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용 인구 3천만 명 시대. 정보의 바다에 불교가 ‘두둥실’ 떠다닌다. 큰 스님의 주장자 소리가 동영상으로 전해지고, 팔만사천법문이 실시간으로 불자들의 안방에 제공된다. 그야말로 사이버 인드라망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일과 수행’의 두 바퀴를 굴리는 일터불자들도 마찬가지. 신행정보와 불교지식을 찾기 위해 사이버 세상에 불법의 뗏목을 띄우는 직장불자들이 많다. 인터넷에서 성지순례를 떠나는 것은 기본, 사이버불교대학에서 공부, 아예 인터넷 포교사로 나선 직장불자들도 있다. 매일매일 ‘신행정보의 보고’에서 불법을 캐는 일터불자들. 이들의 사이버 신행 노하우를 소개한다.
▲‘사이버 법당’에서 부처를 만난다
농협중앙회 불교회원 이종훈 경영검사부 팀장(48). 그의 출근 시간은 30분이 빠르다. 인터넷상에 창건한 ‘농협불자 사이버 법당(daum.net/nacfbuda)’을 참배하기 위해서다. 우선 농협불자 법당에 업데이트 시켜놓은 ‘통도사 새벽예불’ 동영상으로 아침예불을 올린다. 그리고 <천수경>과 <반야심경> 동영상을 연이어 ‘보고 들으며’ 독경을 한다. 25분 남짓, 사이버 법당에서 예불을 마치고 곧바로 명상음악을 듣는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갖는다.
이 팀장이 이렇게 사이버 법당에서 참배를 한 것은 지난 2003년 8월부터. 늘어난 업무량에 능력급 연봉제 등으로 근무환경이 꽉 조여지면서 사찰을 직접 찾을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수행의 고삐는 놓지 말아야겠고, 근무여건은 이를 허락하지 않다보니 이 팀장이 고민 끝에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사이버 법당 참배였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든 찾을 수 있는 인터넷은 이 팀장에게 일터불심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는 든든한 친구였다.
이 팀장의 기발한 발상은 최근 벌이는 ‘매일 농협법당에 헌향하고 꼬리말 달기’ 운동으로 이어져 100여 명의 농협불교회원들의 폭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인터넷은 직장불자들에게 참으로 유용한 ‘놈’입니다. 하루 종일 일에 치이고 몸과 마음이 늘 쫓기는 직장불자들에게 손쉽게 신행생활을 할 수 있게 하지요. 사이버 법당에서 갖는 예불은 무엇보다도 스스로 자기 점검을 할 수 있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우리은행 불자회원 현동관 은평구지점장(48)도 인터넷에서 불교와 만나고 있다. 매일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하는 현 지점장은 신행원찰인 서울 화계사 홈페이지부터 찾는다. 그날의 숭산 스님의 텍스트 법문을 읽고 감명 깊은 법구를 정리한다. 또 즐겨찾기로 모아둔 붓다뉴스(buddhanews.com) 등 불교계 언론사들의 뉴스를 보면서 교계 현안도 살펴본다. 그리고는 스님 법문과 자신이 간추린 불교계 소식들을 사내 내부 전산망에 있는 우리은행 불자회 게시판에 올린다.
“직장인들은 꿈을 꿔도 직장 일로 꾼다고 합니다. 촌각까지 아껴 쓰지 않으면 일은 물론이고 신행생활도 게을러 질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인터넷은 직장불자들에게 없어선 안 될 신행정보 창고입니다.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을 쪼개 사이버 상에서 스님 법문을 접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청량제가 됩니다.”
▲인터넷에서 ‘불교의 ㄱㄴㄷ’를 배운다
2003년 대구영남불교사이버대학 기초반을 졸업한 제주도청 불자회원 강대성 농경유통과 계장(52). 인터넷에서 불교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때와 장소와 상관없이 큰 스님들의 감로법문을 듣고 친견할 수 있어서 그렇다. 퇴근 후 1시간씩 특강 동영상을 보면서 그간 몰랐던 불교교리를 하나 둘씩 알아갈 때면, 작은 법열(法悅)까지 경험한다고 말한다.
“전에는 불상을 봐도 어떤 부처님인지 몰랐습니다. 주위 동료들이 불교에 대해 물어도 늘 머리만 긁적거렸지요. 이제는 불상의 손 모양으로 무슨 부처님이신지 단번에 안답니다. 궁금한 점이 있어도 고민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빠르게 불교기본지식을 확인할 수 있으니 지금은 인터넷 불교공부가 제 신행의 일부가 됐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신행점검을 받는 일터불자도 있다. 경기 양주군청 정미자 씨(53)는 사이버 절 ‘열린절(cafe.daum.net/buruna21)'에서 시숍 법현 스님(서울 자운암 상임법사)에게 메일을 받아가며 신심을 키우고 있다. 불교에 갓 입문한 정 씨로서는 일생생활 속에서 자기 신행 상태와 기초교리를 배우는데 귀중한 공간이 되고 있다.
“대중법회에서 궁금한 것이 있어도 남의 눈치 보느라 손들고 질문하기 힘들었어요. 무식함이 탈로 날까봐 매번 전전긍긍하기만 했죠. 그러다 인터넷 불교공부방을 알게 되면서 의문점들을 해결할 수 있었어요, 질문을 자유롭게 게시판에 올리면 수시로 스님께서 답변해 주시니까요.”
아예 본격적으로 ‘인터넷 포교사’로 나선 직장불자도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한범수 잠실역무관리소장(56ㆍ대광). 한 소장은 지난 97년 능인선원 불교대학에서 2년 넘게 배운 것을 바탕으로 올 1월 ‘직장불교(cafe.daum.net/officebuddha)’를 개설했다. 카페를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직장불자들에게 인터넷에서 떠도는 불교관련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불교를 처음 접한 직장불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인터넷 포교. 때문에 한 소장이 만든 ‘직장불교’ 카페에는 불교기본 상식에서부터 경전해설, 불교사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모든 것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야무진 코너들이 수두룩하다.
▲인터넷 신행, 주의할 점은 없나
‘인터넷 포교사’로 유명한 서재영 동국대 강사는 사이버상의 신행활동이 주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인터넷 신행활동은 보조 역할에 국한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이버 상에서 떠도는 수많은 불교 관련 정보들이 반드시 ‘올바른 정보’가 될 것이라는 맹신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불법을 가장한 타종교의 선교자료, 미신과 기복을 조장한 정보들이 불교에 처음 입문한 직장불자들에게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 강사는 직장불자들이 바른 불교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를 위해 불교계에서 공신력 있는 종단, 단체들이 제공하는 불교정보를 우선 취하라고 말한다. 대다수의 불자 네티즌이 인정한 개인 홈페이지를 방문해 볼 것도 권유한다.
특히 서 강사는 직장불자들이 맘 놓고 인터넷 신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면, 범종단 차원의 ‘인터넷 불교정보 검증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행정보를 믿고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