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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정부의 공식초청 형태로 입국한 봉사단 일행은 공항에서부터 현지인들의 특별대우를 받았다. 봉사단은 입국심사 없이 곧바로 VIP룸을 통과해 스리랑카 정부 대표인 ‘쿠레이’ 웨스턴주 수석장관과 ‘라산테’ 교통부 부장관의 환영을 받았다. 숙소인 ‘비야가마’ 호텔로 가는 도중 공항 벽에는 싱할라어로 적힌 봉사단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우리 봉사단의 진료 일정과 내용을 작년 사진과 곁들여 미리 안내한 홍보포스터라고 했다. 이미 TV와 신문을 통해 전국에 홍보가 되어 있다는 말에 일행들은 적잖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동 중간에 차창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차선도 없는 도로 위를 고급 승용차와 달구지, 소 떼가 한데 뒤엉켜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지나다니는 주민들의 초라한 모습을 보며 이곳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이곳에서 우리는 아시아 인구 80%가 교육과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 고통당하고 있는 절대 빈곤의 현실을 그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봉사단이 머물렀던 비야가마 호텔의 사장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외국인인 동국대 의료봉사단이 대신 하는 것에 많은 부끄러움과 고마움을 느낀다”며 현지에 머무는 동안 상당한 편의를 지원해 주었다.
봉사단 방문에 현지 언론매체 대대적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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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국립 병원이 있지만 치료약이 거의 없고 예약 후에도 8~10개월을 기다려야 진료가 가능하다. 물론 고급 수준의 사립병원들이 일부 있지만 국민의 90%는 이런 사립병원의 혜택과는 거리가 멀다.
스리랑카 불교계는 소승불교의 전통 탓에 아직 의료복지문제를 해결할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고, 최근 타 종교인들이 의료봉사를 빌미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대해서도 무방비 상태였다.
봉사기간 중 7월 19일에는 진대호 단장을 포함한 일부 의료진이 ‘조계종마을’로 파견을 나갔다. 인근지역에서도 가장 오지인 이곳은 스리랑카의 대표적 빈민가로 지난해 홍수로 마을 전체가 사라져 버린 곳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조계종의 후원으로 약 200여 채의 가옥이 새로 지어져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특히 혼자 걷지 못해 업히거나 안겨서 오는 이들이 많았는데 오랜 가난과 극심한 노동으로 관절염 같은 퇴행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경우 영양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봉사단은 조계종 마을에서 한방진료를 중심으로 약 90명의 환자를 돌봤다.
진대호 단장은 “불룩 나온 배, 깡마른 손발은 한눈에도 기생충에 감염된 아이들의 심각한 건강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으며, 간단한 구충제 투여와 약간의 영양만 공급할 수 있어도 상당히 호전 될 수 있어 보였다”고 밝혔다.
약 얻으려 1~2시간 기다리는 가슴아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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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진료지였던 캄파하 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2차 진료지 카루타라는 치료보다 약을 얻기 위해 봉사단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에게는 잠시 왔다가는 의료진의 손길보다도 두고두고 의지할 수 있는 몇 알의 알약이 더 절실하다는 사실에 의료진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찾아온 환자들의 40%정도는 기본적으로 관절 질환과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심한 경우에는 살갗이 새까맣게 각화된 채로 걸음조차 옮기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의료봉사 기간동안 현지인들은 문화적 특성인지 느긋해 보였고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 까지 1~2시간은 묵묵히 기다리는 대단한 참을성도 보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멍하니 있다가도 우리 단원과 마주칠 때면 부끄러운 듯이 미소 짓는 그들의 모습에서 순수함을 엿볼 수 있었다.
하루 600여명 진료, 호전된 모습에 피로 잊어
봉사단 의료진들은 1, 2차 진료 기간동안 하루 평균 500~600명의 환자를 진료해야 했다. 캄파하 지역에서 벌인 1차 진료의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하루에 720명을 진료하기도 했다.
보통 한국에서 의사 1명이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는 최대 50~60명 수준인데 의료봉사기간 동안 양·한방 의사 1인당 평균 100명이 넘은 환자를 돌보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밀려드는 환자를 모두 받기 위해서는 식사나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도 줄여야 할 만큼 정신없이 진료에 매달렸다”는 강남한방병원 김경옥 한의사는 “현지인들의 한방치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실제로 증세가 호전된데 대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의료봉사 마지막 날인 7월 30일 오전에는 스리랑카의 ‘라자팍스’ 총리를 예방했다. 영빈관에서 동국대 측이 기증할 ‘마이크로 수술기’의 간단한 시범을 보였다. 라자팍스 총리는 자국민들에게 의료봉사를 해준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봉사단에게 스리랑카 대통령 명의의 표창을 수여했다.
다음날 봉사단원들은 “그동안의 5000여명 진료가 이 나라 국민들의 의료 현실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우리들의 치료가 가난한 주민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글ㆍ사진/스리랑카=김규헌(동국대 학생복지실 직원)