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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린 폭우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땅이 질퍽하게 젖어 뛰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참가 출전자들은 신발끈과 함께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 매며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서울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불교계 마라톤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그리고 마라톤과 행복문화축제 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신행 포교의 장이 열리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9월 12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서울광역신도회(회장 김진관)가 마련한 '제 1회 달마마라톤대회 및 행복문화축제'는 3,000여명의 사부대중이 함께 한 가운데 1부 마라톤대회와 2부 행복문화축제, 3부 연예인과 함께하는 '오늘은 좋은 날', 4부 회향의 마당으로 진행됐다.
이른 아침부터 행사장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가볍게 몸을 풀며 마라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목동, 대방동 등 서울지역 곳곳에서부터 저 먼 해남 땅끝마을에서까지. 불교계가 대규모로 여는 달마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의 불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발길을 재촉했다.
"친구로부터 서울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출전코스보다 먼길을 달려왔다"며 높은 기대감을 표시한 김창기(64ㆍ충남 태안) 씨 그리고 "마라톤을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달리기 위해 매일 런닝머신을 뛰며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김희영(48ㆍ서울 보문동) 씨. 연령과 성별만큼 제각기 다른 이유로 마라톤에 출전한 선수들은 번호표와 기록측정계를 몸에 부착하고 실력별로 하프코스와 10km, 5km로 나눠 달리기 시작했다.
40여분이 지나자 단거리 코스인 5km 완주자들이 속속 골인점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행사장을 가득 매운 관객들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완주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완주자들은 환한 미소와 함께 두 손을 번쩍 들고 박수에 화답했다.
"온가족이 손을 잡고 한강변을 달린 기분.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상쾌하고 좋습니다." 손정수(57ㆍ서울 홍제동)
"불자는 아니지만, 스님들과 함께 뛰며 한층 불교가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주은희(33ㆍ경기도 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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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은 조계종 원로의원 성수 스님과 포교원장 도영 스님, 종회의원 일면 스님을 비롯해 중앙신도회 백창기 회장, 대한불교청년회 정상옥 회장, 포교사단 양성홍 단장 등 2,000여명의 사부대중이 함께 한 가운데 진행됐다.
성수 스님은 법어를 통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나누기 위해 이 자리를 찾은 사부대중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며 "일상생활 속에서 자기를 죽이고 살리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를 살피며 살아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코스별 최고기록자 시상식에서는 10km코스 남자부 문희철, 김규형, 안길원 등이 여자부 김유미, 김현아, 김미애 등이, 하프코스 남자부 이지호, 저평석, 이지원 등이 여자부 류승화, 류승현, 한경희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본 행사인 행복문화축제는 하유 스님(용수사 주지)의 법고공연, 마가 스님(마곡사 포교국장)과 함께하는 걷기 명상, (사)금강승 선관무의 선무도 공연, 조계사 청년회 길상풍물원의 사물놀이, 호대부속여자고등학교 댄스팀 'DANCE MASTER'의 힙합공원 등으로 꾸며졌다. 굵은 빗방울에도 불구하고 축제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두세명씩 함께 우산을 나눠 쓰며, 혹은 비옷을 입고 행사장 곳곳을 뛰어다니며 축제의 흥과 멋에 빠져들었다.
"명상이라는 게 법당에 앉아서만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생활 속에서 이렇게 가깝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몰랐어요. 이제는 아침마다 가족들과 함께 걷기명상을 해보려구요." 이정식(63ㆍ일산)
"비가 와서 아쉬운 점이 많지만, 이렇게 많은 불자들이 한데 모여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김순식(38ㆍ독산동)
불교계의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많은 호평을 받은 이번 행사는 유명 연예인들의 축하공연과 퐁물놀이 팀과 함께하는 하유 스님의 퍼포먼스, 소망풍선 날리기 등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행사를 준비한 서울광역신도회 김진관 회장은 "달마란 불교적으로 심신(心身)이 원융한 자를 뜻한다"며 "이번 축제가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바탕으로 사부대중을 하나로 잇고 마라톤과 문화축제라는 새로운 문화포교의 좋은 예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