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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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불심 화두10]6 술 담배 신행의 적
【어느 일터불자의 금연 수행일기 中에서】‘담배’. 사실상 이번 수련회에서 ‘화두’였다. 4박5일간 피지 못한다는 생각에 ‘넉넉하게’ 저축이나 해야겠다는 잔머리까지 발동됐다. (중략)그리고 이어진 수련회. ‘묵언과 차수(叉手)’로 말과 손이 묶여진다. 온몸이 근질근질해진다. 엄숙해야 할 이 자리, 역설적이게도 ‘담배생각’부터 난다.

수련회의 절정은 ‘발우공양(鉢盂供養)’. 받아 놓은 단무지 조각으로 슝눙물에 깨끗이 닦고 난 뒤, ‘끝물’을 마셔야 한다. 세속에서는 그것을 아무 생각 없이 버린다. 그러나 절집에서는 고스란히 마셔야 한다. 여간 곤혹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인식, 정말로 간사하다. 내가 먹던 것이건만, ‘더럽다’는 생각이 이는 걸보면…. ‘담배’, 이것도 인식의 장난이 아닐까? 흡연 욕구가 말없이 자지러졌다.

(중략)수련회가 끝나는 날. 수계식을 마지막으로 ‘절집 체험’이 마무리된다. 주지 스님의 수계법문이 가슴을 파고든다. “술이든 담배든 사람 맘이 만드는 인식의 장난이여. 속지 말어!” <어느 일터불자의 금연 수행일기에서>


‘쉬고 싶다. 오늘 하루 쉴까?’ 전날 퍼 넣은 술과 담배 그리고 안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알코올과 니코틴의 추억’이 이불 속으로 몸을 잡아끈다. ‘적당히 마시고 피울 걸, 그 놈의 박 과장만 아니었어도….’ 후회해도 소용없다. 가슴은 무겁고 속은 쓰리다.

‘술, 담배 그리고 과식’, 직장인들이 원치 않게 달고 사는 친구들(?)이다. 일터불자들은 어떨까? 마찬가지다. ‘일과 수행’이란 두 개의 바퀴를 굴리는 직장인불자에게도 이들은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그럼, ‘신행의 적(敵)’이라는 술ㆍ담배, 과식 등을 현명하게 극복하는 일터불자들은 없을까? 술과 담배, 과식의 유혹을 단 칼에 자른 직장불자들이 금연ㆍ절주ㆍ소식을 하는데, 과연 신행활동은 어떤 도움이 됐는지 그 구체적인 극복비결을 공개한다.

‘금연과 절주’, 끊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못하는 이유. 그 사연을 들여다보면 구구절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노력 또한 가상하다. 다짐을 굳게 세우고, 실천계획도 야무지게 짠다. 하지만 그 실천력은 그래 오래가지 않는 것이 큰 문제다. 직장인들의 ‘단골 고민메뉴’ 금연과 절주. 이것들이 왜 일터신행생활에 장애가 되는 까닭은 뭘까?

한국운전기사불자연합회 대전지역회 前 회장 박영조(62ㆍ일법) 씨. 박 씨는 시쳇말로 둘째가면 서러울 정도 ‘주당과 골초’였다. 술은 마시기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했고, 담배는 ‘줄줄이’였다. 때문에 박 씨의 생활과 건강은 바닥이었다. 주위 동료는 그를 외면했고, 가족들도 술ㆍ담배에 찌든 그를 원망하는 것조차 포기했다. 신행생활도 당연히 엉망이었다. 줄곧 해오던 관음정근을 하던 시간은 어느새 술과 담배가 자리를 메웠다. 당초 불교에 귀의할 때만해도 24시간 깨어있는 일터신행을 다짐했지만, 술과 담배는 지속적인 신행생활을 위한 시간을 잡아먹고 말았다. 신행의 고삐를 다잡는데 직접적인 걸림돌이 된 셈이다.

하지만 박 씨는 14년 전, 설악산 봉정암 성지순례로 그렇게 좋던 술과 담배를 단번에 끊었다. 계기는 치열한 자기 변화의 요구. 달라진 모습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5시간 넘게 오르는 봉정암 산행 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헉헉대며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마다,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왜 진작에 끊질 못했을까?’ 봉정암 사리탑에 삼배를 올리면서 금연과 절주를 다짐했지요. 또 내가 불제자라는 것을 떳떳이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됐지요. 그간 머뭇거렸던 제 다짐을 더욱 굳게 했습니다. 유혹이 끼어들 틈을 주질 않았지요.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는 뜻이 비로소 가슴 속으로 스미더군요.”

