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가 경이롭다. 아무 말이 없는데도 사람들은 수많은 얘기를 듣는다. 자연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묘한 힘이 있다.
빼어난 산수(山水)를 자랑하는 단양과 제천. 단양과 제천의 불교는 이 지역의 또 다른 ‘자연’이다. 불교는 ‘사람들’ 사이에 서있고, 사람들은 ‘불교’를 듣는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건 탓할 바가 못된다. 중심이 확고하고 미래지향적인 바람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고 있다. 두 지역의 불교는 그런 ‘바람’을 메가톤급 ‘태풍’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단양불교의 중심축은 단연 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다. 단양이 구인사고, 구인사가 단양일 정도로 구인사의 비중은 상상 이상이다. 오히려 다른 사찰들이 구인사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구인사는 연일 신도들과 참배객들로 붐비는 한국불교 제일의 성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단양군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구인사는 군과 함께 하는 각종 사업을 통해 불교의 위상을 한껏 높이고 있다.
구인사를 축으로 한 단양사암연합회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10월에 열리는 온달 축제 때 유등제를 개최하고, 소백산 철쭉축제에도 참여하면서 불교를 심고 있다. 게다가 금수사와 구인사 도심 포교당인 광법사가 활발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고, 광덕사와 광덕사 선원이 대규모 불사를 추진하고 있는 등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제천은 개별 사찰들이 특성화된 포교활동을 펼치며 지역불교를 이끌고 있다.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사찰간 교류도 그런대로 이루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지향하고 있기도 하다.
우선 송화사는 20년 넘게 어린이·학생·청년회를 운영, 이제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활동력을 갖췄다. 특히 송화사는 이들 법회를 통해 지역 불교인재양성에 기여하면서 많은 전문인력을 배출하기도 했다. 시내에 개설된 포교당인 ‘진여원’은 제천불교 제일의 ‘포교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복지분야에서 탁월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무암사는 봉사단체인 ‘무진등원력회’를 구성, 지난 5년 동안 천주교 시설인 성보나복지관과 소쩍새마을 등 각종 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활동과 후원을 해오면서 불교의 위상을 높여왔다.
또한 정방사, 봉정사, 무암사 등이 군 포교에 전력하고 있고, 복천사, 원각사, 한산사 등 도심의 사찰들도 나름대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거나 포교활동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천의 대표적 신행단체인 제천불교어머니회는 15년 동안 지역의 청소미화원과 장애인 돕기 등의 봉사활동과 신행활동을 꾸준히 전개해오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민간단체로 자리 잡았다.
스님들과 신도들로 구성된 제천불교총연합회의 활동도 활발하다. 봉축행사는 물론이고 제천문화제에도 빠짐없이 참석해 왔으며, 오는 10월에는 제천시 발전기원 호국영령 수륙재를 개최할 계획이다.
연합회는 특히 지난 5월과 7월에는 제천시가 진행한 제천시남북교류협력사업에서 북한 고성군 과수원 조성사업을 맡아 북한을 방문, 쌀 4톤을 고성군에 전달하는 한편 11월에 다시 고성군을 방문해 1천주의 사과나무를 전달할 방침이다.
종단가풍확립에 동분서주
천태종 총무원장 운덕 스님
불과 몇 십 년 만에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종단으로 자리 잡은 천태종. 사람들은 이를 일러 ‘기적’이라고도 한다. 몇 백 년이 걸릴 일을 불과 몇 십 년 만에 이뤄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대중불교·생활불교·애국불교 구현을 3대 지표로 내세우고 근현대 한국불교 중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천태종. 사찰 250여 곳, 신도 200만 명, 스님 500여 명의 거대한 조직이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다른 불교 종단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천태종의 힘의 원천은 과연 무엇인가.
