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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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0주년] ‘말과 글’ 벽 넘어야 '세계화'
설법의 도구인 언어의 중요성은 부처님 당시에도 강조됐다. “그 지역의 언어로 포교하라”는 부처님의 뜻에 따라 불제자들은 포교대상자의 언어를 구사했고, 그러한 노력은 즉각적인 포교효과로 나타났다. 오늘날도 해외포교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언어’다. 이 언어장벽을 넘지 못한다면 교포 위주의 포교에 그칠 뿐 교포 2세나 외국인들에 대한 포교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언어와 더불어 해당 언어로 번역된 포교 교재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일시적이고 지역적인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교재는 한국불교를 알리는 또 다른 ‘포교사’이기 때문이다. 해외 포교를 위한 언어교육과 교재발간 현황은 어떠하고, 효과적이고 올바른 해외포교를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짚어본다.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
우리의 마음이 곧 진리며 그것을 깨치면 곧 부처라는 조사선의 가르침이다. 그 깨달음은 교(敎) 밖에 있는 것이고, 문자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깨닫지 못한 수많은 중생을 향해 법을 전하려 할 때 1차적으로 말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현실. 언어는 포교에서 매우 중요한 방편임은 부인할 수 없다. 상대가 외국인이라면 외국어 구사능력은 필수적이다.

●취약한 외국어 교육 시스템
9월 한 달간 본지가 해외 한국사찰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의 스님들이 외국어 장벽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어 장벽이 자칫 최근 활발해진 해외포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우려를 낳고 있다.

80년에 도미, 현재까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일 스님(법왕사 주지·남가주사암연합회장)은 “영어가 유창하지 못한 스님들은 교포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조차 큰 불편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스님들이 외국어 문제를 겪게 된 것은 사전에 충분한 준비 없이 해외포교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포교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없는 우리 현실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전 세계에 200여개 사찰을 두고, 미국에 서부대학을 설립하는 등 해외포교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대만 불광산사의 외국어 교육 시스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대만 불교 또한 우리 못지않게 외국어라는 장벽을 극복해야 하는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불광산사 개산종장 성운 스님은 일찍이 “외국어를 못하면 국제화도 할 수 없다”며 외국어 교육을 강조했다.

●대만 불광산사에서 배우자
해외포교 지망자에 대한 교육은 불광산총림학원 국제학부 영문불학원(英文佛學院)과 일문(日文)불학원에서 이뤄진다. 불학원은 우리의 강원에 해당하는 곳으로 2~4년간 불교교리, 사찰관리행정, 포교, 컴퓨터 교육을 이수하는데, 전 과정이 영어 또는 일어로 진행된다. 이처럼 철저한 교육을 통해 배출되다보니 해외 현지 적응이 빠를 수밖에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불광산사는 해외 인재를 국내로 유치해서 중국어와 교리를 공부시켜 다시 해외로 내보내는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3년간 진행되는 이 과정에서는 2년간의 국내외 교육과 1년간의 해외 실습이 포함된다. 이 모든 과정은 무상으로 이뤄진다.

이에 반해 우리의 외국어 교육은 많이 미흡한 실정이다. 해외포교를 위한 교육 과정으로는 국제포교사 양성과정이 거의 유일하다. 1995년에 도입돼 지금까지 176명의 국제포교사가 배출됐다. 6개월 과정에서 연수생들은 주 2회, 두 시간씩 한국불교, 교리, 역사, 통·번역 등을 교육받는다. 6개월 가운데 후반 3개월 수업은 영어 또는 일어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는 교리 이해와 외국어 실력 배양에 턱없이 짧은 기간이어서 교리와 외국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는 무리가 있다.

중앙승가대 경우 필수과목으로 영어 4학점과 영어회화 선택이 가능하며, 포교사회학과에 한해 포교영어 과목이 개설돼 있다. 그 외 강원에서는 영어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형편이다. 조계종 교육원의 한 관계자는 “강원에서 외국어는 관심사항이 아니다”며 “실제로는 영어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불교용어 영어표현 교육 절실
이처럼 외국어 교육 기반이 취약한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해외포교를 위한 외국어 교육 과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욕불교> 편집장 이종권 국제포교사는 “일반 영어는 물론 교리 설명에 필요한 불교용어의 영어표현을 익히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익순 | ufo@buddhapia.com
2004-10-12 오전 1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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