신행은 자기 변화의 과정에 ‘힘’이 됐다는 박 씨. 금연ㆍ절주의 비결은 바로 ‘모든 것은 너의 마음속에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있었다고 말한다. 결국 마음이 흡연욕과 음주욕을 만들고 키워간다는 것이다. 박 씨가 매일 틈틈이 관음정근을 하는 이유도 매순간 이러한 자기 약속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다.

술동무 8년째인 안양시청 공무원불자회원 권익철 시장비서실장(52ㆍ제원)과 정미화 사회복지 담당자(50ㆍ대원). 이들의 절주 극복 사연에서도 술ㆍ담배가 신행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들은 술과 담배가 일터신행을 느슨하게 만들게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터에서의 신행생활 리듬이 단번에 깨져 지속적인 활동을 끊어버리게 한다는 것이다.

“술자리의 유혹은 직장인이라면 다들 알거에요. 얼마나 갈등을 때리는 지를요. ‘카~아!’하고 넘어가는 소주 한 잔의 매력은 하루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려버리지요. 하지만 그 때 뿐이죠. 다들 알겁니다. 고민을 했죠. 좀더 인생을 유익하게 사는 법이 없을까. 그래서 선택한 것이 불교공부였습니다.”

올 6월부터 안양지장선원 야간 특별반에서 불교공부를 시작한 권 실장. 불교의 ‘불’자도 잘 모르던 ‘초자배기’ 권 실장은 그의 술동무 정미화 씨와 함께 불교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주담(酒談)’ 대신 ‘법담(法談)’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들이 술자리를 뿌리치고 저녁 불교공부를 하는데 결심하기까지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없던 술 약속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왔고, 업무적으로 만날 사람도 갑자기 늘면서 고민의 강도는 커가기만 했다. 하지만 이들은 꿋꿋이 불교대학 강의실 좌복에 엉덩이를 붙였다. 불제자로서 세운 성불의 서원이 사소한 유혹에 흔들리면 안 된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예전엔 술이 술술 넘어갔지만, 지금은 스님 법문이 ‘술술’ 넘어갑니다. 술은 다음날 엄청난 고통과 자기 후회를 몰고 왔지만, 법문은 그야말로 감로수예요. 마시면 마실 수록 몸과 마음이 커지고 건강해지는 묘약입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안 했나 싶어요.” 정 씨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일터불자들이 공개하는 금연ㆍ금주의 노하우에는 무엇이 있을까? 1년 전만 해도 ‘줄담배’를 피웠던 서울 구로승무사무소 법우회장 우철제(47ㆍ영봉) 기관사의 금연 사례에서 그 구체적인 비법을 찾을 수 있다.

25년 흡연경력을 가진 우 기관사가 밝힌 금연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일터든 T.V에서든 흡연하는 모습을 안 보고, 생각도 하지 말라고 우 기관사는 강조한다. 흡연 욕구가 일면, 한번 길게 호흡하고 ‘관세음보살’ 정근하라고 주문한다. 담배 생각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금연은 계기가 중요합니다. 담배가 몸에 안 좋다는 생각만으로도 절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끊을 수 있습니다. 흡연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한다지만, 오히려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 기관사는 이와 함께 금연법 3가지도 일러줬다. △서서히 줄이기 △단번에 끊기 △껌, 은단 활용 등. 우선 흡연량을 줄여가면서 끊는 감연법의 방법에 대해 우 기관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선 웬만하면 눈앞에서 담배를 멀리 두라고 말했다. 찾기 힘든 곳에 두고, 재떨이, 라이터, 성냥을 치워버리면 귀찮아서라도 흡연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 담배 안 피는 곳만 골라 다니라고 당부한다.
특히 우 기관사는 무엇보다 가장 성공률이 높은 금연법인 ‘단연법’을 강조한다. 말 그대로 단번에 딱 끊는 법이다. 가장 담배 맛이 없거나, 심신이 한가로울 때, 혹은 직장이 휴무일 때 등 특정 시기를 선택해 금연을 시도할 것을 주문한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
2004-08-14 오전 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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