그 핵심에는 바로 총무원장 운덕 스님이 있다. 1980년 7대 총무원장에 취임한 이래 현재 12대 총무원장에 이르기까지 24년간 6대째 총무원장을 연임하고 있는 운덕 스님은, 이력에서 보듯이 종단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천태종이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종단으로 자리 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외유내강 형으로 평가받고 있는 운덕 스님은 온화하고 원만한 성격이지만 한 번 결정한 일은 강력하게 추진하는 리더십을 발휘, 천태종 역사에 이정표가 될만한 대형 불사들을 무리없이 이뤄냈다. 4년제 정규대학인 금강대를 건립, 사회복지재단 설립, 북한 영통사 복원사업, 중국과 일본 천태종과의 교류 강화, 천태국제학술회의의 정기적 개최 등은 업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뿐만 아니라 천태종 중창조인 상월원각 대조사의 유지를 계승하면서 창종정신을 선양하고, 종단의 가풍을 확고히 확립함으로써 종도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
단 1초도 기도소리 끊이지 않아
구인사는 천태종의 총본산으로 200만 천태종도들의 근본수행도량이다. 1945년 상월원각 대조사가 창건했으며, 국내 최고의 기도도량이자 성지순례지로 자리 잡았다. 구인사(救仁寺)라는 절 이름은 ‘모든 중생을 어질게 하여 스스로를 구제하게 한다’는 뜻으로, 복을 짓는 자력수행의 도량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인사에서는 단 1초도 기도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중창조인 상월원각 대조사 이래 ‘주경야선(晝耕夜禪)’의 전통을 뿌리내려 낮에는 제각기 생산활동에 전념하고 밤에는 관음염송을 통한 염불선 수행에 정진하는 종풍을 이어왔다.
소백산 연화지에 위치한 구인사에는 5층 규모의 대법당을 비롯해 삼보당, 설선당, 인광당, 총무원 청사 등 50여 전각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00년 완공된 조사전에는 고려 대각국사 의천이 세웠다가 조선 세종 때 종맥이 끊어진 천태종을 540여 년 만에 중창한 상월원각 대조사의 좌상을 모셨다.
모두 300여 스님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1만여 명의 신도가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
지역불교 이끄는 스님들
무허 스님
단양 광덕사 선원 조실
국제적 총림 불사 발원
물질적인 풍요를 경계하며, 진리에 대한 각성을 강조하는 스님. 제자들이나 불자들에게 자기 깨달음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국내외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공부할 수 있는 ‘국제총림’을 세우겠다는 뜻을 세워놓고 있다.
경남 산청 불타사와 서울의 석가사를 창건하고, 뉴질랜드의 한국사찰인 환희정사를 운영해오면서 국내외 포교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특히 환희정사가 뉴질랜드의 모든 외국 종교단체들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적인 종교단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추는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뉴욕주립대 플라치버거 캠퍼스에서 특별초빙교수로 3년간 ‘원시불교’ 강의를 했을 정도로 불교학과 영어실력을 인정받고 있기도. 어학연수를 원하는 스님들에게 미국연수의 길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혜광 스님
단양 금수사 주지
황무지에 포교도량 일궈
“모든 것이 다 부처님 가피가 있었기 때문이죠.”
황무지나 다름없던 곳에 금수사를 세우고 포교중심도량으로 일궈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한 일이 없다고 한다. 언제나 그렇게 자신을 낮추니 신도들이 따를 수밖에.
하지만 혜광 스님은 신도들에게 엄하다. 제대로 공부하라는 말이 입에서 떠나질 않는다. 태고종 득도수계산림 23기 모임인 ‘원융회’ 회장을 6년째 맡아 동문화합을 잘 이끌면서 ‘융화’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오랜 기간 군 포교와 지역노인복지를 위해 애써왔다. 밭일과 사찰 일을 직접 할 정도로 부지런하기도.
금수사를 수행도량이자 복지도량으로 만드는 것이 꿈. 현재 요사채를 짓고 있으며, 선방을 건립하고 복지법인을 만들 계획이다.
