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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0주년] 한국인의 종교의식을 말한다
본지가 실시한 ‘한국인의 종교인식 의식조사’ 결과, 지식정보화 시대에 적합한 종교가 없으며 종교간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9월 30일 본사에서 세 명의 전문가를 초청해 지식 정보화 시대에 적합한 종교가 되기 위한 조건, 종교간 갈등 예방 방안, 템플스테이 효율적 운영 등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
윤원철 교수(서울대 종교학과)
성태용 교수(건국대 철학과)
이각범 교수(한국정보통신대 경영학부)
사회 : 본지 편집국 김원우 차장

△21세기 지식 정보화 시대에 적합한 종교가 없다는 응답이 63.1%로 나왔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이각범-지식 정보화 시대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정보가 과학ㆍ기술적 기반에서 흘러나온다. 반면 기존의 종교는 많은 부분 기복적 신비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기복적 신비주의적 측면이 미세한 나노의 세계까지 꿰뚫는 세계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63.1% 당연한 수치다. 그마나 미미하지만 불교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것은 교리 때문인 것 같다.

성태용-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당연한 결과다. 종교가 변화의 양상들을 따라잡아 소화해내고 문제들을 끄집어내서 대중들에게 제공해 줄 수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다. 현대사회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사이버 스페이스의 경우는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답이 불교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현대인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

윤원철-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대인들은 종교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21세기의 지식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종교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종교가 현대인들의 지적인 욕구를 못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의 지적 수준에 맞춰 이들의 욕구에 대응하는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

△응답자 중 절반가량이 한국사회에서도 종교간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종교간 갈등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은?

이각범 교수(한국정보통신대 경영학부)
이각범-지역분포로 보면 영남 지역에 사는 사람들, 특히 불자들이 많이 분포한 부산, 울산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종교 갈등이 많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수도권이나 호남지역에 사는 사람들, 즉 개신교 신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즉 개신교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종교간 갈등이 세계적 이슈이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도 발생할 것이라고 자연스레 생각하는 것 같다.

성태용-종교간 갈등을 적절하게 해결하지 않은 채 지나가면 불교도 피해의식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불교인들조차 종교 갈등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종교간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선 종교계 수장들이 모여서 타종교에 대한 비방을 금지하는 일종의 헌장을 발표해야 한다. 종교의 자유는 무한하지만 포교의 자유는 다른 종교에 피해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윤원철-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는 종교가 공적인 부분에 큰 비중을 둬 왔다. 그래서 이명박 서울시장의 서울봉헌 발언이 나올 수 있었고 대광고 강의석 학생같이 고통 받는 개인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과연 공적인 부분에서 개인의 신념과 취향이 얼마나 용인되고 발표될 수 있을 것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법률적 차원에서 심각하다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현대시민사회는 다원주의가 기본이다. 그것이 무시되면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선거 시 후보자 종교를 고려하지 않는다란 의견이 85.4%로 압도적으로 나왔습니다. 특정종교 정당설립이 바람직합니까?

이각범-실제로 지난 총선 때 기독교 정당이 있었지만 참패했다. 그것은 종교사회와 정치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일어난 결과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선거행태는 자신이 믿는 종교와 관계없이 투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종교를 바탕으로 정당을 만드는 것 무익한 일이다. 아쉬운 점은 종교가 정당을 만들 때 쓴 자금, 즉 신도들의 헌금이 종교 원래 목적에 쓰였으면 하는 것이다. 또 정당 만들 때 자금 출처를 분명히 해야 한다.

성태용 교수(건국대 철학과)
성태용-종교 정당은 양날의 칼과 같다. 세속적인 문제에 종교가 결합할 때 잃는 것이 더 많다. 같은 종교 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불자들이 정치의식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NGO들이 불교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불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교 선택 기준으로 ‘마음의 평안을 위해’라는 대답이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불교계에선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가 ‘마음의 평안’을 주는 장이 되고 있을까요?

성태용-지금 형태의 템플스테이는 문제가 있다. 사찰에서 전통만 강조하면 안 된다. 참여하는 사회인들이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돌아갈 때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템플스테이는 색다른 체험에 국한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또한 사찰에 오지 않더라도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 사찰과 연관을 맺되 사찰에 국한시키지는 말아야 한다.

