어떻게 받아줬는지 깨닫게 되자 ‘남편이 바로 부처’라는 생각이 진심으로 우러나왔던 것이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깜짝 놀란 남편은 “당신이 배운다면 나도 해보겠소”라며 그때부터 좌선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두 부부가 합심해서 시작된 참선 열풍은 이제 주변까지 바꾸고 있다. 사위 정각 거사는 30~40대 직장불자들 모임인 ‘청림회’ 간사로 활동하며 주위에 적극적으로 불교를 알린다. 얼마 전에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시댁 어른까지 절로 모시고 왔었다. 시댁 어른은 “과연 어떤 가르침이길래 내 아들이 이렇게 변했느냐”며 왔다가 수불 스님의 법문을 듣곤 “과연 훌륭하신 분이다. 모든 것이 이치에 딱 맞는다”고 탄복했다. 이 거사의 가족들은 이렇게 주변인연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가는 것이 참선공부의 힘이라고 말한다. 마음의 문이 열리니까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도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것이다.
기자가 참선공부에 대해 “마음을 하나로 집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가족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어느 곳에 걸리는지 살펴보고 놓아가는 것입니다.” 무착지 보살이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정진하다 보면 말 그대로 매일 매순간이 모두 참선이 됩니다.” 우문현답이었다. 이은비 기자
(사진설명=딸 부잣집 각운 거사네 가족. 일요일이면 모두 법복을 입고 안국선원에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