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108배로 참회하고, 찾아오는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절을 하며 업장을 녹여라.”
청담 스님의 가르침을 받들기라도 하듯, ‘108배’로 대표되는 절수행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절’은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업장 참회는 물론 인욕력과 삼매력 증진, 그리고 심신 단련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어 불자들 수행의 한 방편으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는 종교적 신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108배 정진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사회 인사’들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절 신드롬’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 ‘절 바람’ 진행 중
서울중앙지법 민사60단독 강민구 부장판사는 108배 건강요법에 흠뻑 빠져있다. 3년 전 건강이 좋지 않아 108배를 시작했다는 강 부장은 최근 절하는 횟수를 300배로 늘릴 정도로 열심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숨 돌릴 틈도 없는 빽빽한 일정에 시달리다가 108배로써 건강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부패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23부 김병운 부장판사 역시 강 부장의 권유를 받아들여 108배 수행에 돌입했다. 몇 년 전 강 부장과 함께 시작했다가 그만 둔 적이 있지만, 지난 달 재개하며 의지를 다지고 나섰다. 그리고 현재 유영철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합의21부 황찬현 부장판사에게도 108배를 권할 만큼 열성이다.
108배는 이들 판사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23년간 매일 천배를 이어오며 뇌성마비 장애를 극복한 한경혜 화가의 에세이 <오체투지>(반디미디어)가 최근 인기를 끌면서 절수행 열풍을 더하고 있다. 절수행 도량으로 이름나 있는 양평 법왕정사(031-771-7745) 주지 청견 스님은 “최근 108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절 제대로 하기’ 강좌에 참여하는 이들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 바른 절, 바른 건강
청견 스님은 “호흡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인 동작만 이어가는 절은 오래 지속하기도 힘들뿐더러 몸에 대한 부담감이 가중돼 마음의 평안을 오히려 흐트리기 쉽다”고 지적한다. 절은 심신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편이 되기도 하지만, 동작과 호흡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건강은 물론 수행으로서의 의미도 잃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절이 ‘올바른 절’일까. 청견 스님은 “절을 할 때에는 의식적으로 호흡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선 자세에서 기마자세를 거쳐 무릎을 바닥에 대기까지 숨을 들이쉬다가, 손을 바닥에 짚고 이마를 땅에 대면서 숨을 천천히 내쉬어 준다. 이 같은 날숨은 무릎을 땅에서 떼며 다시금 기마자세를 취할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기마자세를 취하면서 몸을 펴기 시작하면 자동적으로 숨을 들이키게 된다.
청견 스님은 “이 같은 호흡법을 따른다면 108배는 물론이고 천배까지 숨을 헐떡이지 않고 무난히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심장의 뜨거운 불기운을 아래로 내려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신장의 차가운 물기운을 위로 끌어올려 머리를 맑게 해주는 등 실질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감신경의 흥분도 가라앉히므로 분노 등의 감정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 청견 스님의 말이다. 절 수행자들이 그 횟수를 거듭할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