이각범-외국인 대상 템플스테이를 지도한 경험에 비춰볼 때, 부증불감((不增不減) 불구부정(不垢不淨)의 의미라면 모를까, 이것을 통해 불교적 양식을 얻고 도시에서 찌들었던 심신을 풀고 간다는 측면에서라면 현재의 템플스테이는 안티 불교운동이다. 즉 불교는 더러운 종교고, 고통을 강요하는 종교일 뿐 아니라, 후진 종교라는 인식을 심어줄 뿐이다. 따라서 청결이나 위생, 생활 문제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 또한 스님들은 사찰을 소유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윤원철 교수(서울대 종교학과)
윤원철-저잣거리에, 자기 동선 안에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 도심 포교당이 많이 생겼지만 천주교 성당처럼 고요하게 기도하고 나오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템플스테이어야 한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대형 사찰일수록, 전통사찰일수록 스님들이 불친절하다는 점이다.

△과거에 믿었던 종교를 현재 믿지 않는 이유로 ‘교리 때문에’라는 응답이 높았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성태용-불교는 교리를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또 교리 자체에 대한 기본 통일도 없고 정리된 교리안도 없다. 공통된 가르침을 알려주는 스님도 많지 않다. 통일적인 교리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있어야 한다. 또 이것을 현대인들에게 전달해주는 작업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경전의 한글화 작업부터 시작하면 더 좋을 것이다.

윤원철-불교의 경우 사람들이 교리를 알고 보니 안 맞아서가 아니라 무엇이 교리인지 헷갈리고 자상하게 가르쳐 주지도 않아 떠나는 것 같다. 스님이나 법사님 등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할 분들이 교리 공부를 체계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각범-학력이 낮을수록 불교를 많이 믿고, 학력이 높을수록 개신교를 많이 믿는다. 연령대를 보면 불교는 50대가 가장 많고, 30대가 가장 취약하다. 이것을 볼 때 비불교 집안에서 자발적으로 불교 귀의하는 숫자는 적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불교야말로 초발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불교는 지금까지 습인(習因)에 의해 왔다. 종교상과 스님상을 버리고 대오각성해 초발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본인 신앙생활에 대해 개신교 신자 71.2%는 잘하고 있다는 대답을 한 반면, 불교 신자 42.8%는 잘못하고 있는 편이라고 대답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윤원철-한국불교는 선종이 주류고 모델이 출가 수행자다. 재가 신자로서 신념이 크고, 자긍심이 있으며, 수행을 잘해도 이런 구조 때문에 자신이 잘 하고 있다 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신교의 경우는 즐거운 종교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불교도 분명 신나게 해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기껏해야 기복으로 기쁘게 해줘서는 안 된다.

성태용-재가불자들은 이중생활자다. 절에서는 열심히 고민하다가도 속세에 나와서는 세속적으로 산다. 세속생활과 종교생활이 이중적으로 굴러간다. 그러다보니 만족할 만한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의 경우 교인들끼리 공동체 생활도 하다보니 세속적인 생활로도 이어진다. 그러다보니 만족도가 훨씬 높아진다. 불교신자들의 이러한 이중생활은 깨져야 한다.

이각범-수행방법에 대해 너무 경직되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조계종에서는 간화선을 강조하는데 누구나 쉬운 방법으로 불도를 깨달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또 예식이 너무 길거나 불성실한 법문 때문에 법회를 피하는 사람도 많다. 법회는 몰랐던 것이나 의문 나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이를 간과하면 불법을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거두어들이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개신교 신자 31.7%가 무종교인에게 자신의 종교를 적극 권유하지만, 불교신자 84.6%는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며 별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종교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소위 포교활동에 불교계가 너무 소극적이 아닌가요?

이각범-부처님의 전법은 당신이 수행의 모범 보여 사람들의 마음을 이끄는 행위였다. 따라서 전법을 하기 위해서는 첫째, 모범이 되는 생활을 해 다른 사람들을 감화시켜야 한다. 둘째 생활이나 생사에 대한 질문에 근기에 맞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공부를 늘 해야 한다. 전법이라는 것은 수행이나 공부 짓는 것, 생활과 다르지 않다. 생활 속에서 공부하고 수행하면 가장 수승한 전법이다.

성태용-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불자들에게 공동체라는 이념이 없기 때문이다. 재가자들의 공동체, 즉 사부대중의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의식이 약하기 때문에 포교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너와 나의 연결 속에서 불국토를 구현하려는 생각이 있으면 포교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삼귀의만 보더라도 부처님과 스님께 귀의하면 불교에서는 끝나는 것이라는 착각을 심어줄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윤원철-지금까지 숫자로서 회의했지만 결국 양적 문제보다 질적인 문제로 귀착된다. 한 사람 한 사람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사람의 후광이 세상을 비추게 하는 것이 불교의 방식이다. 그것을 사회 속에서 구체화 하는 방식이 공동체 개념이지만 그것이 어그러져 있다. 뭔가 혼란스러울 때는 좋은 의미의 근본주의, 즉 근본을 돌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남동우 | dwnam@buddhapia.com
2004-10-11 오전 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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