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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일 교수에게 듣는 티베트의학 이야기
1958년, 시베리아 지역의 브리아티아 공화국 박물관에서 한 ‘그림책’이 발견된다. 인체 해부도와 정교한 수술도구 등이 상세하게 묘사된 책. 책은 곧 의사들에게 전해졌고 그들은 낯익은 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그 책에서는 수정란의 세포분열 과정을 비롯해 뇌수술이나 안과수술 방법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지요. 현대인의 질병들, 심지어 에이즈 치료법까지 설득력있게 제시할 정도였어요. 외부와 단절된 변방의 한 도시에서 서양보다 약 200여년 앞선 의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었던 겁니다.”

티벳의학연구회 김재일(아주대 의대 교수) 회장은 ‘티벳의학 궤도(Tibetan Medical Paintings)’에 실린 그림들을 설명하며 “2500년 역사를 이어온 세계 4대 전통의학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티벳의학 궤도’에는 서양에서 1900년대에 이르러서야 개념화하기 시작한 해부학, 발생학 등을 1600년대에 이미 체계화한 티베트의학의 전모가 녹아있어 동서양 의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티베트의학이 서양의학에 비해 단순히 시기적으로 앞선 것만은 아니다. 티베트의학 궤도의 모태가 된 티베트 전통의학 경전 <사부의전>은 ‘전인의학’의 진가를 보여준다. 약사여래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전하는 5900가지 게송으로 구성된 <사부의전>에서는 “탐ㆍ진ㆍ치 삼독(三毒)이 질병의 근원”이라고 전하며 건강은 심신의 조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티베트의술 전수자들의 70% 가량이 스님이며 거대 사찰에는 반드시 의승과정을 마련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병고(病苦)로부터의 해방은 물리적인 처방만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티베트의학의 독특함은 ‘천문점성학’과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티베트인들은 기본적으로 “인체는 소우주이며 대우주의 축소판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다. 인체의 세 가지 주요 에너지(룽ㆍ트리빠ㆍ베켄) 균형을 기본적인 치유원리로 꼽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 교수는 “약초를 채취하거나 약물을 제조할 때, 그리고 뜸과 같은 치료법을 시행할 때 예불의식을 거치는 것 역시 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우주 에너지 흐름을 담은 티베트 달력에는 당일 금해야 할 음식과 약물 등이 기본적으로 기입돼 있을 정도다.

“종교와 의학, 천문학을 포괄하는 티베트의학은 한계에 다다른 서양의학을 대체ㆍ보완할 수 있는 전통의학의 모범으로 각광받고 있어요. 8세기 이슬람 침입으로 깡그리 파괴된 인도의학을 고스란히 이어받은데 이어, 본토의학과 중국의학 등을 흡수하면서 그 의학체계를 확장ㆍ발전시킨 것이 바로 티베트의학이지요.”

최근 서양의학계에서는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티베트의 약초 성분을 검증하고 나선데 이어 300여 가지에 이르는 티베트의약의 임상 연구에 돌입했다. 또한 착포리 의과대학, 멘치캉 의학천문학교 등 티베트의 의과대학에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전문의 양성과정에 도전하는 서양의학자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티베트를 자치구로 두고 있는 중국역시 티베트의학 연구소ㆍ진료소 설립에는 이례적으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티베트의학에 대한 국내 의학계의 관심은 무에 가깝다. 불경으로 된 ‘티베트 동의보감’에 대한 무관심은 불교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의학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티베트의학의 현실화는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티벳의학연구회 (031) 219-5176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4-08-10 오전 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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