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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에서 만난 한·일 청소년 '우정 만들기'
1428년 한·일 양국간의 우호증진을 위해 일본 대마도에 파견됐던 조선통신사, 그리고 일본국왕사. 그들의 후예들이 600여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2004년 옛 선조들의 역사문화현장 답습을 통해, 양국의 긴밀했던 역사를 공유·이해하고 새로운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파라미타청소년협회(회장 원택)와 조계종 복지법인 아름다운 세상이 진행하는 2004 한·일 공동 미래프로젝트 ‘조선통신사와 일본국왕사의 우정만들기’가 바로 그것. 8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일본 대마도를 비롯해 보은 법주사, 수원포교당 등에서 펼쳐진 이번 행사는 국내 중·고·대학생 60여명과 일본 고·대학생 30여명이 서로의 역사현장과 문화체험 등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대마도를 찾은 한국 청소년들은 ‘일본속의 한국역사’에 관한 강의를 필두로 2박 3일간의 일본문화 및 일본 속 한국역사탐방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10여명씩 6개의 조로 나눠 조장의 통솔아래 조선통신사비와 대마도역사자료관, 구한말 민족의 아픔을 상징하는 덕혜옹주결혼기념비, 최익현순국비 등을 차례로 답사했다. 누구 하나 현장의 의미를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어떠한 역사적 고증과 사실보다 더 정확하고 투명한 눈으로 그 현장을 읽어내고 있었다.

“역사자료관을 방문해보고 조선통신사가 형식적인 외교사절단이 아니라, 임진왜란 이후 12회나 일본을 방문하며 양국의 학문, 예술, 문화교류를 위해 힘쓴 문화사절단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심효정(수원 천천고 1년)

“전 황량하게 세워져 있는 최익현순국비를 보며, 구국항일투쟁에 앞장서다 이곳 대마도에서 유배당해 끝내 목숨을 잃은 최익현 선생님의 정신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 놓았어요.” 홍재혁(청주 율량중 2년)

이튿날 강하게 불어 닥친 폭풍 ‘매미’의 영향으로 예정된 카미자카전망대 및 쯔쯔자키 등대공원 등을 방문할 수는 없었지만, 아이들은 귀국하는 순간까지도 한국전망대와 와타즈미신사 등을 찾아 일본문화와 그 속에 살아 숨쉬는 한국의 숨결을 느끼려 노력했다. 4박 5일간의 한국행을 위해 마지막 일정에 합류한 일본 측 청소년들 또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일본역사 속 한국의 모습들을 찾아 두 나라의 교류의 역사라는 퍼즐을 하나, 둘 끼어 맞추고 있었다.

처음 한국을 찾아 떨린다는 가와카미 요시아(대마고 2년)부터 내년 한국에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는 나카지마 쇼우코(동지사대 졸업)까지. 또래의 한국 친구들과 금세 친해진 일본 청소년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한국의 불교문화 체험을 위해 보은 법주사와 수원 수원포교당 등을 찾았다. 양국의 아이들은 법주사에서 생전 처음 새벽예불을 경험해보고, 수원포교당에서 타악공연단 야단법석의 환경공연 관람과 연등만들기 등을 체험하며 언어와 나라를 넘어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었다.

“한국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모든 프로그램이 다 재미있고 뜻 깊었어요. 특히 새벽예불 체험은 일본에서의 예배방식과 많이 달라 힘들었지만, 스님의 목탁소리에 맞춰 염불도 하고 절도 하면서 마음이 많이 가라앉고 정화된 느낌이라 좋았어요.” 기와사키 코세이(대마고 2년)

“대마도 탐방을 통해서는 오래된 양국의 교류역사를, 일본 친구들과 함께한 국내 프로그램에서는 말은 안 통했지만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진 친구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박훈식(수원대 3년)

짧은 일정이었지만 어디든 함께하며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기에, 연락처와 이메일 등을 교환하며 작별의 인사를 나누는 아이들의 눈망울에서는 아쉬움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꼭 연락해.” “나 잊으면 안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안타까운 인사말들. 하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 그동안 서로가 쌓은 우정은 잊으라고 해서 잊혀질 것도 멀리 떨어져있다고 해서 무너질 것도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한 튼튼한 믿음이라는 것을…. 마치 6백년전 조선통신사와 일본국왕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김은경 기자 | ilpck@buddhapia.com
2004-08-25 오후 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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