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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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선림 '근기별 수행 점검지도'

“보살님, 요즘 공부가 어떻습니까?”
“스님, 부끄럽지만 선방에 나오면 집안 일이 걱정이고, 집에 있으면 좌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일할 때는 일과 하나되어 정성껏 일하고, 절에 와서 좌선할 때는 모든 망상을 쉬고 화두만 챙기셔야죠.”

초하루 법회가 열린 8월 16일 오후, 서울 성북동 전등사 전등선림(선원장 동명)의 지대방에서는 동명 스님과 한 보살과의 참선 지도점검이 이뤄지고 있었다. 30여 신도들이 선방에서 방선하는 시간에 이뤄진 수행점검은 우리가 상상하듯 엄격한 선문답이 아니라 평소 신도의 수행태도를 관찰한 스님의 자상한 상담으로 진행됐다. 물론 수십년간 ‘이뭣고’‘은산철벽(銀山鐵壁)’‘무(無)’‘마삼근(麻三斤)’ 등의 화두를 챙겨 온 수행자들은 선문답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척 보면 말없이 보고 듣듯이 문답이 끝나는 경우도 많다.

“공부가 익을수록 그 사람의 언행이나 태도에서 변화가 나타나죠.”
신도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쏟고 있는 동명 스님은 최근의 수행 풍토에 대해 “참선 공부에 꼭 필요한 것이 규칙적인 수행점검인데 이를 해줄만한 눈 밝은 스승을 모시고 있는 재가선방이 드문 것이 현실”이라며 “제대로 수행 과정을 밟지 않고 수행 쇼핑만 하다 아상(我相)만 높아져 잘못된 공부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상설 재가 참선도량인 전등사는 현대의 선지식인 해안(海眼, 1901~1974) 스님이“재가불자들이 수행해야 한국불교의 희망이 있다”며 1967년 만든 ‘불교전등회’의 등불을 이어오고 있다. 1969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35년째 하루도 쉬지 않고 문을 열고 있는 드문 참선도량이다. “생활과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항상 수행해야 한다”며 전등사를 개원한 해안 스님은 “7일만 공부하면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며 재가불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참선을 지도해 준 선지식으로 유명하다. 통도사에 주석했던 경봉 스님과 함께 ‘동(東) 경봉, 서(西) 해안’으로 불리며 선풍을 떨쳤던 해안 스님의 유지를 잇고 있는 전등사는 여전히 큰스님을 조실로 모시고 용맹정진의 가풍을 이어오고 있다.

전등선림의 수행 일정은 동안거, 하안거가 기본이며 안거를 제외한 기간에도 선방의 문을 열어 개인별로 자유수행이 이어진다. 생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도들의 발심은 출가 수행자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 하루 일과는 2번의 공양 시간을 제외하고, 저녁 9시까지 꼬박 좌선할 정도다. 특히 선림에서 상주하며 한철을 나는 이들의 일정은 더욱 빡빡해서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저녁 9시까지 15시간 이상의 가행정진으로 이어진다. 20년째 화두 수행에 전념하고 있는 박임분(60, 지혜심) 보살은 “여러 도반들이 가정주부로서 고민이 적지 않지만 가정사 때문에 수행에 불참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스님의 자상한 지도가 든든한 장군죽비가 되어 흔들림 없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등선림은 참선도량을 표방하지만 초심자들에게는 근기와 인연에 맞게 오히려 다양한 수행방편을 동시에 가르치고 있다. 동명 스님은 초심자들의 경우 항상 상담을 거친 후 참회기도를 하고 선방에 입실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면담을 통해 신도들에게 맞는 기도, 간경, 염불 등을 권하며 발심의 기초를 다지게 한다. 특히 모든 경전을 한글로 제작, 염불을 통해 그 뜻을 바로 새기도록 해 수행의 목적과 뜻을 바르게 알아 정견(正見)을 갖추도록 한다. “재가불자들은 다양한 방편을 통해 점차 자신의 근원을 밝혀 나갈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열심히 일하되, 근본적으로 마음을 밝히는 참선은 각자가 편안한 시간에 꾸준히 이어가도록 독려합니다.”

동명 스님은 참선에 앞서 불법에 대한 안목을 갖추도록 매년 한차례 3개월 과정의 불교교양대학을 개설, 신도 교육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당신이 14살 어린 나이에 동진 출가해 은사 해안 스님에게 받아 참구하고 있는 ‘은산철벽’ 화두와 말없는 가르침을 회상하며 일상 자체가 수행이 되는, 언행이 일치하는 진실한 불자가 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것저것 배우기를 많이 하는 것 보다 일행일구(一行一句)라도 똑똑히 알아서 소화를 잘 해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스님은 믿음과 수행, 실천을 겸비한 참 불자를 양성하려는 원력을 갖고 있다. 스님은 “참나를 찾아 일체 속박과 구속에서 벗어나 대자유인이 되는 것이 불자들의 구경 목적”이라며 생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잘 살기 위해서는 24시간이 일여(一如)하게 화두를 챙기라고 당부한다.

“거짓 나를 부수고 참나를 찾으면 속아서 살지 않고 끌려다니지 않아서 언제 어디서나 내 살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늘 부족한 것도 없고 아무런 속박이 없이 자유자재 하기 위해서는 눈과 싸워서 눈을 항복받고, 귀와 싸워서 귀를 항복받고 내지 육근을 모두 항복받아야 해요. 이를 위해 필요한 수행이 화두 참구법입니다.”
전등사=(02)762-0643
김재경 | jgkim@buddhapia.com |
2004-08-19 오전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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