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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불교 현장을 가다] 경남 울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울산지역 불교를 돌아보며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말이다. 울산지역의 불교는 사방에 흩어진 구슬들이 빛을 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삼국시대 신라의 중심지였던 울산답게 동축사, 문수사, 내원암, 백양사, 석남사 등 신라고찰들이 신라불교의 숨결을 잇고 있고, 도심엔 포교와 수행에서 제 몫을 다하는 사찰들이 산재해있다. 말 그대로 구슬이 서 말인 곳이 울산이다. 인구 100만인 울산시의 4개구 1개 군 안에는 수행과 포교의 두 바퀴를 굴리는 사찰들이 보석처럼 박혀있다.

비구니 스님들의 구도열정과 수행 향기 드높은 언양 석남사는 지역민들을 위한 산사음악회를 열며 포교에도 소홀하지 않은 도량이다. 2002년에는 울산시립노인요양원을 위탁받아 노인복지분야에도 뛰어들었다.

가지산 자락에 위치한 석남사처럼 마골산 동축사, 문수산 문수사, 대운산 내원암 등은 ‘이름난 산에는 이름 난 절이 있다’는 명산명찰의 원칙에 위배됨이 없이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울산 불자들의 기도처로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도심포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배는 단연 정토사. 불교 음악 인재 양성과 찬불가 보급을 위해 붓다어린이합창단을 설립, 매년 발표회를 열고 있으며 정토불교대학은 울산 불교 교육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토불교대학 동문들과 청년회원들은 각 복지시설에서의 봉사활동으로 자원봉사상을 휩쓸 정도.

1992년 설립돼 울산 불교교육의 선두주자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울산불교교육대학도 빼놓을 수 없다. 24기생을 맞은 불교교리 교육 외에도 시민들을 위한 다도교실, 국악대제, 청소년 여름불교학교 등을 개최하며 울산 불교의 교육과 포교에서 맏형 노릇을 해왔다.

수행 도량으로는 학성선원을 꼽는다. 향곡, 석암, 월산 스님 등 여러 스님들이 주석했던 학성선원은 울산 수행의 핵으로 자리 잡았으며 기도와 참선이 24시간 이어지는 도량이다. 한마음선원 울산지원의 수행열기도 눈부시다. 다른 사찰에 비해 거사들의 신행활동 비율이 높고 어린이, 학생회, 청년회 법회 등이 활성화돼 있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생활 속의 실천 수행이 두드러진다. 한글대장경과 불교, 아동, 일반 대분류로 약 2천 3백 권의 도서를 갖춘 도서관을 운영하며 불자들의 불서 읽기 운동을 선도하고 있기도.

대중 포교로 급부상하는 천태종 정광사도 주목할만하다. 시민화합한마당, 경로잔치, 연말 불우이웃돕기 등과 함께 10월에는 예술제를 열며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이밖에도 태고종에서 울산양로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남사 무료급식소 수자타의 집과 월봉사 룸비니 유치원, 해남사 동국유치원 등 미래 교육 불사도 한창이다.

또 하나 울산 불교의 영롱한 구슬은 울산시불교신도회. 울산불교는 재가자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76년 창립된 울산시불교신도회는 불교합창제, 소식지 <불향> 발행, 의료봉사 등 상대적으로 미약한 스님들의 대사회 활동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 불교는 92년 광역시로 승격, 한국의 7대 도시 중의 하나로 성장한 울산광역시의 위상에 걸맞는 수준까지 올라서진 못했다. 지역민들을 위해 불교계가 펼치고 있는 활동들은 사찰별로, 또 지역별로 국한돼 있을 뿐, 울산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축제나 문화행사를 갖고 있진 못하다. 그나마 매년 열고 있는 봉축 행사도 이렇다할 특색을 갖지 못하고 불교의 힘 결집에서도 미흡한 실정.

저력이 든든한 울산불교가 껑충 뛰어오르지 못하는 원인으로 종단, 종파를 초월한 연합체 부재를 꼽는다. 현재 조계종 사찰 모임인 울산사원연합회가 있긴 하지만 200여개에 이르는 사찰들을 망라할 수 있는 연합체는 없다. 울산불교의 도약과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범종단, 종파의 연합체를 구성하고 ‘흩어진 구슬 꿰기’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심 깊은 불자들과 각 사찰들의 역량을 모아내는 중심축을 갖자는 것이다.

