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 신행 > 신행
[지역불교현장을 가다] 충북 옥천 보은 영동
대중 속에 '나눔의 연꽃' 피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기쁨과 어려움을 나누다니…. 무슨 문제든 혼자 감당하기에도 벅찬 각박한 세상. 하지만 여기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옥천과 보은의 사찰들이 그 주인공.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가라고 했다. 민심을 얻으려면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함은 자명한 이치. 옥천과 보은의 사찰들은 지금 그 평범하고도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여기에 영동불교도 몇몇 핵심 사찰들을 중심으로 대중과 거리를 좁히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동안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이들 지역의 불교는 이제 새로운 장을 열기 시작했다.

옥천인구 6만의 옥천. 5년여 전부터 이 지역 불교계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지역 경제가 조금씩 어려워지면서 덩달아 신도수가 줄어드는 등 사찰들도 어려움에 처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힘을 모아야 했다. 유명무실한 사암연합회를 재결성하고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암련 차원에서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를 열고 군민걷기대회, 산사음악회, 군경체육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봉축행사 때에는 1천 가지 종류의 선물을 만들어 군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젊은층이 줄어드는 대신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 문제도 옥천군의 고민거리가 됐다. 역시 사암연합회가 나섰다. 정기적으로 대규모 노인잔치를 열어 노인들을 위로하고, 노인복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사찰들의 노력은 서서히 빛이 나기 시작했다.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스님을 보면 합장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옥천군발전협의회에 스님이 참여하는 성과도 거뒀다. 또 지역의 현안에 대한 스님들의 자문을 구하는 일도 잦아졌다. 불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사찰들 스스로 체감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하지만 지역경제의 핵심이었던 조폐공사와 연초제조창이 떠난 경제적 여파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2004년 8월. 옥천 사암련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아예 발 벗고 나섰다. 세계연등축제를 기획해 이미 문광부에 예산지원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 행사를 통해 관광객들을 유치,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겠다는 것이다.

옥천사암련 총무 혜철 스님(대성사 주지)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라지 특화 사업’을 군에 제안했다. 도라지 마을을 만들어 도라지 꽃길을 조성하고, 도라지를 이용한 여러 가지 음식을 개발해 관광객을 끌어들이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제안은 군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이와 함께 대청댐 수변 구역에 연꽃단지를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안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보은에서는 충북불교를 대표하는 법주사 역시 경제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은군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다.

보은의 경우 4~5년 전만 해도 120만에 달하던 관광객이 지난해에는 60만으로 절반이나 줄었고,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태.

법주사는 먼저 관광객 감소 요인을 분석했다. 놀이문화 패턴이 바뀐 데에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뚜 뚫리면서 관광권이 서해안쪽으로 이동했다는 판단을 했다. 또한 서해안 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법주사는 군 관계자들과 만나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민자를 유치해 놀이공원과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체육시설과 문화시설, 숙박시설 등 각종 위락시설을 확충해 관광객들이 최소한 2~3일간 머물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또한 보은관광협의회가 휴가철을 맞아 지난 7월말부터 한 달 여간 개최하는 ‘숲속 영화제’를 후원하는 등 지역경제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동불교는 아직까지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별 사찰을 꾸리는데 급급한 상황이어서 사암련 활동도 미약할 수밖에 없다. 중년층 이상이 신도층을 형성하고 있어 조직화도 쉽지 않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야사, 중화사, 영국사, 금성사, 대동사 등 주요 사찰들을 중심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화사와 반야사는 아직 구상단계이기는 하지만 문화 프로그램과 수련 프로그램을 개설, 종합 수련원 건립을 각각 계획하고, 이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겠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몇몇 사찰의 활동이 다른 사찰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암련 활동을 활성화해 지역 사찰들이 뜻을 모은다면 영동불교는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불교를 빛내는 사람들

▨법명 스님(옥천 백운사 주지)
법명 스님이 없는 옥천불교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화, 복지 등 지역의 모든 분야에서 스님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옥천사암연합회장과 옥천향토사연구회장을 역임하고 한국문인협회 옥천지회 고문, 옥천경찰서 경승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 불교와 문화발전에 기여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옥천불교의 큰스님. 옥천에 뿌리를 내린 이후 24년 동안 어린이?청소년?청년 포교에 심혈을 기울여오면서 백운사를 인재양성의 산실로 자리매김 시키기도 했다. 대전교도소교화협의회 수석부회장과 대전교도소 교정후원회 회장을 맡아 재소자 포교에도 적극 나서고 있으며, 5사단과 37사단 수계법회를 도맡는 등 군 포교에도 애정을 쏟고 있다.

20년간 관음종 총무부장을 지내며 종단발전에도 큰 공을 세웠다. 스님으로서는 유일하게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을 맡고 있고, 한국문인협회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원 스님(옥천 대림선원 주지ㆍ옥천사암련 회장)
누군가 말했다. “문학은 돌아오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수행도 그렇다. 결국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니까. 40여년 만인 1976년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와 그곳에 절을 세웠다. 이제 몸이 돌아왔으니, 마음까지 완벽하게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일만 남았다. 그래서 선방을 지어 여력이 닿는 한까지 수행에 몰두하겠다는 원을 세웠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옥천사암연합회 회장은 그런 스님을 존경하는 지역 스님들의 추대로 맡게 됐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후학들과 지역불교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승병활동을 했던 영규대사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명안 스님(옥천 대약사사 주지ㆍ옥천사암련 부회장)
온화한 인품에 탄탄한 실력. 혜철 스님과 함께 옥천불교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다. 38살에 광주대 건축학과에 입학했고, 동국대 행정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석사학위와 함께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을 정도로 공부욕심이 많다. 20년 동안 성남 연꽃유치원 원장을 지내며 어린이?청소년 포교에도 주력하기도. 이렇게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1월까지 4년간 한국불교여래종 제 6대 총무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금은 종단 사찰을 총괄하는 종찰원장을 맡고 있다.

