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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화순 쌍봉사 前 주지 관해 스님이 임기 3년을 남겨두고 홀연히 바랑을 멨다.
12년간 쌍봉사 주지로 역임하며 오직 중창불사와 지역불교 활성화를 위해 매진하던 터여서 신도와 스님을 알고있는 이들에게는 뜻밖이었다.
관해 스님은 ‘가고오는’ 일이 번잡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신임주지가 오기 3일전에 이사실을 알렸으나 이날 찾아온 대중은 300명이 넘어 갑작스럽게 주지 이,취임식이 되고 말았다.
이날 행사는 본사인 송광사에서도 예견치 못했던 터여서 화환은커녕 삼직스님 가운데 누구하나 참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에게는 금새 소문이 돌아 최인기 국회의원(화순 나주 무소속)과 이영남 화순 군수를 비롯해 우체국장, 농협조합장, 경비대장 등 지역유지와 주민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화순군과 이양면 주민 이름으로 관해 스님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지역발전과 화합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준데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관해 스님은 1993년 1월 쌍봉사 주지로 부임받았다. 쓰러져가는 시골 사찰에서 스님은 무엇부터 해야할지 막막했다. 먼저 가람을 일으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중창불사를 위해 혼신을 다해 대웅전을 비롯해 전각들을 복원했다. 무의탁 독거노인 입소봉양과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지원 등을 통해 지역민과 하나 되고자 했다. 화순에 불교회관을 개원하는 등 포교와 정진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10년이 지나 가람도 자리가 잡히고 법회때면 신도들도 제법 모여들었다.
관해 스님은 문득 목숨걸고 정진하고자 했던 출가당시의 초발심이 생각났다. ‘마음이 헤이해지고있다’고 느껴지자 아무 미련없이 떠나기로했던 것이다.
이날 관해 스님은 연신 아쉬워하는 신도들에게 “수행자에게 집착이 있어서는 안되니 괜히 찾을려 하지 말라”며 “신임 주지스님을 중심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사찰이 되기바란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훌훌 털고 일어나 지리산, 태백산맥 종주를 겸한 만행길에 나섰다.
한편 이날 쌍봉사 신임주지 영제 스님이 새롭게 인사했다. 영제 스님은 “전임 주지스님이 신도들의 안타까움속에 떠나는 것을 보니 부럽다”며 “떠날 때 존경받는 스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