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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이기도 한 방귀희 씨는 불교방송 사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에서 가을개편에서 유일한 장애인 프로그램이 폐지된데 대해 해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방 씨는 “인기에 편승하는 일반 방송으로 바꾼다는 것은 방송의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소외받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자비의 목소리를 내 줄 것을 불교방송에 요청했다.
다음은 공개서한 전문이다.
◇불교방송은 자비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방송작가)
불교방송 사장님, 저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서 이동하는 장애인입니다. 제 직업은 방송작가이고 작은 힘 이나마 뜻있는 일을 하고 싶어 장애인 문예지 솟대문학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를 소개할 수 있는 전부이지만 제가 가장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은 제가 부처님 법을 배우고 그 불법을 따르고 있는 불자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불교방송의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인 ‘그리운 등불 하나’에 애정을 갖고 있는 이유가 바로 내가 장애인이고 불자라는 것에 있습니다.
1990년 불교방송이 개국한 이래 지금까지 ‘그리운 등불 하나’(매주 일요일 오후 10시10분~11시)는 불교방송의 기치인 소외 계층과의 ‘나누는 기쁨’을 성실히 실천해오고 있는데 14년의 역사가 있는 프로그램을 지금 와서 폐지시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여쭙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가뜩이나 불교는 타종교에 비해 장애인 포교에 뒤떨어져 있는데, 불교방송에서 장애인 프로그램을 없앤다는 것은 장애인 포교를 포기한다는 종교적인 기능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장애인의 알 권리와 참여의 권리를 짓밟는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입니다.
불교방송은 불자가 주인이지 몇몇 관리자가 청취율을 빌미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개인적인 자원이 아닙니다. 방송 매체가 나날이 불어나고 있는데 종교방송을 인기에 편승하는 일반 방송으로 바꾼다는 것은 방송의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불교방송은 자비의 소리를 내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바로 이것이 불교방송에 ‘그리운 등불 하나’ 같은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것이 제 개인의 문제라면 얼마든지 침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불교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기에 침묵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운 등불 하나’는 장애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프로그램입니다. 타종교 방송국에서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을 신설·폐지를 반복하는 동안 불교방송은 연속성을 가지고 꾸준히 장애인 곁에 있었기 때문에 불교의 저력을 과시하며 장애인복지계에서 그 참여도가 점점 넓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그리운 등불 하나’를 가을철 프로그램 개편 때 폐지시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믿지 않았습니다.
사장님께서 불교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파악이 덜 된 상태여서 그런 의견을 내실 수도 있다고 이해하며 불교방송을 오랫동안 지켜온 PD들이 불교방송이 잘못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이 믿음은 산산 조각이 나고 10월 10일 마지막 방송을 해야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가난한 여인이 밝힌 등불을 영원히 꺼지지 않도록 하시어 지금까지 소외된 곳을 구석구석 밝혀주고 있는데, 법음을 전해야 할 불교방송이 공명심에 장애인의 등불을 꺼트린 것은 부처님을 욕되게 하는 일이기에 저는 지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끝으로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장애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피같은 땀을 흘린 극복의 삶을 소개하는 ‘그리운 등불 하나’를 들으며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것이 느껴지지 않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