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은 불교 속에서 얼마나 행복할까. 지금의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으며, 불교는 불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현대불교신문이 창간 10주년을 맞아 재가불자들의 행복지수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동안 수행 및 신행 행태나 특정 사안에 대한 견해를 묻는 설문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재가불자들의 행복지수를 조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는 9월 1~30일 한 달간 전국 사찰의 신도회, 청년회, 신행단체, 직장직능단체 불자들을 대상으로 우편설문을 통해 이뤄졌다. 설문지는 총 8천부를 발송했으며, 1,523명이 응답했다.
# 불자 행복지수 일반 국민보다 높다
본지 설문 응답자들이 답한 삶에 대한 만족도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계산한 결과 불자들의 평균 행복지수는 63.94점이었다. 이는 호서대 산업심리학과 김명소 교수팀이 2003년 전국의 남녀 2,0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타난 한국인의 평균 행복지수 57.71점보다 6.23점 높은 것이다.
남녀별로 보면 본지 설문조사 결과 남성 64.93점, 여성 63.61점, 김명소 교수팀의 조사결과는 남성 58.59점, 여성 56.87점으로 두 조사결과 모두 남성의 행복지수가 약간 높았다.
물론 두 설문결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본지 조사가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지수를 체크한 결과인 반면, 김 교수팀의 조사는 70개의 항목별 행복지수를 종합한 결과다.
하지만 행복지수를 산출하기 위한 등급(0~10등급)분류 방식이 같고, 또 평균 행복지수와 남녀별 행복지수의 편차가 거의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설문조사의 불자 행복지수는 주목할 만하다.
특히,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들 간의 차이가 경제 사회 문화 환경보다는 개인적 성숙과 관련된 특성들(여가 및 자유추구, 긍정적 인생관, 자기 수용감 등)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김 교수팀의 분석결과는 불교를 신앙하는 불자들의 행복지수가 일반 국민보다 다소 높게 나온 이유를 설명해 주기에 충분하다.
# ‘불교와 행복’ 긴밀한 관계 90%
불자들은 불교를 믿음으로써 어느 정도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를 믿음으로써 삶 자체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5.6%가 ‘그렇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가운데 53.8%는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고, ‘자주 한다’는 응답도 31.8%나 됐다.
불교가 자신의 현재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응답도 86.4%에 달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대답이 46.5%를 차지, 불자 2명 중 1명은 불교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 “지금 행복하다” 60.4%
현재의 삶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보통’(10점 만점 중 5점) 이라는 응답이 30.5%로 가장 많았다. ‘매우 만족한다’(9~10점)는 응답은 15.6%였으며, ‘매우 불만족스럽다’(1~2점)는 경우는 2.8%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만족’ 쪽(6~10점)의 응답이 60.4%로 ‘불만족’(0~4점) 9.1%보다 훨씬 높았다.
특이한 것은 ‘만족’쪽 응답자 238명 중 30%가 ‘만족을 가져다주는 요인’으로 ‘종교’를 가장 많이 꼽았다는 점이다. 종교 다음으로는 건강(20.6%)-가족관계(22.7%)-일을 통한 자아실현(16.4%) 순이었다. 돈이나 명예라고 답한 사람은 8명(3.3%)에 그쳤다.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요소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서도 종교를 중요하게 여기는 불자들의 가치관은 그대로 드러났다. 가장 많은 응답은 역시 ‘건강’(52%)이었지만, ‘종교’ ‘일을 통한 자아실현’ ‘가족관계’가 각각 12.7%로 나타나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다.
# 불교가 삶을 바꾼다 65%
응답자의 65%가 불교를 신앙하면서 자신의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고 답했으며, ‘불교의 가르침이 생활 속의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됐다’는 응답자도 84.8%에 달했다. 또 계율을 잘 지키면 삶에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81.5%나 됐다.
불교를 믿는 이유로는 ‘삶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33.7%)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정신적 위안을 얻기 위해’((25.4%)-‘부처님의 가르침이 훌륭해서’(20.9%)-‘나와 가족의 복을 구하기 위해’(9.9%) 순이었다.
이 네 가지 결과를 종합하면 대부분의 불자들은, 불교가 자신의 삶을 바꾸어 놓았거나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불자답게 살고있다 35%
불교의 가르침대로 살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5.1%인 반면 그렇지 않다는 경우는 40.1%로 나타났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23.8%. 또 자신의 일상 수행에 대해서는 ‘평균 수준쯤 된다’(29.7%)는 응답을 제외하고는 부정적인 평가(37.4%)가 긍정적인 평가(32%)보다 다소 높았다. 생활 속에서 계율을 잘 지킨다는 응답자 역시 9.8%에 불과했다.
‘현재 하고 있는 수행을 통해 금생에 깨달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답이 42.4%로 가장 많았지만, 이와 비슷한 수의 불자들(41%)이 ‘모르겠다’고 응답, 깨달음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율 현실과 동떨어져 불교에 실망
불교에 실망을 느낀 경우가 있다는 응답은 48%로, ‘없다’(36.5%)는 답보다 많았다. 그 이유가 자신과 관련된 문제 때문인 경우는 계율이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기 때문(24%)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외부적인 문제 때문일 경우는 도반이나 불자들에게 실망감을 느낄 때(22.3%)가 많았다.
응답자 나이·성별·학력 분석
응답자 1,523명을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572명(37.6%)으로 가장 많았고 50대(395명,25.9%)-30대(253명,16.6%)-60대이상(186명,12.2%)-20대(117명,7.7%)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1142명(75%)로 남성(25%)보다 3배나 많았으며, 학력은 고졸(45.2%)-대졸(37.7%)-중졸(9.7%)-대학원졸(3.9%)-초등졸(3.5%)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