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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의료원 불자회, 봉선사서 ‘자비인술’
“스님들이 건강해야 불교가 튼튼해집니다.”
경희의료원 내과 김명재 교수가 봉선사 스님의 건강을 검진하고 있다. 사진=김철우 기자
절집 마당에 병원 문이 열렸다. 진료과목은 내과, 안과, 한방과, 물리치료. 웬만한 작은 병원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천막 기둥에 약국 간판도 내걸었다. 독감예방 주사액부터 혈압, 인슐린, 비타민까지 넉넉하게 가져왔다. 진료시간은 아침 9시. 하지만 진료대기 순번이 벌써 10번을 넘어섰다. 청진기와 주사기가 30분 먼저 들려졌다.

9월 19일 경기도 남양주 봉선사. 경희의료원 불자회(회장 권혁운)가 스님들의 ‘의료 도반’으로 나섰다. 산사에서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의 ‘몸 그릇’을 꼼꼼히 챙기기 위해서다. 또 몸이 아파도 참고 견뎌야 했던 스님들의 속사정도 시원하게 풀어줄 마음으로 절집을 찾았다.

“스님, 어디가 편찮으세요?”(김명재 교수)
“눈이 쉽게 피곤하고 금세 피로감을 느껴요.”(봉선사 능엄학림 연각 스님)
“그럼, 가까운 병원에라도 가보셨어요?”
“….”

33년간 경희의료원에서 재직하다 정년퇴임한 안과전문의 김재명 박사(68)는 학인 스님들의 ‘눈’상태를 걱정했다. 교종본찰답게 불경공부 매달리는 학인 스님들이 경전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니 ‘안구건조증’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학인 스님들께서 불교공부에 욕심을 덜 내셔야겠어요. 눈에는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데 스님들을 진료한 결과, 시력이 전반적으로 좋지를 않아요. 정기적인 안구검진과 시력검사를 필요해요.”

종합검진도 이뤄졌다. 내과는 혈당과 소변 검사를, 한방과는 진맥을 잡았다. 40여 스님들 대부분이 큰 병 없이 건강한 편이었지만, 오랜 수행생활에서 비롯된 스트레스성 위장병, 관절 이상 등이 발견됐다. 곧이어 건강유지법에 대한 설명도 곁들어졌다. 채식위주의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제 등 체력을 보강할 수 있는 영양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평소 위장병을 걱정했던 봉선사 노전 성일 스님은 “산중 사찰에서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불자의료인들이 찾아와 진료를 해주니 너무 고맙다”고 감사를 표했다.

경희의료원 불자회의 진료봉사는 오후 5시까지 쉼 없이 이어졌다. 스님들은 물론 지역주민 100여 명의 건강상태를 세심하게 살폈다. 의료원 수간호사였던 우혜경 씨(54ㆍ반야도)는 혈당치 검사를, 진료봉사에 참가하기 위해 연차까지 낸 오정옥 씨(48ㆍ급식과)와 불자회 총무 남일현(51ㆍ임상병리과) 씨는 걷기 힘든 어르신을 부축하며 비지땀을 흘렸다.

이번 진료봉사에는 특별한 의사와 약사도 동참했다. 지난해부터 불자회와 봉사를 해온 천주교 신자인 이종수 경희의료원 한방재활과 교수(49ㆍ돈 보스코)는 ‘자원봉사에 종교가 중요하지 않다’며 침을 놓았다. 또 4백만 원어치의 의약품을 흔쾌히 보시한 종로약사회원 김정순 약사(50ㆍ자비화ㆍ서울 새현대약국)는 ‘불교의 꽃은 스님들’이라며 스님들이 건강해야 불교가 튼튼해진다고 말했다.

경희의료원 불자회 봉사활동은 지난 97년 창립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7년째 의료원내 불교자원봉사회와 간병봉사를 하고 있는 것은 물론 매년 3~4차례 대한가수불자회와 병원로비에서 ‘환자 쾌유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또 전국병원불자연합회가 정기적으로 벌이는 의료봉사활동에 한번도 빠지지 않으면서 의료혜택이 못 미치는 곳에 ‘자비인술’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진료봉사를 펼치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제대로 된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의료기기 마련은 필수지만, 지금은 회원들이 사용하던 의료기기를 직접 가지고와 진료를 한다. 운영경비는 회비에서 충당하기 때문에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경희의료원 불자회 권혁운 회장은 “불자의료인들의 진료봉사는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유마거사의 보살정신을 따라 바라밀행을 닦는 실천”이라며 “앞으로 의료봉사를 정례화해 보다 많은 이웃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
2004-09-20 오후 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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