유달리 통도사 말사가 많아 본사인 통도사가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않는데다 개개의 사찰들이 갖고 있는 역량들은 이미 사찰별 활동들에서 충분히 검증된 상태라 ‘구슬 꿰기’만 성공하면 울산 불교 발전의 가능성은 증폭될 전망이다. 현재 통도사를 주축으로 울산사원연합회, 울산광역시불교신도회 등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울산불교방송국 개국 추진 사업과 울산 불교회관 건립 등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 사찰이 진행 중인 포교와 수행 프로그램을 울산 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묶어내는 역량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불교를 이끈 주역들

눌암 스님
법륜사 주지
울산사원연합회장
울산 불교의 산 역사

울산 불교의 살아있는 역사, 공심(公心)으로 불교일 하는 스님으로 통하는 눌암스님. 스님은 2000년 통도사 동울산 포교당인 법륜사 주지로 부임하기 전 40대 젊은 시절을 울산불교 중흥에 바친 장본인이다. 울산불교교육원 설립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초대 이사장을 지내는 등 울산불교교육의 깃발을 꼽기도 했다.

76년 지역 내 개신교, 천주교, 불교 종교인 연합 모임을 만들어 종교화합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 운동에도 적극 참여, 앞선 사고와 실천가로 인정받아 왔다.

월파 스님
문수사 주지
신라 고찰 중창 발원

신라 고찰 문수사가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월파스님이 주지로 부임한 이래 대웅전 삼존불 조성, 보조법당 신축 등 크고 작은 불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불사는 무료급식을 통한 복지 불사. 2000년부터 도량에 오는 누구에게나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고 있다. 처음엔 일요일만 하던 것을 이제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평균 200여명의 허기를 채워주고 있다. 통도사 주지, 경남불교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월파스님은 문수사 중창 불사를 통해 신라 불교 맥을 울산에 되살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동파 스님
대원사 주지
태고종 울산교구 종무원장
동구 불교발전 이끄는 주역

동구 불교는 동구사원연합회를 중심으로 화합과 단합된 힘을 과시하고 있다. 그 중심에 동파스님이 있다. 조계종, 태고종 등 종파를 초월한 연합체인 동구사암연합회를 창립해 이끌고 있는 스님은 산사음악회, 청소년 장학금 전달, 불우이웃돕기 등의 행사를 꾸준히 펼쳐왔다.

현대중공업에 불자회를 새롭게 만들어 동구 불교 발전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것이 스님의 원력. 빠르면 연내에 현대중공업 불자회가 창립 예정.

도정 스님
정광사 주지
교육 불사·대중포교 역점

천태종 울산지부 정광사 주지 도정스님은 올 울산 4·8봉축위원회 봉행위원장으로 울산불심을 모아내는 중심에 섰다. 이는 범 종단, 종파적 연합체가 없는 울산에서 정광사의 위상을 대변하는 일. 또한 포교, 교육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스님은 연내에 정광불교대학을 개설, 체계적인 신도교육에 나설 계획이다. 7개 반을 운영중인 유치원을 비롯, 어린이회, 학생회, 청년회 등 미래불교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울산 동구지역 포교 거점 확보를 위해 동구포교당 개원도 추진 중이다.

덕진 스님
정토사 주지
불교 교육·자원봉사 선봉

울산 포교 1번지 정토사. 조계종 신도전문교육기관으로 울산에선 최초의 인가받은 정토불교대학은 울산지역에서 가장 많은 포교사를 배출하는 요람이다. 특히 울산지역 45명의 포교사 중 대부분이 정토불교대 출신이며 군포교, 봉사활동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주역들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정토불교대학 동문들은 무료급식소인 정토공양원 운영에도 후원과 봉사로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우리말 의식집><우리말 발원문> 등을 펴내 불교 저변확대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성본 스님
해남사 주지
영화 제작자로 문화포교 앞장

직접 기도하고 수행하는 본보기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기본에 충실하려 노력한다. 스스로 비승비속처럼 살아왔다고 털어놓는 스님은 동승 제작자이고, 신촌 뮤직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나 음반 제작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스님의 사고는 젊고 톡톡 튄다.