경암 스님
제천 송화사 회주
불입종 총무원장
불입종과 지역불교 견인
제천의 스님들은 제천불교를 대표하는 스님으로 경암 스님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맨 손으로 송화사를 일구고, 시내에 포교당(진여원)까지 마련해 제천불교 발전을 선도했다. 특히 어린이·학생·청년 포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티베트·중국 대장경 등 1만여 권의 불서를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불교학에도 조예가 깊을 뿐만 아니라 시대변화를 읽는 눈도 날카로워 곳곳에서 법문요청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달 평균 법문 횟수가 30여 회에 이른다. 88년부터 지금까지 5대째 불입종 총무원장을 역임하고 있을 만큼 종단 내에서도 존경을 받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초대 제천지부장을 지낸 시조시인으로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을 내고 도예전도 여는 등 다재다능하다. 스님과 불자들이 마음 놓고 수행할 수 있는 수련원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혜암 스님
제천 봉정사 주지
제천불교총연합회장
화합과 참여의 상징
35년 전 봉정사를 창건하고 지역 포교에 헌신해 온 제천불교의 터줏대감. 제11대 제천불교총연합회장을 맡아 지역불교 발전을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혜암 스님이 비중을 두고 있는 부분은 사찰 간 화합과 불교의 사회 참여. 특히 제천시의 각종 사업에 지역 불교계가 적극 참여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2002년부터는 변호사들의 연합체인 대한법률중앙회에서 종교위원을 맡아 1년에 두 차례씩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불교에 대한 강의를 해오고 있으며, 군 포교에도 적극적이다. 법화종 교무부장을 맡고 있으며, 봉정사 중창불사를 계획 중이다.
석구 스님
제천 정방사 주지
군포교에 남다른 열정
제천불교 군 포교의 1인자. 제5탄약창에 군법당을 새로 지어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법회를 열어온 지 벌써 5년 째. 불교의 미래를 위해서는 군 포교가 가장 시급하고도 필요하다는 소신이 확고하다.
환경운동연합 제천지부 상임대표를 맡아 지역 환경운동에도 적극 관여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회 활동이 지역불교를 발전시키고 불교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폐사 직전의 정방사를 중창, 지금은 참배객들이 자주 찾는 지명도 있는 사찰로 자리매김 시켰다. 주말수련회와 청소년 포교를 계획하고 있다.
황도 스님
제천 무암사 주지
복지불사·봉사활동 ‘독보적’
나보다는 남이, 말보다는 행(行)이 먼저 앞서는 스님.
복지활동은 그런 자세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 하지만 스님은 언제나 “내가 아니라 신도들이 하는 일”이라며 모든 공을 신도들에게 돌린다. 신도들이 그런 스님을 존경하고 따르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주로 장애인시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과 후원을 해 온 제천복지의 대명사. 게다가 7년째 지역의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에 대한 지원을 해오고 있어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양로원과 고아원을 겸한 복지원을 건립하는 것이 꿈. 군 포교 발전에도 공이 크다.
5년 전부터 매년 현충일 때마다 21사단에서 천도재를 지내주고, 매주 군인 법회를 열고 있기도 하다.
장산 스님
제천 고산사 주지
‘내면의 불사’ 강조
책 읽고 수행하는 것이 전부인 스님. 스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내면의 불사’. 그래서 신도들에게도 늘 수행을 강조한다. 불국사 승가대학 중강과 법주사 교무국장을 지냈을 정도로 학문과 행정에 밝지만, 스님은 언제나 수행자이기를 고집한다. 고창 선운사 도솔암, 마곡사 태화선원, 김천 수도암 등 전국 제방선원에서 수행한 뒤 이곳 고산사에서 다시 수행에 몰두하고 있다. 20년간 침술을 연구, 한의과대학에서 자문을 구할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성문 스님
제천 복천사 주지
트럭 끌고 다니며 전법
불교장례의식 보급에 앞장서며 활발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불자들의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고 있어 친근하고 자상한 스님으로 통한다. 특히 우리는 선우 제천지부, 제천불교어머니회와의 교류를 통한 지역불교 활성화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직접 트럭을 운전하고 마을 곳곳을 다니며 신행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도심에 위치해 있는 복천사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어린이·학생법회를 운영, 도심포교당으로 자리 잡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