1995년 이곳에 와서 한국불교여래종 총본산(대약사사)을 건립하기 시작, 만불전과 요사채를 세웠고, 지금은 대웅전과 불교강원 건립에 들어갔다. 참선과 선 수련 프로그램을 운영, 대약사사를 수행도량으로 만들겠다는 원을 세웠다.

▨지승 스님(옥천 가산사 주지)
“공부 참 많이 하신 스님이지.” 옥천의 스님들은 지승 스님을 이렇게 말한다. 선방 수좌출신으로 상고사에 조예가 깊다. 5년 동안 중국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모으는 등 열정이 남다르다. 지금은 영규대사의 업적을 바로 알리고, 그 정신을 잇기 위해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영규대사와 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승병을 위한 순국충혼위령탑을 세우고, 영규대사의 민족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한 청소년 수련원 건립을 위해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폐허나 다름없었던 가산사에 길을 내고, 영규대사 영정각과 산신각을 짓는 등 가산사 면모도 새롭게 일신했다.

▨혜철 스님(옥천 대성사 주지ㆍ옥천사암련 총무)
젊은 마인드, 강력한 추진력, 새로운 비전. 이 세 가지 요소를 고루 갖춘 옥천 불교의 재원. 옥천군 바르게살기운동 종교분과위원장, 옥천문화원 홍보이사, 옥천군발전협의회 위원, 옥천경찰서 경승실장 등을 불교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사암련 총무로서 사찰간 단합은 물론 지역불교 활성화를 위해서도 동분서주. 충북불교총연합회 사무국장, 태고종 충북남부 분원장으로서 충북불교와 종단발전을 위해서도 일익을 담당. 어디 이뿐인가. 청주 남자ㆍ여자교도소, 천안 개방교도소와 소년교도소에서 교화활동도 하고 있다. 게다가 매일 인터넷을 통해 신도, 지역민들과 대화를 하고 상담도 하고 지역 신문에 정기적으로 칼럼도 쓰고 있다.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느냐”고 묻자 주저 없는 대답. “다 주어야지요.”

▨성제 스님(반야사 주지ㆍ영동사암련 회장)
영동불교의 핵심으로, 지역에서 성제 스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영동사암연합회 회장, 불국사 포교국장, 반야사 주지로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무엇이든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치밀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이 큰 장점. 수좌출신으로 하나도 수행, 둘도 수행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될 때 포교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영동불교 활성화 방안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반야사에서 7년 동안 중창불사를 해왔으며, 올해 지장전을 건립하고 신도 법회 공간인 백화루 불사도 추진해 반야사를 중부권의 성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욕에 차 있다.

▨현우 스님(영동 중화사 주지ㆍ영동사암련 총무)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에 겸손한 자세. 누구를 만나든 웃는 얼굴로 편안하고 관대하게 대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한 수행자다운 수행자. 일본 경도 불교대학에서 6년간 불교학을 공부하고 법주사에서 교무소임을 살았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영동불교의 인재로 꼽힌다.

젊은 스님답게 시대변화의 흐름에 맞는 포교전략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수행과 문화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 도입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수련공간을 마련할 생각. 군 포교의 중요성을 인식, 매주 마다 군인법회를 열고 있기도. 기도 위주의 신행에 치우쳐 있는 신도들 교육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영동사암련 총무를 맡고 있어 지역불교 활성화를 위한 고민도 깊다.

▨청우 스님(보은 수정암 감원)
대구에서 10년간 어린이ㆍ청소년 포교에 매달렸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아이들에게 늘 하는 말이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얘기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과연 나는 그 모든 것을 지키며 살고 있는가. 나를 돌아보아야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 길로 선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 비구니 선방이 있는 수정암에서 10년째 수행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올곧은 수행이야말로 가장 좋은 포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열정.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그 속으로 뛰어들 생각이다. 그 전까지 해야 할 일이 있다. 극락전에 협신불을 모시는 일. 이렇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것이 바로 지역불교 발전에 기여하는 길임을 청우 스님은 잘 알고 있다.


**가볼만한 사찰

▨법주사
충북 사찰의 얼굴. 부처님 법이 머물렀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의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 의신조사가 창건했다. 석연지(국보 64호)와 마애여래의상(보물 216호) 등 많은 지정문화재들을 보유하고 있다. (043)543-3615

▨백운사
옥천군 청산면 덕의산 밑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 마을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신행활동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대광전과 천불전이 있고 청량사 석탑이 복원돼 있다. (043)732-8278

▨대성사
조선시대 창건된 전통사찰. 작은 탑들과 부처님상, 그리고 그 사이로 깔끔하게 조경된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옥천면 소재지에서 승용차로 3분 거리에 있다. (043)732-5560

▨용암사
신라 고찰로 옥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찰. 경내에 있는 용처럼 생긴 바위가 인상적이다. 신라시대인 9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위벽에 양각한 3m 크기의 마애여래입상이 눈길을 끈다. (043)732-1400

▨중화사
숲 속에 절이 있는 것인지, 절 속에 숲이 있는 것인지…. 중화사에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내려가기가 싫다. 주변경관이 빼어나고 절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사람을 붙잡는 매력이 있다. 영동읍 화신리에 위치. (043)742-2057

▨반야사
영동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찰. 극락전 앞의 5백년 된 백일홍이 아름답다. 반야호수를 끼고 있고, 경치가 빼어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방생과 기도지로는 최적지다. 반야사 옆 망경대에 건립된 문수전은 가볼만한 곳이다. (043)742-7722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
2004-08-14 오전 9:23: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6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