불전함을 터는 아이를 발견, 딱해서 도와주기 시작한 이후, 자꾸 불쌍한 인연이 보여 아이들도 여럿 키웠다. 울산 최초의 유치원 동국유치원이 낙후된 시설 탓에 날로 침체되는 것이 안타까워 유치원 부지를 마련, 이전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선혜 스님
동축사 주지
신라 3층석탑 복원 추진

절 앞까지 차가 올라가지 않는 몇 안 되는 산사 중 하나인 동축사. 그러나 한겨울, 한여름 이곳을 오르내려야 하는 신도들에겐 고행의 길이다. 신도들의 고충을 들으며 선혜 스님은 동축사 재정비를 발원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종각, 대웅전 개보수 등 1차 정비에 이어 2차로 신라시대 삼층석탑 복원을 앞두고 발굴팀이 석탑의 위치를 잡기 위해 발굴에 한창이다.
주 5일제를 맞아 가족단위로 자연과 더불어 수행하고 휴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을 추진할 생각이다.

현진 스님
학성선원 주지
“수행이 곧 포교요 조직”

학성선원 주지 소임을 맡은 3년 동안 현진스님이 한 것은 신도회 조직을 모두 없앤 것. 포교는 수행에서 저절로 이뤄지며 수행이 조직력을 대신 할 힘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일체의 외부활동을 거부하고 오로지 수행과 기도만을 강조하는 스님은 절과 기도를 같이하며 신도들의 공부를 지도한다.

학성선원 앞 부지를 매입해 유치원, 법당, 선방 등을 갖춘 복합 수행도량 건립을 발원하고 있는 현진스님은 조직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불교를 지향하고 있다.

종선 스님
내원암 주지
울산 남구노인복지관 관장
시대 주도하는 불교 지향

종선스님은 신부와 목사 등 종교를 초월한 도반들이 많은 스님이다. 매년 가을 내원암에서 열리는 산사음악회에는 어김없이 이 도반들이 무대에 올라 종교를 초월한 하모니를 들려준다. 월드컵 개최를 기념하며 원불교, 불교, 기독교, 성공회 성직자들이 선수로 뛴 종교인 화합 축구대회를 연 장본인이기도 하다. 복지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남구노인복지관 관장으로 노인복지분야에 뛰어든 스님은 노인요양시설 건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장례문화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운 스님
석남사 주지
울산사원연합회 부회장
수행풍토 조성 일념

총림 외 단일 비구니 도량으로서는 최고 많은 수행승들이 공부하는 도량, 수행하는 비구니 수좌들로 한국 불교의 정수가 살아있는 도량이 석남사다.

이른 새벽, 이슬 머금은 마당 쓸기를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는 영운 스님. 선방 수좌로 정진하다 1998년 주지 소임을 맡은 영운 스님은 재가자 한사람이 선방 수좌 한사람을 후원하는 선림회를 결성해 승가와 재가 모두에게 신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량을 시민들을 위한 문화, 휴식공간으로 개방하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다.

혜안 스님
한마음선원 울산지원장
생활불교 실천에 힘써

생활 불교, 실천불교를 지향하는 한마음선원 울산지원의 수행분위기는 울산에서 활동하는 많은 재가 지도자들의 수행에도 영향을 줬을 정도. 선방이 따로 있어 하안거에는 평균 6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수행열기가 뜨겁다. 특히 도서관은 갈 곳이 마땅찮은 동네 아이들과 주부들의 공부방, 사랑방으로 불연을 맺는 고리가 되고 있다. 개원부터 지원장을 맡고 있는 혜안스님은 사부대중들의 힘을 결집해낸 5년간의 불사를 통해 현대적 시설을 갖춘 수행 중심도량을 세웠다.

손창길
울산광역시 신도회장
재가자의 역량 결집

대창기계기술 대표인 손 회장은 산재를 막기 위해 기도를 하면서 불교에 귀의, 울산 지역 크고 작은 불사에 보이지 않는 보시를 하고 있는 신심 깊은 불자.

청송교도소 교화 활동 재정지원, 울산 의료나눔회 지원, 스님들을 위한 의료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한편, 불교회관과 울산불교방송 건립에도 스님들과 발을 맞추며 울산 불교의 양축을 형성하고 있다.
천미희 기자 | mhcheon@buddhapia.com |
2004-09-13 오전 7: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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