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대학 재가불자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소규모 신행모임에서 목욕, 장의염불, 복지시설 봉사에 이르기까지 그 활동영역이 폭넓다. 재가불자 신행패턴을 바꿔놓을 만큼 활동력도 크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적인 신행활동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불교대와 사찰 등의 ‘무관심’은 현장포교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재가불자들이 지속적으로 펼치려는 신행의지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H불교대학을 운영하는 모 스님은 “당초 불교대학을 설립한 이유는 사찰 신도회원을 다수 확보해 신도회 조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며 “아무리 대외사회봉사활동도 좋지만 그래도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사찰 일을 먼저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불교대학 재가불자들의 신행의식도 어정쩡하다. 배운 것을 실질적으로 실천으로 옮기는데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또 대외봉사활동을 계획해도 소속 사찰의 주지나 학장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최근 경북 G불교대학을 졸업한 한 불자는 “졸업 동문들과 발마사지 봉사활동을 계획했었는데, 시큰둥한 학장 스님의 반응에 어쩔 줄 몰랐다”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뭔가 해보려고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로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불교계 재가불자 신행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려면, 먼저 소속 사찰과 불교대학이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봉사분야별 전문 강사 지원을 비롯한 인적·물적 자원 지원과 활동처를 연결시켜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 졸업생들이 자발적인 신행·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불교대학의 재가불자 신행활동 권장은 서울 정토불교대학에서 모범적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정토불교대학은 지난 91년 문을 연 이후, ‘자원봉사’를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교과과정에 규정했다. 2년 과정 동안 학기당 총 16시간의 봉사활동을 펼치게 하고 있다. 봉사기관도 사회단체 길거리 모금, 환경운동 등 다양하게 선정, 활동범위도 넓혔다.
이 대학 성영진 씨(40)는 “처음에는 특별한 사명감 없이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대학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나를 ‘봉사마니아’로 만들었다”며 “이제는 대학동문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신명나게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대구영남불교대학도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신행·봉사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현재 이 대학에서는 무의탁노인돕기, 병원봉사단 활동, 상담전화 운영 등 10가지 정도의 봉사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1가지 이상의 봉사모임에 가입하도록 하는 한편 신행공간을 마련해, 조직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이외 전북불교대학은 경전독송회, 문화재답사회 등의 동아리 활동을, 부산불교교육대학은 군병원, 군부대 법회 지도, 수화반 출신 심여회 등이 청각 장애인법회에서 수화통역을 맡는 등 재가불자들에게 다각적인 활동무대를 제공해주고 있다.
대구 영남불교대학 학장 우학 스님은 “불교대학을 졸업한 불자들의 상당수는 봉사활동과 신행활동에 대한 의지가 대단하다”며 “일부 사찰과 불교대학 스님들이 불자들의 ‘포교의지’를 뒷받침해 이들을 불교발전에 ‘포교자양분’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