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새벽 4시. 월정사 적광전은 고요함만 가득했다. 물소리와 바람소리에 달빛 아래 생긴 그림자만이 일렁거린다.
절에서의 첫 번째 밤을 보낸 단기출가생 51명이 차례로 법당 안으로 들어온다. 무릎을 꿇고 앉아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불단을 바라본다. 이미 대각을 이룬 부처님의 모습은 환하기만 하다.
다시 돌이켜 자기 자신을 지켜본다. 내면의 어둠은 얼마나 떨어져 나갔는가? 미처 버리고 오지 않은 것은 없는가?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 조금 후면 삭발을 하고 속세의 인연이란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헌향진언, 지심귀명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사람, 고타마 싯타르타의 유골을 모신 적멸보궁을 향해 끝없는 기도를 올린다. 이제 얼마만큼 준비가 됐는가? 절하고 절하고, 묻고 묻는다.
"가자, 가자, 이제 저 피안의 언덕으로 어서 가야할 때다."
이제 곧 삭발식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