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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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선원의 생활 속 참선 공부-종합
"석달 간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함께 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성품자리에 의지해 살아오셨다면 천리 밖이라도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던 것입니다."
7일, 서울 쌍문동의 한 상가 7층에 자리잡은 공생선원(주지 무각). 앞이 탁 트인 통유리를 통해 오른쪽으로는 수락산이, 정면으로는 도봉산의 만장봉이 펼쳐진 108평의 선원에서 30분 간의 좌선 시간이 끝난 뒤 곧바로 무각 스님의 법문이 시작됐다.

이 날은 무각 스님이 선원 운영을 신도회에 맡긴 채 백양사에서 석달 간의 하안거를 마치고 돌아온 날인데다, 새로이 '선으로 푼 <금강경> 강좌'를 시작한 날이라 평일인데도 60여 신도가 자리를 함께 했다.

무각 스님은 백양사에서의 공부담을 예로 들며 불이법문(不二法門)에 대해 주로 설했다.

"백양사에서 한 사미승이 목이 쉬고 살이 빠질 정도로 염불하는 모습에 신심을 내었습니다. 그 사미승을 보고 신심이 난 내 모습이 결국 그와 둘이 아니었습니다.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이죠.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가정에서 인상을 찡그리면 온 집안에 찬 바람이 돌고, 웃으면 화기가 가득한 것이 둘 아닌 도리입니다. 이것이 최상승 불이법문의 요체입니다."

무각 스님은 절에 가면 일주문-천왕문-불이문을 지나야만 법당에 들어가서 부처님을 뵙듯이, 불이법문을 알아야 살아있는 부처를 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이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법당 문턱이 닳도록 넘나들어도 참 부처를 볼 수 없지만, 둘 아닌 도리를 알게 되면 참사람으로 새 인생을 살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매순간 찰나찰나 정성스럽게 쓰는 그 마음이 부처이자 보살입니다. 이미 다 가지고 있는 작용 속에서 불성이 드러납니다. 여러분 자신이 부처임을 믿어야 합니다. 늘 성품자리에 머물고, 둘 아닌 가운데 분별심을 항복받아야 합니다."
'마음공부가 생활을 떠나 따로 있다고 한다면 이는 착각'이라고 강조한 무각 스님은 불이법문을 알면 자기 마음이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의 나툼임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법당의 먼지 하나하나가 관세음보살의 나툼이요, 길가에 핀 꽃 하나하나가 관세음보살의 얼굴이니 따로이 절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밥먹고 말하고 똥누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모든 작용 중에 깨어있는 것이 참선이란 설명이다.

이어진 스님의 <금강경> 강좌에서도 불이법문의 요지는 벗어나지 않았다.
"<금강경>을 보되 보는 자와 <금강경>, 보는 작용이 따로 있다면 제대로 보지 못한 겁니다. 세존과 수보리, 선남자, 선여인이 따로 있다고 본다면 이 역시 둘 아닌 문에 들지 못한 것입니다."

무각 스님은 <금강경>의 핵심을 '응당 어떻게 머무는가(應云何住)',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으오리까(云何降伏其心)'라는 이 두 구절에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답은 무엇일까.

"우리는 늘 본래자리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리고 본래자리, 성품자리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항상 둘 아니게 놓고 가야 분별심과 망상을 항복받을 수 있습니다. 선악과 남녀, 옳고 그름 등 모든 것이 다 한 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다시 그 밝음으로 돌아가야 해요."

이러한 무각 스님의 평소 설법은 신도들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한다. 처음 개원했을 때는 50여명에 불과했던 신도가 지금은 50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참선을 통해 불치병이나 심적 고통을 극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신도들이 자기 위주의 삶에서 타인과 둘이 아닌 공생(共生)의 삶을 살게 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신도회 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 최국원(53, 자영업) 거사는 "2년 동안 선원에서 공부하면서 화 잘 내고 급한 성격이 너그러워지고 차분해져 주변인들이 놀란다"며 "늘 어떤 경계에 부딪힐 때마다 자성자리를 믿고 거기에 모든 것을 맡기다 보니 극락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공생선원은 매주 화요일(오전 10시30분, 오후 7시30분) 금강경 강의 외에도 가족참선법회(매주 일 오전 10시30분), 청년법회(매월 첫.셋째 토 오후 4시), 참선입문반(매주 수 오전 10시39분, 오후 7시30분), 참선반(매주 금 오전 10시30분, 오후 7시30분) 등을 운영하고 있다. (02)900-2448


무각 스님이 말하는 참선 공부법

"공부의 요체는 자성을 철저히 확신하고 일상 속에서 '둘아닌 도리'를 실천하는데 있습니다. 깨달음에 대한 원력과 목표의식이 뚜렷하면 나머지 집착들은 저절로 놓아집니다."

무각 스님은 참선 입문자들이 어떻게든지 자성을 믿도록 온 힘을 쏟는다. 지속적인 법문과 1대1 점검으로 본래자리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면 그때부터는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해나가게 된다고 한다. 대신근(大信根)으로 '본래 성불'을 믿게 되면 수행과 일에 자신의 몸과 마음 전체를 투여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기고 생활에 큰 변화가 나타난다.

수행자들이 본래자리에 대한 이해와 신심을 갖게 되면 무각 스님은 각자의 근기와 기호에 맞는 수행법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도록 한다. 이때 수행법에는 참선이든, 염불이든, 주력이든, 절, 사경이든 상관없다. 다만 자성을 떠나지 않은 상태에서 수행하면 된다. <선문촬요>에서 "염불의 본체를 행하라"는 말이 나오듯이, 내 마음을 스스로 알고 관세음보살을 불러야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내가 하는 일은 하나도 없어요. 부처님 자리에서 하는 일이니 이 육신이 시봉 잘 하는가 살펴야 해요. 입으로는 법다운 말, 둘 아닌 도리로 말하는가, 자기 고집위주로 행위하는가를 봐야 해요. 입에서 나온 말만 잘 살펴도 90%는 공부가 됩니다."

무각 스님은 어떤 공부이든 "근본 자리에 놓고 수행하면 지혜로운 생각과 작용이 저절로 펼쳐진다"고 말한다. 또한 '함이 없는 공부' 즉 무위법(無爲法)인 참선의 원리에 따라 억지로 공부해서는 안된다고 지도한다. 용심(用心)은 벌써 분별심을 일으키기 때문에 늘 깨어있되 자연스러운 공부를 하도록 한다. 따라서 좌선만을 고집하지도 않으며, 늘 일상 속에서 6바라밀과 8정도를 행하게 한다. 일거일동 속에서 육신을 끌고 다니는 자성에 귀일하며 앎과 실천이 둘 아닌 삶을 살 것을 당부하는 것이다.

1987년 혜거 스님(금강선원장)을 은사로 출가한 무각 스님은 29세 때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던 중, 문득 절하고 있는 자신과 절을 받는 대상이 하나임을 체험했다고 한다. 1990년대 말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한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활 참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 스님은 조계사에서 2년간 참선을 지도한 후 2002년 9월 8일 공생선원을 개원, 본격적으로 생활선 보급에 나서고 있다.
김재경 | jgkim@buddhapia.com |
2004-09-09 오전 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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